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초콜릿이 넘쳐나는 기념일들이 지나갔다. 특히 발렌타인데이는 2월의 크리스마스인냥 사람들의 마음과 거리를 온통 예쁜 장식들로 메운다.
통계청에 의하면 매년 생산해내는 초콜릿 및 초콜릿과자의 생산액은 3천 5백 90억원을 호가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일반 비스킷과 비슷한 물량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초콜릿. 이 달콤 쌉사름한 맛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초코홀릭의 여운을 안고, 초콜릿 그 배경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최초의 음료수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초콜릿의 역사 논의는 달콤 쌉싸름하다. 초콜릿의 어원과 역사에 대해 끊임없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에는 벨기에와 스위스 등 유럽의 초콜릿이 유명하지만 최초의 초콜릿은 중앙아메리카의 아즈텍인과 마야인에게서 개발됐다. 유럽탐험가들이 이 곳을 방문하기 훨씬 전부터 카카오나무를 재배해왔다고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고대사람들이 카카오나무를 인간에게 지혜와 힘을 주기 위한 천상의 선물로 믿으며 숭배했다는 설을 제시했다.


특히 멕시코의 올맥족과 마야족을 거치는 아즈텍문명 안에서 본래 농경과 관련이 있는 케찰코아틀(Quetzalcoatl)신을 카카오나무를 지키는 신으로 숭배했다고 전해진다. 원주민들은 카카오열매를 음료로 가공해 먹었다. 으깬 카카오열매를 칠리페퍼, 바닐라, 그 밖의 다른 향신료 및 물과 함께 섞어 최초의 초콜릿 음료수로 개발한 것이다. 이 최초의 음료는 스페인을 거쳐 유럽 각지에서 유행을 했다.


또 마야문명에서 카카오열매는 ‘갈색 금’으로서 화폐 역할을 했다. 16세기 스페인 역사기록에 의하면 10개의 카카오열매로는 토끼 한 마리를, 카카오열매 50개로는 노새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카카오콩에서 나오는 카카오버터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몸에 바르거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제와 미용 용도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카카오에서 초콜릿까지

습한토양에서 잘 자라는 카카오나무는 수분이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적도 근처 아마존 지대의 거대한 숲 속에서 많이 자란다. 수분을 잘 머금은 카카오나무에 카카오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면 수확에 들어간다.


흰색에서 밝은 노란색을 띄고 있는 카카오 열매는 지름 15~30cm 크기의 계란형 열매이다. 이 열매 속에 든 새콤달콤한 씨앗을 건조하여 나오는 카카오콩이 초콜릿의 원료로 사용된다. 속껍질을 까고 볶은 다음 분쇄, 정제하면 카카오분말이 된다.


우리가 먹는 초콜릿은 이렇게 만들어진 카카오분말에 우유나 버터, 설탕, 향료 등을 첨가해 다시 한 번 가공된 것이다.

초콜릿에 매료된 나라들

원주민들의 신의 열매 초콜릿은 유럽에 성공적으로 보급됐다. 급기야 세계 각국에서 카카오나무를 재배하게 됨으로써 설탕, 커피에 이어 세계 제3대 무역상품이 됐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초콜릿하우스’라는 초콜릿 애호가 클럽을 탄생시킬 정도였다. 특히 산업혁명은 초콜릿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런던에서 시작된 판형초콜릿의 보급으로 초콜릿 대중화를 이뤘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은 2세기 동안 스페인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카카오를 주성분으로 한 음료를 처음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벨기에는 1912년 현재 초콜릿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고급 핸드메이드 초콜릿의 효시인 ‘프랄린’을 개발하며, 현재 세계적으로 고급 초콜릿 마케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고디바’의 고장으로 불린다.


프랑스 또한 초콜릿 사랑이 남다르다. 루이 13세와 결혼한 스페인 공주에 의해 프랑스 궁정에 유입된 초콜릿 역시 왕족과 귀족들의 즐거움이 됐다. 마리 앙트와네트는 전속 초콜릿 장인을 의미하는 쇼콜라티에를 두기도 했다.


1976년에는 초콜릿 산업의 보호와 고품질 유지를 위해 초콜릿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을 정도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률에 의거해 가짜 초콜릿의 유통을 막고 있으며, 최고의 맛을 위한 장인들의 노력으로 ‘발로나’, ‘라 메종 드 쇼콜라’, ‘보나’ 등의 대표적 초콜릿 기업이 명성을 떨치고 있다.


