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인데도 며칠째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총학생회실이다. 연말에
선출돼 전대 총학생회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가장 먼저하는,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업인 등록금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학교측대표들은 각 처부의 의견을 모아 제시한 인상률을 지키려 하고 학생측대표들은 1%라도 더 내려 학우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한다.
협상내용을 들어보면 양쪽 모두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학교측이 제안한 사업들은 모두 학생들을 위한 것이며 나아가
학교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학생측대표들은 학우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그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꼭 등록금에서 지출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따져본다.
제3차 협상까지 지켜본 결과 양측은 어느 하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쪽이 어떤 방패라도 뚫어내는
창으로 공격하면 다른 한쪽은 어떤 창에도 뚫리지 않는 방패로 막아낸다. 과연 서로 합의점을 찾고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우들이 정상적으로 등록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 협상에서 학교측이 제시한 인상률은 11.8%로 서울ㆍ경기지역의 사립대들보다 약간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어떤 대학은 30%를 인상한다는 곳도 있고 어떤 대학은 인상률에 관계 없이 아예 등록금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다. 몇몇
학생회들은 등록금 동결을 고집하며 강경한 자세로 대응하기도 한다.
서로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닐텐데 이런 일들은 해마다
비슷한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도대체 왜 연초부터 한 울타리안에 사는 사람들끼리 유쾌하지 못한 화제거리로 서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대학은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학생들은 교육서비스를 받는 대신 등록금을 지불하고 학교는 그
돈으로 유지된다. 어찌보면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지금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지급하기 위해 등록금을 올리려 하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대학은 일반기업처럼 이윤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장차 사회에 나가 지금 내는 등록금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다. 학생들로부터 이윤을 얻기보다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인 학교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며 여러 대학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데 꼭 필요한 만큼 등록금을 인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바라는 것은 진정
학우들이 납득할만한 사업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예산이 편성되고 다수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등록금이 책정됐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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