인적이 드문 경원대의 이른 8시, 식당 직원들이 작업복을 갈아입으며 아침을 맞이한다. 당일 필요한 식자재를 실은 식자재업체의 용달차가 기술관 앞에 섰다.

 영양사가 시간 맞춰 나와 식자재의 수량과 품질 등을 검사한다. 검수를 마친 식자재가 식당으로 들어오면 영양사, 조리장, 조리원 등 18명의 하루 일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0시 30분 전까지 모든 메뉴의 조리를 끝 마쳐야 하는 신경식(33) 조리장이 복장을 갖추기가 무섭게 작업대 앞에 섰다.

그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중식 스타일 칼을 손에 쥐고 빠른 속도로 양배추를 손질했다. 작업대 뒤로는 두 명의 사람이 팔을 벌려야 껴안을 수 있을 것 같은 회전식 솥단지가 육중하게 앉아있다.

기름을 붓고 달구자 솥의 넓은 면적에서 하얀 열기가 피어올랐다.  워낙 많은 양의 음식을 조리하는 터라 솥단지만큼이나 다른 조리기구들의 크기도 만만치 않다. 오징어떡볶음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순식간에 배합한 신 조리장이 고른 볶음용 조리기구의 외형은 삽과 유사했다.

  9시 30분. 하나, 둘 요리가 완성되는 동안 식당 스피커에서는 라디오 음악이 나왔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젼의 Ost로 유명한‘랄랄라, It’s love!’가 발랄하게 흘러나오는 동안 식당 입구에 위치한‘오늘의 메뉴’ 진열장에는 방금 만들어진 새 메뉴들이 놓였고, 학생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게 될 테이블 하나하나가 새로 닦였다.

조리실 안은 조리열기와 수증기로 가득 찼다. 희뿌연 수증기 사이사이로 조리원 아주머니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10시 30분. 한식코너에는 순두부찌개와 계란장조림 등이 채워졌고 일품코너에는 꼬치어묵우동과 참치김치볶음밥, 날치알비빔밥의 배식 준비가 완료됐다. 이에 질세라 양식코너에도 치즈함박스테이크와 수제왕돈까스가 위풍당당하게 놓였다.그제야 조리실에 짧은 휴식이 찾아온다. 식당직원들이 늦은 아침을 먹는 사이, 조리실에 자욱하게 낀 수증기가 조금씩 엷어졌다.

 11시가 조금 안 돼 첫 손님이 들어왔다. ‘오늘의 메뉴’ 앞에 서서 고민하던 그는 곧 매점으로 향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이른 아침부터 나와 계시던 매점 아주머니가 식권을 건네 준다.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조리원들의 손이 바빠졌다. 첫 손님을 기점으로 아침식사를 거른 손님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는 하루 판매량이 900~1,000명 분에 육박하지만 방학 중엔 400~6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곳 기술관 학교식당을 이용한다. 학우, 교수, 직원 등을 비롯해 학교를 찾은 손님과 우리학교 공사장 인부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한 끼, 혹은 두 끼 이상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관 식당을 찾아온다.

 때문에 기술관 식당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박찬희 영양사는 여러 사람들의 기호를 만족시킬 만한 식단을 짜기 위해 고민한다. 박 영양사는 “식단을 정할 때는 여러 사람의 기호와 영양, 음식의 조화와 궁합 및 조리실에서 조리가 가능한지와 식단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다양한 기호만큼 배식주문도 다양하다. 배식을 해 주는 아주머니께 “계란프라이 한 개 더 주시면 안되요?”라며 애교스럽게 묻는 학생, 국 놓을 자리에까지 밥을 놓으며 “2인분 같은 1인분 먹겠습니다”라는 공사장 인부, 학생들을 데리고 와 교직원 식당 메뉴를 대접하는 교수 등 기술관 식당 안에는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친다.

늦은 2시. 점심 손님들은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 시간에는 늘, 배식을 돕던 신 조리장이 부족한 메뉴가 없는지 돌아본다. 그 날의 수요를 어림잡아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오후 늦게 음식을 더 만들어야 하기도 한다.

신 조리장은 “가끔 오후에는 음식을 더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에 식사를 하러 온 손님이 조금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며 “이럴 때는 오후 늦게 오더라도 훨씬 따뜻한 새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리장 신경식씨는 전골이나 볶음요리 등 한식을 전공하며 13년간 요리사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늘 학생들이 잘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많이 남기는 음식은 무엇인지 관찰한다. 자신이 만든 음식의 허점을 찾으려는 노력, 쉐프로서의 욕심으로 기술관 식당을 이끌어 나간다.

그는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닭강정과 탕수육, 깐풍기 등 학생들이 잘 먹는 음식을 직접 기름에 튀겨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식당일은 3D 업종이라 칭해도 될 만큼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며 “식당 아주머니들의 노고가 큰 만큼 학생들이 잔반 없이 맛있게 먹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잠시 한가해진 배식코너 옆에서는 자동세척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반납 된 식기들을 물에 담군 후 일차로 닦아내고, 기계에 넣어 세척과 건조를 하게 된다. 간혹 이 일을 더욱 어렵게 하는 학우들도 있다. 식판에 껌을 붙여 놓거나 잔반을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은 채로 식기를 반납하는 경우에는 인력이 배로 든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있는 늦은 3시. 식당직원들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 때, 박 영양사가 재고를 파악하러 나왔다. 내일 식단에 맞춰 발주서를 보내기 위함이다. 신 조리장은 내일 메뉴의 조리계획서에 따라 사전처리 가능한 재료를 준비해둔다. 내일의 따뜻한 아침식사를 늦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다시 석식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로 식당직원들은 분주해 졌다. 여느 때와 같은 식당의 풍경이 이어지고, 이어진다. 단돈 2,500원으로 겨울바람을 이겨낼 따뜻한 식사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것만 같다.

                                                                                                                                      글=서가영 기자 / 사진=선승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