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의 남성, 사람들은 겉은 약해보이지만 내면이 강해보이는 사람을 ‘외유내강하다’고 말한다.

‘여성이여, 네 인생의 역사를 써라’라는 책의 저자는 “남자들이 원하는 착한 여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행동이 10퍼센트 변하면 인생은 100퍼센트 변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며 여성들에게 변화를 강조한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나쁜여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이제 연약한 여자가 주를 이루는 시대는 갔으니 남성 못지않게 강인해지라는 것이다.
‘현모양처’형 여성을 선호했던 옛날과는 사뭇 대조되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겉은 순수하고 여리지만, 내면에는 어머니로서의 강인한 심지를 갖는 것이 하나의 덕목처럼 강조돼왔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적 덕목이 오히려 요즘에는 남성 사회에서 각광받고 있다.
사람들은 겉은 약해보이지만 내면이 강해보이는 사람들을 ‘외유내강하다’고 말한다.

여성, 나를 알고 남자를 알다

▲ 그가 가진 이미지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특별한 힘이 있다.

전통적인 여성과는 거리가 먼, 신식교육을 받은 여성을 뜻하는 ‘신여성’이란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는 1923년 여성지 ‘신여성’이 창간되면서부터다.
그 당시 조선은 개항으로 인한 외래문화 유입과 신진 관료, 중인을 중심으로 한 개화세력에 의하여 변화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근대적 지식인’이라는 개념이 제도화, 토착화 되었고, 이렇게 변화하게 된 인식수준을 기반으로 한 여성들의 사회참여도 늘어났다.
바로 이 시기가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의 큰 전환점이 된 때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할은 크게 진보했다.

여성입지의 변화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출했다. 바로 남성성과 다른, 여성성에 대한 연구다.

“남성이 갖지 못한 여성의 특징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귀납적 사고방식, 발달된 감각 등 여러 가지가 제시됐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은 그들이 남성과 비교될 때 결코 부족한 부분이 없음을 인식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여성들은 ‘그들이 남성보다 부족한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 왜 남성에 비해 사회 진출도가 떨어지는갗란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조금 더 생각해야 했기 때문.

그래서 여성들에게는 “그들이 갖지 못한 남성의 특징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더해졌다.
이미 베스트셀러가 돼 서점가 가판대에 놓여진 ‘지적인 여성을 위하여’라는 식의 책들의 저자들, 커리어 우먼으로 불리는 여성들은 앞서 말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섹시해져라, 그러나 강해져라”

바꿔 말하면, 여성의 특징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남성의 당당함을 배우라는 것. 여성에게 있어서 이 방법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에 부흥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인 셈이다.

지적인 여성을 위한 책 중 하나인 ‘프린세스 마법의 주문’이란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한 잡지사에서 ‘어떤 여성이 가장 섹시해 보이는갗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짧은 미니스커트에 탱크 탑을 입은 여성이 아닌, 깔끔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여성이 1위로 뽑힌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른 아침, 산뜻한 정장 차림에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들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성’이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아네스 안은 “짧은 섹시미 보다 지적 섹시미에 열광하는 사회다”라고 말한다.
작년 가장 존경하는 여성 아나운서 1위에 뽑힌, 김주하 아나운서 또한 그의 책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에서 ‘요즘 여성’이 어떤 여성이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적인, 하지만 어느 남자보다도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여성의 모습이다.

강한, 하지만 부드러운 남성

여성은 변화한다. 이에 뒤질세라 남성 또한 예전의 그이기를 거부한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남성들은 ‘장군감’이란 소리를 들으려면 호탕한 목소리, 뚜렷하면서도 강인한 이목구비를 가져야만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트렌드도 변하기 마련. 요즘 사람들은 ‘진짜 사나이 이대근’보다 ‘부드러운 남자 배용준’을 관심 있게 바라본다. 우락부락한 남성보다는 여성적이면서 세련된 남성이 주목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서 부드러운 남자가 선호된 것일까?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쉬이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에 신문, 도서 등 각종 인쇄매체들과 방송, 미디어 언론들이 ‘변화하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생산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여성들 또한 각종 설문조사, 칼럼 등을 통해 마초가 아닌, 세련되고 부드러운 남자가 좋다고 말한다.
요즘 사극 또한 남성적인 영웅들의 모습보다 외유내강적 이미지를 풍기는 인물들을 조명한다. 대표적인 이미지가 태왕사신기의 담덕을 연기한 배용준. 겨울연가 스캔들 등에서 선보인 부드러운 이미지가 트렌드마크인 그가 강인한 인상을 보여야 할 것 같은 ‘태왕사신기’의 광개토대왕역에 캐스팅됐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한 왕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강인한 이미지를 풍기는 광개토대왕. 배용준이 이런 광개토대왕을 연기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배용준은 부드럽지만 강한, 외유내강적 이미지를 앞세워 광개토대왕역을 멋지게 소화해냈고, 사람들은 점점 ‘부드럽지만 강한 이미지’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방영되는 ‘이산’의 이서진 또한 외유내강적 이미지를 통해 개혁군주 정조를 표현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 또한 외유내강적 이미지로 유명하다.

경영정보지 월간CEO에 따르면 100대기업 CEO 비서 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비서가 바라본 자사 CEO 유형은 무엇인갗란 물음에 절반이 넘는 55.4%가 외유내강형이라고 밝혔다. 이 사회에서 외유내강적 이미지가 얼마나 각광받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서로를 배우는 그 남자 그 여자

여성의 인권의식 성장에 따라 성역할 구분이 많이 없어졌지만, 이러한 추세가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남녀가 서로에게 경쟁자적 인식을 갖는 것이 그 이유.
많은 남성은 변화하는 여성을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성은 남성을 뛰어넘어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군가산점제도, 생리휴가, 성폭력법안 등 사회적인 차원의 문제들은 남녀 서로에 대한 이해에 많은 부족함이 있음을 방증한다.
사회를 일궈나가는데 기초적인 사안이 되는 문제들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남성과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시간 때우기 탁상공론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런 걱정거리가 해소 될 날이 그리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남성과 여성은 서로의 특징과 생각을 공유하고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
아직 인식하지 못했을 뿐, 우리는 이미 여러 방송매체, 인터넷, 서적 등을 통해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이 어떤 사고방식을 갖는지 이해하며 배우고 있다.

다만 현재 우리사회에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배울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서로의 생각과 관심사를 배울 수 있을 때, 사회의 기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기지 않을까?

생리적으로는 물론,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됐다. 남녀경쟁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완하여 히스토리(history)도 허스토리(herstory)도 아닌, 아워스토리(ourstory)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