네덜란드는 반 호텐이라는 인물로 유명하다. 원주민들이 초콜릿을 음료로 개발했던 이유는 초콜릿을 고형화 시킬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 호텐은 암스테르담의 화학자로 초콜릿에서 카카오버터를 제거함으로서 미세한 분말형태의 초콜릿 제조법을 개발했다.


스위스는 초콜릿의 나라로 불린다. 18세기가 돼서야 초콜릿이 전파된 스위스는 다른 유럽지역에 비해 초콜릿을 늦게 받아들인데 반해, 초콜릿 제조방법을 혁신하는 개혁의 발상지가 됐다. 스위스에서 밀크초콜릿이 처음 개발되고, 초콜릿에 헤이즐럿이 첨가되는 등의 혁신이 그 예이다. 현재는 초콜릿 소비량이 세계 제일인 초콜릿 국가가 됐다.


미국의 초콜릿으로는 ‘허쉬’를 떠올릴 수 있다. 이들 초콜릿은 대량생산 방식에 의해 초콜릿의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허쉬의 ‘키세스’는 초콜릿의 대명사가 됐다.


멕시코에서는 그들의 조상 마야와 아즈텍 문명의 초콜릿 기술을 이어받아 거친 느낌의 내추럴 초콜릿이 사랑받고 있다. 멕시코 특유의 칠리와 데킬라를 혼합한 초콜릿 맛도 독특하다고 한다.

초콜릿의 효능

초콜릿에는 여러 영양소가 밸런스를 갖추어 들어있다. 설탕, 유당의 탄수화물, 카카오빈의 전분질, 섬유질, 코코아버터, 유지, 식물성 유지, 카카오 유분의 단백질, 기타 탄닌, 미네랄도 함유되어 있다. 종합영양식품이라 불리는 초콜릿의 효능을 열 가지로 좁혀 자세히 풀어봤다.


하나, 카카오 콩에는 우울한 기분을 자극해서 원기를 찾아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카페인이다. 미량의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가볍게 자극해 침체되어 있는 기분을 밝게 해준다.


둘, 초콜릿 성분의 하나인 데오브로민은 대뇌 피질을 부드럽게 자극해서 사고력을 올려준다. 또 강심작용, 이뇨 작용, 근육완화 작용 등 뛰어난 약리작용을 인정받고 있다. 스트레스해소와 피로회복을 꾀한다면 지체말고 초콜릿을 섭취하자. 디오프로만, 카페인 등이 우리의 피곤한 중추신경을 다스려 줄 것이다.


셋, 초콜릿의 당분은 신경을 부드럽게 해준다. 피로할 때, 안정이 잘 안될 때, 신경과민일 때 등에 효과적이다. 당분이 뇌의 영양이 돼 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콜릿의 지방과 단백질은 뇌에는 도달하지 않는 물질이므로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넷, 초콜릿은 열량이 높을 것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식사를 80% 정도만하고 식후에 단 것을 먹으면 즉시 혈당치에 영향을 주어 뇌로부터 만복신호를 내기 때문에 과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다섯, 카카오의 향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인다. 시험공부, 독서, 회의, 잔업 등에 꼭 들어맞는 식품이 초콜릿이다.


여섯, 실연에 아파하는 친구가 있다면 초콜릿을 건네주는 위로방법을 권한다. 초콜릿에는 사람이 뭔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 뇌에서 만들어지는 페닐에칠아민이라는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 실연은 초콜릿으로 치유된다.


일곱, 초콜릿의 코코아버터 성분은 암과 노화를 방지한다.


여덟, 음주전후에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초콜릿에 포함된 흑당, 타우린, 카테킨 때문인데, 알콜류를 적극적으로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


아홉, 초콜릿에는 충치를 예방하는 물질 카카오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다.


열, 초콜릿에 함유된 카카오폴리페놀 성분은 감기를 예방하고 알레르기를 억제하며 심근경색 등의 심질환을 억제하는 작용도 인정되고 있다.

한국의 초콜릿

초콜릿이 국가의 주요 산업인 나라 벨기에. 초콜릿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우리나라 초콜릿 시장도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의 인기가 높다.


그러나 아직은 해외 초콜릿 브랜드에 견줄만한 한국표 초콜릿은 나오지 않았다. 청국장을 함유한 초콜릿과 한약 초콜릿, 감귤 초콜릿 등 새로운 한국적 초콜릿들이 조금씩 특허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이 독특한 초콜릿들이 국내인의 입맛을 넘어 세계인의 초콜릿으로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