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택시 드리벌' 공연 홍보를위해 아름 부원들이 강의실을 방문하고 있다. 2. 연습은 실전! 아름은 지금 리허설 중! 3. 아름의 변신은 무죄! 분장은 연극의 필수랍니다. 4. 아름의 연극을 보던관객들이 박장대소 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원래 이것보다 준비한 것이 훨씬 많은데… 정말 죄송합니다”

‘리허설’이 끝난 후, 기자와 눈을 마주치는 아름 부원들에게 꼭 한 번씩은 들은 말이다. 그 때마다 기자는 민망하고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연기자들의 말처럼 연극이 어색했었기 때문이 아니다. 리허설은 정말 재미있게 봤다. 단지 기자가 ‘놀러온 것이 아니라 취재하러 온 거야’라는 생각에 너무 굳은 얼굴로 관람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리허설’이란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연습’이다. 실전이 아니기 때문에 ‘대충해도 괜찮은 것’으로 생각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성적이면서 열정적인 사람들은 이에 “연습은 실전이다”라고 말한다.

아름의 리허설도 관객이 없다는 것, 의상을 갖추지 않는다는 것 외에 ‘실제 공연’과 다를 것 없었다. 리허설에 임하는 연기자들의 모습에서 진지함이 묻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학생 신분인 그들의 겉모습은 아마추어임에 틀림없지만, 내면은 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햇살의 따듯한 기운이 채 퍼지지 않은 오전 10시, 놀이터. 아름 부원들이 ‘택시 드리벌’이라는 문구가 적힌 주홍빛 포스터를 들고 나온다. 연극하는 날의 첫 일거리는 ‘홍보’다.

그런데 홍보한답시고 입은 특이한 의상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개성이 강한 걸까? 홍석원(수학정보2/장덕배 역) 학우의 노란 택시운전기사의상과 파마머리에 온 신경을 쓰고 있을 때 귀에 꽂히는 말. “얘 뽀글이 머리 가발같죠?” 김정연(건축설비2/진행담당) 학우의 농담덕분에 아침부터 웃음 만발이다.

취재 후에 알고 보니 홍보를 할 때에도 연극의상을 입는다고 한다.
공연에서 홍보는 필수다. 아름은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수업시작 전이거나 쉬는시간 중인 강의실을 찾아간다. 보통 4~5개의 단대 건물을 돌아다니는데, “여기다!”싶으면 학우들 앞에 서서 ‘정중한 홍보’를 시작한다. 하나의 관객이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서다. 물론 관람료는 없다.

관람료는 ‘웃음’과 ‘호응’으로…

관람료도 받지 않으면서 사서 고생은 왜 하냐고? 그렇게 묻는다면 아름은 ‘고생을 많이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일주일 공연을 위해 2달 남짓의 방학 기간을 헌납해야 했고, 공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스폰서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 시간만큼은 대학생활의 묘미인 OT, MT 등을 포기했다.

천원짜리 팜플렛을 판매함으로써 얻는 수익 전액도 그들을 위해서가 아닌, 소외계층을 위한 자선기금이었다.

분명 ‘택시 드리벌’이란 연극은 아름과 아름을 후원한 사람들이 만들었다. 그러나 아름은 그들 스스로 ‘택시 드리벌’이 아름의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아름 22기인 이준상(조소4/연출) 학우는 후배들에게 꼭 묻는 것이 있다고 한다. ‘아름’이란 두 글자의 뜻이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이 학우는 “연극은 ‘우리들 재밌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에게 ‘연극을 한다’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연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연기’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름’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름의 바람은 많은 학우들이 연극을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아름은 연극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공연 전까지 마무리 홍보를 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공연에 함께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학우들과 함께하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밝은 웃음으로 하루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함께’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다.

배우와의 만남

유 정 은 서낙 역
섬유미술 4 / 아름 26기

Q  작년 말부터 아름활동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는데…

A  아다시피 올해 4학년이에요. 미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졸업 전시회 준비다 뭐다해서 바빠지는지라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죠. 주위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고요. 그렇더라도 부딪쳐봐야 ‘된다, 안 된다’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거잖아요. 1, 2학년 때 몇몇 동아리방 앞을 기웃거리던 기억을 청산하구요.

Q  연기가 하고 싶었던 거군요?

A  사실 연기하려고 아름에 들어온 것은 아니에요. 무대 장치나 분장 같은 부분에서 활동하고 싶었죠. 그래서 연기해보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망설임 없이 거절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죠. “무대와 관련한 모든 것을 다 해봐야 무대예술을 해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연출 생각에 따랐거든요.

Q  후회 안 해요?

A  연출이 “공연 끝나고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냐”고 물으셨었어요. 선뜻 대답을 못 했었죠. 머뭇거리는 중, 연출은 “후회가 없다는 말 한 마디라면 좋다”고 말하셨죠. 지금 후회 안 해요. 아름에 들어간다는 내 선언에 친구들은 “미친 것 아니냐” 혹은 “두고보자”며 겁을 줬죠. 그런데 요즘은 공연 끝나면 선물 들고 찾아와요.

Q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변했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A  전 다른 사람 앞에서 단 한 번도 긴장한 경험이 없었어요. 그런데 아름 면접 보려고 무대 위에 섰을 때 처음으로 심하게 긴장했어요. 그 어두컴컴한 곳에 존재하는 거라고는 내 머리위로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춤춰보세요”, “노래해보세요”라는 말들뿐이었죠. 긴장한 나머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때의 한심스러운 모습에 내 자신이 너무 싫어졌었죠. 그때 그 일이 나에게 ‘오기’를 갖게 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아름 생활을 하고 있는 거고요.

홍 석 원 장덕배 역
수학정보 2 / 아름 26기

Q  머리가 인상적이네요

A  연출(이준상/조소4)께서 아줌마 파마하면 배역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한거에요.

Q  잘 어울려요. 처음 봤을 때는 가발이라고 생각했어요.

A  공연 끝나고 풀거에요.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잖아요. 나도 생활이 있는데

Q  연극연습은 어떻게…?

A 공연장에서 서로의 대사를 맞춰보죠. 조명의 밝기, 몸짓 등 서로 부족한 부분이 짚이면 지적하는 거예요. 물론 대충하지는 않아요. 미리 메모해 뒀던 아이디어를 서로 이야기하는거죠. 일종의 ‘퍼즐 맞추기’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그러나 ‘지적’까지만 가능해요. 다른 연기자의 대사를 내가 대신 할 수는 없죠. 그걸 일종의 명예훼손이라고 해야 할까요? 상대 연기자의 기분이 상할 수 있으니까요.

Q  연극할 때 힘든 부분이 있나요?

A  ‘컨디션’이죠. 컨디션에 따라 연기가 잘 되기도 하고 잘 안되기도 해요. 문제는 연기할 때 상대배역이 내 컨디션의 좋고 나쁨을 알아챈다는 거에요. 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상대배역도 나처럼 안 좋은 컨디션으로 연기하게 되거든요.

Q  공연하면서 딴생각 안 들어요?

A  그럴까봐 ‘집중력 향상훈련’을 받아요. 완벽한 훈련은 아니에요. 그런 까닭에 현실 속에서도 ‘연극 속의 장덕배’로 살아가려고 해요. 음악을 듣는 것도 ‘장덕배’처럼 듣죠. 목소리도 21살이 아니라 39살처럼 내려고 해요. 그렇다고 공연 끝날 때까지 매일 그렇게 살 지는 않아요. 나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