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방학동안 조용했던 학교가 재학생은 물론 신입생으로 시끌벅적해진다. 많은 학우들로 활기를 띠는 곳은 우리학교만이 아니다. 우리학교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있는 경원대역 또한 북적북적해진다.

경원대역은 우리학교 학우라면 한 번쯤은 이용해 봤을 것이다. 경원대역을 이용하면서 강의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거나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학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루에 지하철이 삼백 번도 넘게 지나다니고 수천 명의 사람이 이용하지만 제 각기 목적지를 향해 가기에 바쁜 이 곳. 이곳의 하루는 과연 어떠할까.

경원대역을 지나가는 첫 차는 바로 새벽 5시 26분. 첫 차의 운행을 위해 역무원들은 새벽 4시 반부터 일찌감치 운행준비를 시작한다. 역무실 안 한 편에는 당일에 야근을 하는 역무원을 위해 작은 숙소가 마련돼 있다.

경원대역의 하루 일과 시작을 알리는 것은 역 안 조명과 기계 작동시키기. 그리고 나서 발매기에서 하루 동안 판매할 지하철 표를 요금별로 뽑아둔다.

역무실 안에 두 개의 기계실이 있다. 한 쪽의 기계실에는 두 열차 간의 안전운행 거리 확보를 위한 신호 제어장치가 있다. 열차가 플랫폼을 지날 때마다 주황색 불이 깜빡깜빡 거렸다.

한태영 조장은 “앞 열차에 사고가 발생해 열차 운행에 문제가 생길 때 뒷 열차에 신속하게 연락해 두 열차간의 거리를 확보해 추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계다”라고 설명했다. 신호 제어장치 옆에는 무전기가 놓여있어 신속하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

다른 기계실에는 이용객들에게 안내 사항을 방송할 수 있는 방송장치부터 CCTV, 조명제어장치 등 여러 종류의 기계들이 구비돼 있다.

한 조장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화재 예방에 대한 사항이 엄격해지면서 화재수신반 기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계실에는 소화 및 급수설비, 환기시설 등 화재 사건과 관련된 기계들이 많이 있었다.
지하철의 안전을 도맡고 있는 이러한 기계들에 대한 점검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공시설물인 만큼 역무원들은 항상 안전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석우 역장은 “지하철에서 제일 위험한 인물은 바로 취객이다”라며 취객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술에 만취한 한 남자가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자꾸만 선로 쪽으로 걸어 들어가려 해 이를 말렸는데 적반하장으로 나에게 화를 냈다”며 “잘 타일러 지하철에 안전하게 태워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김 역장은 “특히 금요일에는 취객이 많기 때문에 막차가 오기 한 두시간 전부터 각별히 신경을 쓴다”며 “개강 후에도 취객이 늘어나기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걱정을 표하기도 했다. 덧붙여 “안전을 위한 지하철 측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신 스스로 부주의한 행동을 삼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 또한 항시 대기하고 있다. 조병곤 안전요원은 철도청에서 30년 이상 근무 해 명예퇴직한 후 현재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조 안전요원은 “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근무한 곳인 만큼 유사시에 그 전의 경험을 활용해 대처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노선도를 다 꿰고 있기 때문에 이용객이 노선을 물어볼 때 주저 없이 안내해준다”며 넌지시 웃기도 했다.

근무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이 나이에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때문에 항상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원대역 이용객들의 청결을 책임지는 일등공신은 바로 미화원.


이 날은 아침부터 천장과 벽 청소를 하고 있었다. 받침대를 딛고 서 구부정한 자세로 천장을 걸레질을 하고, 키가 닿지 않는 부분은 대걸레로 벽을 닦느라 바빴다. 불편한 자세로 청소를 하느라 힘이 들텐데 노래를 흥얼거리며 청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청소도구함, 쓰레기 분리장과 미화원들의 숙소가 각각 경원대역 구간 양 끝에 자리잡고 있다.

이덕순 반장은 “수시로 지하철 역 전체를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숙소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잠깐씩 몸을 녹이고 숙소를 나선다”며 바쁜 일과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역 안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새벽 여섯시부터 밤 열시까지 청소를 한다고 한다. 현재 경원대역 미화원은 총 4명으로 2명씩 교대로 근무를 한다.

이 반장은 청소하는데 토사물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하루는 경원대에서 학교 행사가 있던 날인데 계단, 승강장 옆 등 토사물이 15군데나 있었다”며 “토사물을 치우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가끔 술에 취한 젊은 사람들이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종종 나이 드신 분들이 청소 하느라 애쓴다며 쉬엄쉬엄 하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듣는 본인 또한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들은 청소한다고 우습게보기도 하지만 우린 자부심을 갖고 웃으면서 즐겁게 일을 한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이 반장.

이 반장을 따라 청소도구함과 쓰레기 분리장이 있는 곳을 들어갔다. 지저분할 것이라 예상한 것과는 달리 깔끔했다. 한 쪽에는 재활용품이 종류대로 분류돼 있었고 한 쪽에는 빗자루, 걸레, 먼지털이개 등 청소 도구들이 질서정연하게 총집합하고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경원대역 이용객들을 위해 기계점검부터 청소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이 분들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경원대역은 많은 이용객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오갈 수 있었다.

마지막 차가 지나갔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마지막 차가 지나간 후에는 당일 야근을 맡은 역무원 둘이서 역 안을 순찰한다. 역 안을 다 돌고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 한 후에 모든 출입구의 셔터를 내린다. 셔터가 내려간 후에야 비로소 경원대역의 하루 일과가 끝난다.

경원대역을 이용하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는 이 분들을 만나게 된다면 감사의 말을 전하거나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