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형태 교수

아인슈타인은 생존했던 물리학자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일 것이다. 그런 과학자로서 아인슈타인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20세기는 인류의 문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대로 무수한 쟁쟁한 배우들이 그 무대에서 활약을 하며 거쳐 갔다. 그럼에도 그 모두를 제치고 아인슈타인이 최우선으로 꼽히게 된 것은 아마도 과학과 철학, 예술과 문화의 여러 분야를 통해서 그의 업적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1905년 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일생을 통해 이룬 연구결과의 확인과 평가가 계속되고 있을 정도로 그의 학문적 업적은 심오한 것이다. 그 학문적 업적이 현재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을 아인슈타인의 연구결과들이 응용되고 있는 현대 기술들의 몇 가지 예에서 공감할 수 있다.

상대성이론과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 원자력 에너지

상대성 이론은 시공간에 대한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시간의 흐름은 절대적이 아니고 관측자의 상대운동이나 중력에 따라 달라진다. 특수상대론에 의하면 움직이는 대상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또한 일반상대론에 의하면 중력이 작은 곳에서 시간은 더 빨리 간다.

GPS위성은 지상 2만km 높이에서 시속 14,000km의 속도로 지구를 돈다. GPS위성이 지상의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추적하기 위해서는 지상관제국과 시간의 동기화가 필수적이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위성의 운동으로 인해 위성시계는 하루에 7밀리초씩 시간이 느려지고 지표보다 중력이 작음으로 해서 하루에 45밀리초씩 시간이 빨라진다.

이 두가지 효과를 고려하면 위성시계는 지구표면의 시계보다 하루에 38밀리초씩 빨리 가게 된다. 이 오차를 보정해야만 정확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상대성 이론은 또한 에너지이다. 우라늄, 플루토늄 등의 에너지를 생산케 한다. 수소원자 4개가 핵융합반응을 하며 헬륨원자 하나를 생성할 때도 질량이 줄어들고 이 결손 질량이 막대한 에너지로 전환된다. 태양에너지의 원천이 바로 핵융합 반응이다.

광양자설과 디지털 카메라

금속 표면에 어떤 한계값 이상의 높은 주파수의 빛을 비추면 금속 표면으로부터 자유전자가 방출되는 현상이 일어나며 이 때 자유전자의 에너지는 주파수에 비례하고 방출되는 자유전자의 수는 빛의 세기에 비례한다. 이 같은 관정효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아인슈타인은 광양자설을 도입했는데 빛이 입자라는 이 주장은 결국 양자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광전효과는 그야말로 일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이 관련된 전자장치는 모두 광전효과를 이용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문이나 경보장치에서는 물체가 광선을 가릴 때 광소자로 들어오는 빛의 세기가 달라지고 이것이 센서의 전류량을 달라지게 함으로써 스위치의 역할을 하게 한다. 디지털 카메라에 내장된 전하결합소자(CCD)는 광학 카메라의 필름역할을 한다. CCD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주는 광센서다.

또한 1917년 아인슈타인은 유도발광에 의한 빛의 증폭 원리를 발표하는데 이는 흥분상태의 원자를 한 광자로 자극하면 그 원자가 똑같은 광자 하나를 더 내놓게 되어 결국 광자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이론으로 이는 레이저의 원리가 된다. 레이저는 피부의 점을 파내는 성형수술, 조직을 잘라내는 외곽수술 등 의료목적으로, 음악CD를 재생하는 장치에서, 산업용 절단기기나 광통신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처가 무수히 많다. 입체영상인 홀로그래피도 레이저를 사용한다.

브라운 운동과 DNA 분리 나노기술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R.브라운은 현미경을 통해 꽃가루 입자가 물 위에서 끊임없이 무작위하게 운동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처음에는 이러한 운동이 입자의 생명력에 의한 것이라고 오인하기도 하였으나 많은 과학자들은 이것이 물분자의 열운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가설을 받아들였다.

아인슈타인은 분자운동론을 적용함으로써 처음으로 관측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하였다. 즉, 입자의 운동은 입자와 액체의 물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변위의 제곱의 평균값이 온도에 비례하고 입자의 크기와 질량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였다. 나노기술의 하나인 브라운 래칫이 바로 이런 성질을 이용한다.

브라운 래칫은 바이러스나 DNA 조각과 같은 미세한 생체분자들의 분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분자들의 크기와 질량에 따라 브라운 운동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국형태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