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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식당 메뉴는 다양하지 못해’, ‘이러한 시설이 생겼으면
좋겠어’라는 등 누구나 학교생활에 대한 불만사항 한 두 가지쯤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우들은 이와 같은 불만을 느끼는 것에서 그치고
만다. 어디에 어떻게 자신의 의견과 불만사항을 제시하는지 알지 못하고 건의를 한다 해도 자신의 의견이 쉽게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생협?
대학생활협동조합(대학생협)은 정책의 결정부터 운영 과정까지 모든 과정에 대학생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다. 경제적인 소비생활, 건전한 여가와 문화생활, 쾌적한 환경 속에 대학생활을
보내기 위해 대학 구성원 스스로가 출자자이면서, 운영자임과 동시에 이용자인 것이다.
대학생협은 1988년 서강대 학생소비자협동조합을 시작으로 대학 내에 협동조합에 대한 모색이 시작됐다. 현재 서울대, 부산대, 강원대 등
국공립 대학교 10개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사립 대학교 11개 총 21개의 대학교에 대학생협이 설립돼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 1991년에 ‘경원대학교 학생생협’이 설립되었으나 학생생협만으로는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어 1995년에 해산됐다.
대학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의 설립기준에 의해 설립된다.
〈구체적 설립절차는 아래의 도표 참고〉
조합원과 출자금
대학생협이 운영되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바로 조합원과 출자금이라 할 수
있다. 조합원은 학교라는 같은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구성원 모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자유의사에 따라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출자금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는데 출자금은 보통 만원으로 가입 시 한 번만 내면 된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낼 수도
있다.
조합원이 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시 발급 받은 조합원 카드를 소지하고 매장을 이용할 때 포인트를 적립 받을
수 있다. 추석 때 생협이 운영하는 귀향버스 50% 할인은 물론 생협 아르바이트를 신청할 경우 우대를 받기도 한다.
출자금은 조합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규 사업에 투자하거나 시설 개선에 사용된다. 매년 대의원 총회에서 배당이율이 결정되는데
출자금이 클수록 배당금은 출자금에 비례해 증가하게 된다. 출자금은 졸업 시에 전액 반환된다.
대학생협의 조직
학교의 구성원으로 조직된 만큼 모든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어렵다. 때문에 조합원들
중에서 생협의 운영에 직접 참가하는 이사회와 사업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감사를 선출한다.
이사회의 결의로 운영자문위원회, 구매공급위원회, 교육홍보위원회 등 효율적인 사업운영을 하기 위한 위원회를 둔다. 조합원이 교수나 직원,
학생들과 같이 본직이 있다 보니 실제로 대학생협의 각종 사업들을 수행하기란 어렵다. 때문에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업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체계로서,
분야별로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로 구성된 것이 사무국이다.
대학생협 활동
대학생협은 복지운영사업, 생활문화운동, 국제교류, 교육활동, 친환경사업 등 많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복지운영사업은 학내의 매점, 식당, 자판기, 휴게시설 등과 같은 후생복지 시설을 말한다. 매점을 통해 일상잡화나 식음료, 문구
등을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신학기에는 알뜰장터, 책 벼룩시장 등을 열어 학우들에게 혜택이 되는 것은 물론, ‘다시 쓰기’라는
생활문화를 조성하기도 한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양은영(법학과2) 학생은 “학생이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문구류와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식당은 조합원의 관심도가 가장 높으며 대학생협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 구매로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조합원이 실질적인 식당 이용자인 만큼 이용자의 선호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중시해 맛과 가격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미옥(대학생협특별위원회 조직교육팀) 과장은 “음식은 바로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많은 사업 중 가장 신경써서 진행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화여대의 경우, 김밥과 샌드위치를 학교에 납품하는 업체의 공장을 견학해 공정 과정이 얼마나 위생적인지 조사하기도 한다.
‘식당체험활동’을 통해 단지 밥을 사 먹기만 했던 이용 학우가 직접 조리와 설거지를 한다. 이를 통해 식당실무자와 학생 간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대학생협의 운영 효과 중 하나가 공동 구매를 통해 판매 단가가 인하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음료, 문구를 비롯해 식재료까지
여러 대학생협이 공동으로 구매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18개 대학생협이 공동 구매를 하고 있으며 사무국에 따로
담당자가 존재해 필요한 품목 요구와 수요량을 파악하고 있다.
공동 구매 이외에도 노트와 같은 문구나 휴지 등의 생활용품 혹은 우산과 같은 기획상품을 공동 제작하기도 한다. 이 또한 제작단가를 낮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생활문화사업에는 지역과의 연대, 물품대여, 자취·하숙길라잡이 등이 실행되고 있다. 대학생협에서 공동구매하는 물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적립해 연말에 학교 인근 불우이웃이나 독거노인을 위해 사용한다. 이는 연탄을 나눠준다거나 조합원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나눠주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불시에 내리는 비에 대비한 우산, 구매하기에 곤란한 프로젝터나 노트북 같은 물품을 비치해 필요한 조합원은 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많은 학우들이 필요로 하는 자취, 하숙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한가위에 귀향버스를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지원하고
있다.
국제교류로는 대학생협의 역사가 길고 현재 잘 진행되고 있는 일본과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다. 실무자연수, 이사장연수, 한일 생협 조합원
세미나 등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대학생협의 발전을 끊임없이 꾀하고 있다.
많은 분야의 사업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수렴은 항시 이뤄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렴되고 있다. 이화여대 같은 경우 휴게실의 벽면 한
쪽에 의견 수렴하는 게시판을 게시해 학생들이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언제든지 적을 수 있다. 대자보, 인터넷 게시판, 의견수렴함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운영 정책에 반영한다.
대학생협의 의미
대학교에서 교육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의 커리큘럼을 탄탄히 하는 것 외에도
후생복지분야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부분의 대학교는 대학행정부처의 책임운영제(학생처, 취업지원실 등)이거나 대학 기본행정업무와는 별도의 대학부속 독립기구(소비조합,
공동관리위원회 등)로 복지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복지사업의 실무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업무의 일괄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행정조직 아래서 운영되기 때문에 사업의
탄력성이 부족하다. 구성원들과의 유기적인 의견수렴이 미흡해 이는 자연적으로 복지사업에 대한 구성원들의 참여와 관심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대학생협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대학생협의 운영 효과로 복지시설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 구매력의 결집으로 판매 단가 인하를 꼽을 수 있다. 이 외에 대학생협의 중요한
운영 효과로 구성원간의 상호 신뢰와 공동체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건전한 사회인을 길러낸다는 점이다.
이 과장은 “많은 학생들이 대학생협을 통해 타인에게만 바라지 않고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하는 훈련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 내가 직접 나서보자’라는 생각이 대학생협의 바탕이 되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다’라는 말은 초등학교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말일 것이다. 대학생협은 학교 구성원 주체가 출자자이자 운영자 그리고
이용자가 되는 만큼 ‘주인의식’을 실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대학문화의 창구가 돼 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