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꿀 같은 방학의 계절이 찾아왔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종강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성적공시기간’이 있기 때문. 검은 것은 글, 하얀 것은 종이인양 시험을 치렀다면 학사경고만은 면하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물 흐르듯 시험을 치렀다 하더라도 ‘상대평갗의 원칙을 감안한다면 어느 누구 하나 마음조리지 않을 사람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학교 학우들은 공시기간 중 성적확인을 할 때 대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까. 100명의 학우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4%의 학우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이건 아니야... ”

교수님 두 분 중 한 분만 자세히 답변

 공시된 성적이 합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학우는 학칙 제9장 49조에 의거, 성적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성적공시’와 동일한 기간에 이뤄지는 ‘성적정정’이 바로 그 방안이다.

 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학우 54%가 “성적불만 여부를 떠나 성적정정 시스템을 한번 이상 이용해 봤다”고 답했다. 그러나 교수에게 성적정정을 문의한 모든 학우들이 납득할만한 답변을 얻은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결과 50%의 학우만이 “성적정정여부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무반응’ 혹은 ‘일방적 정정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답한 학우는 ‘성적정정을 요구한 54%’중 44%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최동혁(건축학과) 교수는 “성적문의가 들어올 경우 여러 평가기준들을 재검토 하지만 ‘다른 학생과의 성적비교’와 같은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는다”며 “특히, 실습강의와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성적평가의 세부적인 기준 모두를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의 의견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교수들 또한 “터무니없는 성적정정요구가 많다”며 “장학금, 대학원 등과 같은 ‘동정심 유발형’, 무대포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이같이 성적정정에 신중한 까닭은 성적산출방식이 ‘상대평갗인 것을 감안, 한 학우의 등급을 올릴 경우 다른 학우들의 등급을 내려야 하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국빈(조경2) 학우는 “성적정정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정하고자 하는 학우로 인해 다른 학우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학우들 또한 ‘다른 학생의 등급조정’으로 인한 점수하락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대해 이영미(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성적이 내려갔더라도 합당한 정정일 경우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이에 반해 몇몇 학우들은 “정정된 성적이 합당한 사유였는지 아닌지를 정정받은 학우와 같은 강의를 들은 학우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면 ‘성적정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관련해 김언(생명과학과1) 학우는 “성적정정을 하더라도 해당강의를 듣는 학우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몇몇 학우들은 종종 ‘성적 공시가 너무 늦은 탓에, 성적을 정정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성적공시기간이 성적정정기간과 같은 탓이다. 교수가 정정기간이 마무리될 즈음에 성적을 공시 할 경우, 미처 성적을 확인하지 못한 학우는 정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학교는 이와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대안을 내놓았다. 다음 학기부터 새롭게 적용될 ‘교원업적 심사평정기준’에 따르면, 교수들은 성적공시를 1일씩 지체할 때마다 0.3점씩을 감점 당하게 된다.

학기 중 산출된 성적공개 필요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학우들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중간, 기말, 레포트 점수가 어떻게 산출됐길래 등급이 이렇게 안좋은거야!?” 학기중 레포트나 시험지를 돌려받지 못한 학우들은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 마지못해 담당교수의 이메일, 전화번호 등을 주섬주섬 찾는다.

 이에 대해 남정민(생명과학과1) 학우는 “성적정정이 필요 없도록 미리 시험지, 레포트를 돌려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우들이 만족할만한 피드백(제출한 시험지나 과제를 돌려받는 일)을 받지 못한 것은 설문조사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노력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응답한 학우 74%중, 절반정도의 학우들이 ‘노력이하의 점수를 받은 이유’에 대해 “해당 과목의 성적평가, 산출방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응답했다. 학기 중 해당과목의 피드백이 완벽히 이뤄졌다면 나오지 않았을 답변이다. 이에 대해서는 교수들 또한 의견을 같이한다.

 최 교수는 “최대한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해주려고 노력한다”며 “학생들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 노력해서 피드백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효숙(의상학과) 교수 또한 “이번 학기에는 성적정정을 요청하는 학생이 없었다”며 “한학기 채점결과를 항상 공개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정정요청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당교수가 학교에서 행정적 업무를 담당하거나, 한 학기당 6개 이상의 강의를 맡은 경우에는 피드백이 적을 수 있다. 인문대 모 교수는 “한 학기에 맡았던 강의가 6~7개였던 적이 있다”며 “관리하는 학생 수만 250명을 웃돌았기 때문에 피드백을 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대체적으로 성적정정요구가 적은 강의는 실습위주의 수업. 실습 중 학생 스스로 자신의 과제물을 점검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의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160명 학생의 스키교육을 혼자서 담당했던, 송병문(자율전공학부) 교수의 이야기를 듣자면 실습강의가 ‘성적정정 문제’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송 교수는 “당시 학생160명을 20명식 나눠 7~8명의 강사들에게 교육을 일임했었다”며 “잘하는 학생20명, 못하는 학생20명으로 모이다 보니 잘 타는 학생 한명이 다른 조에 속해있는 못타는 학생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강의의 경우 ‘절대평가제도’를 도입해 성적문의가 적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우들도 부정행위는 싫어해

 설문조사 결과, ‘노력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74%의 학우 중 28%의 학우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우 때문에 노력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답했다.

 임동현(생명과학과1) 학우는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우들 때문에 다른 학우들이 정당한 성적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곧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행위를 한 학우들에게 밀려, 성적정정의 필요성을 느끼는 학우들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학우 스스로도 ‘성적정정문제가 무조건 교수나 학교의 과실이 아닌, 학우들 스스로 잘못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 학생들은 컨닝 등 부정행위를 하는 친구들에게 당당히 충고할 줄 모른다”며 “홀로 속 썩이지 말고 동료에게 진실한 행동을 하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노력과 능력은 다른 것

 교수 한 명에게 성적정정을 요청하는 학생은 한 학기당 평균 2~6명 정도다. 정정신청자 수는 강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인 부분 또한 있다. 대다수의 교수들은 정정기간이 될 즈음이면 “난 정말 시험도 잘 봤고, 레포트도 완벽했는데 점수가 너무 낮은 것 같다”며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이 으래 듣는 답변은 “학생보다 더 잘한 학우들이 많다” 혹은 “열심히 썼지만 학생의 답은 논조에서 벗어났었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많이, 열심히 썼다고 해서 성적 잘 받을 것이라는 오해는 하지 말길 바란다”며 “많이 써봤자 핵심을 벗어나면 점수는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인문대 모 교수 또한 “최선을 다했으나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며 “그러나 A+는 시험, 레포트, 출석 등 모든 것이 완벽했을 때 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대 모 교수는 “물론 교수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가 없을 수 없다”며 “실수할 것을 고려해서 각 등급에 여유인원을 두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서상욱(건축학과) 교수는 “성적정정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학생간 합의를 통해 학교에 건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