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대할 때 늘 얻는 한 가지 느낌은 그들 모두가 작품면에서 나를 능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 나의 임무는 성가를 작곡하는 것과 같다. 교실에서 다시 새로워지고 자아의 도전을 느끼게 된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학생들로부터 배운다.
 -Louis I. Kahn

“교수님, 평가 좀 해주시죠” 1월 초 교수님께 전화를 걸어 학기 중에 받고 싶던 작품평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님은 기꺼이 응했고 황순재(건축2) 학우는 작품평가 및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유학을 떠나는 교수님께 작별인사를 드리고자 약속장소인 압구정으로 향한다.

30분이나 먼저 도착한 황순재 학우는 설레는 마음으로 교수님을 기다린다. 그는 “평가를 통해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 싶었다”며 “내가 설계한 작품이 좋든 나쁘든 솔직한 평가와 질책을 받고 싶어서 교수님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약속한 시간보다 이른 시간, 교수는 약속장소에 모습을 비췄다. 커피전문점에 들어간 두 사람은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앞에 놓고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며 대화를 시작했다.

얼마동안 그들의 일상이 오고갔을까, “자 그럼 궁금한 것이 뭐지?”라는 유 교수의 질문으로 그들의 본격적인 대화는 시작됐다.

황 학우가 만난 교수는 2007년도 건축학과 2학년을 맡은 유승호(건축학과) 강사로 새내기 교수다. 29세의 어린나이에 많은 건축가에게 인정받은 그는 지인들의 권유로 2007년도 우리학교 전공강사를 맡았다고 한다.

매 수업에 열의를 담아 강의하는 유 교수는 “학생들에게 설계란 재미있는 것이라는 점을 가르쳐주고 싶었다”며 “설계란 힘들고 어렵지만 전혀 다른 것들이라고 생각되던 것이 하나로 엮이고 좀 더 그럴듯한 단면을 그려가는 야릇함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황 학우의 작품 평가에서 “설계를 시작할 때 잘못된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본 것이 원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뮤직비디오 ‘가시나무’는 같은 소재를 다른 주제의 노래와 영상으로 작품을 표현했다”며 “같은 소,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며 작품 속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한 설계를 잘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뒷받침 돼야 하는지, 방학 중과 학기 중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유학을 갈 곳과 그 곳에서 배울 것들을 말하며 건축이란 학문이 배움의 폭과 길이가 넓다는 것 등을 이어가며 이야기했다.

“모든 학생들은 나의 스승이었고 나에게 더 도전하는 마음을 일깨워 주었다”

고 말하던 유 교수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보다 더 뛰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9개월의 시간동안 학생들의 작업을 보면서 이들이 학생 때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나 자신이 선생으로서 이들 앞에 설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며최고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교수와 학생과의 대화’는 자리를 옮겨가며 이어졌고 긴 시간 대화 이후 서로의 일정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수와의 만남 후, 황 학우는 “학기 중이 아닌 방학 중에 이런 만남을 갖을 수 있어서 기뻤다”며 “내가 원하던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과 함께 고민하고 이해할 수 있던 것은 아직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교수님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며 “유학을 가는 교수님을 이제 학교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서운한 마음을 표했다.

이에 유 교수는 “외국에 장기간 나가있을 계획이지만 학생들과의 연락은 유지할 것이다”며 “인터넷을 통해 만남을 이어갈 것이다”며 황 학우를 안심시켰다.

Side Interview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 유 교수 Louis I. Kahn의 말처럼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먼저 습득한 지식들을 학생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젊은 교수, 학생들의 편이다? 유 교수 나 같이 젊은 교수는 학생 가까이에서 학생의 발전을 위해 보다 작은 의미에서 돕는 것이며 연륜있는 교수는 전체적인 학과방향과 학교발전이라는 큰 의미에서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각각의 성향을 지닌 교수들이 모여 학생들을 위해 힘쓰는 것이지 단지 학생들의 옆에 있다고, 학생들과 친하다고 학생들에게 애착이 있는 교수라고 평하는 것은 옳지 않다. 평소 교수와의 관계 황 학우 나는 교수님을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교수님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교수님들이 바쁜 일정을 보내긴 하지만 찾아온 학생들을 매몰차게 돌려보내진 않는다. 학생들이 목표가 있고 원하는 바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교수님을 찾아가 얻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