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밤, 미디어에서는 한창 숭례문 화재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보도하는 아나운서의 급박한 목소리와 안타까움을 전해들은 나는 숭례문을 덮친 불길이 완전히 잡히는 다음 날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 20일,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알리는 기사를 쓰기 전에 직접 숭례문을 찾았다. 붕대를 감듯 가림막에 둘러싸인 숭례문은 여전히 의연한 모습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묵묵히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숭례문은 마치 도시의 어머니 같았다. 그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숙연해 졌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고 나서야 돌아보게 된 어리석음을 반성했다.

우리 사회는 마치 우리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 노력하듯 최선을 다해 숭례문을 복원할 것으로 보인다. 어리석은 우리의 노력에 도시를 지키는 어머니 같은 숭례문이 못이긴 척 다시 돌아와 주길 바란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2월 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 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올라오고 있다. 1년 중 하루를 기념일 삼아 온 국민이 안타까워했던 그 순간을 잊지 않는다면 기꺼이 이행될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요한건 순간의 반성도 형식적인 사고처리도 아니다. 지금 남아있는 모든 유·무형 문화재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끊임없는 관심을 통해 우리의 문화유산을 더 많이, 더 오래 계승해야 한다. 그러려면 문화유산을 관리 및 복원 할 수 있는 재정 확보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 또한 큰 힘이 될 것이다.

한편,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는 문화재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작업에 힘을 더해야 한다. 장인을 우대하고 기술인을 양성해야 우리 문화유산을 우리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