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원은...
2001년 11월 23일 설립된 정신지체장애인 성인생활시설이다.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초생활기능을 습득하게 함으로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연고자나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신체적 재활, 영적 재활, 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다시만날 그 날을 기약하며! 봉사활동에 참여한 우리학교 학우들과 '예가원' 소속 선재씨가 일과를 마친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봉사활동에 들어가기에 앞서 '예가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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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불쌍하고 못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장애는 우리 모두의 문제, 즉 나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장애인 비율 중 80%가 후천적 장애인인 사실이 이 말을 대변하지요. 여러분이 자원봉사를 하기 전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우리사회에 사회복지가 왜 필요한지 말이죠...”
예가원 홍보 동영상시청 후, 바로 이어지는 담당자의 설명. 오늘 해야 할 자원봉사 목록 혹은 주의사항정도가 다일 줄 알았건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해야 할까? “봉사가 얼마나 힘들까”라는 걱정을 했던 학우들에게 내리는 첫 번째 임무가 ‘봉사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라니... 난데없을지 몰라도 분명 ‘그간의 편견’ 혹은 ‘깨달음’이 학우들 머릿속을 스쳐갔을 것이다.

▲ 구석구석 깨끗히 열심히 청소하는 우리 경원인.

작년 9월 발표된 ‘정신지체 장애인’현황을 보면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등 정신장애와 관련된 장애인의 수가 무려 1백47만2천명 정도다. 전체인구수 4천8백45만명 비례하면 대략 50명 중 1명 정도가 지적장애인이라는 것.
비율만 따져보면, 지적장애인은 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지적장애인을 만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적인 접촉’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가족의 불안한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지적장애인들은 ‘만남’에 제약을 받는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만남이란 무엇보다 소중하다. 우리학교 학우들을 밝은 얼굴로 맞이해주었듯, 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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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한 학우가 물었다. “매일 같은 사람들이 봉사활동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매일 다른 사람들이 봉사활동 오는 게 좋아요?” 이에 난타공연을 미국에서 한다는, 그래서 국제적 스타로 불리는 선재씨는 답했다. “매일 다른 사람이...(오는게)좋아요”
“왜요? 여러 사람 만날 수 있어서?”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재씨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구석구석 깨끗히.
열심히 청소하는 우리 경원인.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봉사활동의 주된 업무는 청소다. 예가원 홍보영상시청 후, 남 학우는 3층, 여 학우는 2층 청소를 맡았다. 배치되기 무섭게 예가원 관계자의 지시가 떨어졌고 걸레, 청소기, 신발장 등에 자리를 잡은 학우들은 쓸고 닦기에 열심이다.
맡은 바 임무를 끝낸 학우들은 아직 일을 끝내지 못한, 다른 학우들의 일손을 거들기까지 한다. 서로 돕는 경원인의 모습에 흐뭇하다.
열심히 한 덕분에 청소를 마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뭐하냐고? 즐겁게 노는 시간이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장애인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도 하나의 봉사활동으로 여겨진다. 예가원에서의 봉사활동은 무엇보다도 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에 들어가 봐~ 장기 정말 잘 두는 사람 있다니까!” 방문 밖에 나와 앉아계신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안에 들어갔더니 이미 한 판 진행 중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둘러앉은 그 곳. 한창 대국이 벌어지는 그곳에서는 사뭇 진지함이 풍긴다. 그러더니 갑자기 “피식!”하는 소리가 들린다.
학우와 대국중이시던 아저씨께서 그만 상대편의 말을 움직여 본인의 말을 접수하셨다. 말 못 할 상황의 끝, 과정이야 어쨌든 아저씨의 승리다.
장기를 두는 한 편, 다른 쪽에서는 수다와 그림맞추기가 한창이다. 복도에서 벽에 기댄 채 마주보며 하는 수다는 오순도순.
“그렇게 끼지 말고, 옆으로 돌려 껴보세요”, “그렇죠. 이제 하나 더 꼈네!”라는 대화는 그림맞추기가 열심힌 옆방에서 나는 소리다.
장기를 뒀던 방으로 돌아와 보니 재결전이 펼쳐졌다. 기자가 웃으며 물었다. “아까 졌잖아요. 재도전이에요?” 학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기자와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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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시설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요. 방도 생각보다 깨끗했고요. 쉬는 시간에 뭐했냐고요? 다 같이 수다를 떨거나 TV를 봤죠. 정말 즐거웠어요” 전자거래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안종무군, 이하나양의 말이다. “오늘 하루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라는 물음에 안군과 이양을 포함한 학우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비가 와서 너무 아쉬웠어요. 오늘 야외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레인보우 두들소리의 능력을 보여주마!
학우들 앞에서 맛보기 공연을 선사하는 선재씨.
청소로 시작된 임무는 청소로 끝난다. 예가원의 자랑, 난타 공연팀 ‘레인보우 두들소리’의 연습이 있던 레크레이션실을 정리하는 것이 오늘의 마지막 일이라고 한다.
일이라기에 두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쓸고 닦기야 했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홍보동영상을 보면, 봉사자가 장애인 휠체어를 끌어주며 좋은 시간 보내던데 말이다. 오늘 내린 비는 학우들의 순수한 기대감을 산산이 무너트렸다.
그러나 어쩌랴. 못하는 일은 못하는 것이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우리다. 일정에 따르면 오후 5시에 마무리 지을 봉사활동이었지만, 아쉬움이 큰 탓이었는지 적지 않은 학우들이 봉사활동을 끝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식당 청소와 배식. 그 날 6시까지 학우들은 걷어붙인 소매를 내리지 않았다.

▲ 지금은 쉬는시간! 할아버지와의 즐거운 수다 타임중인 우리 학우들. (위) ▲ 레인보우 두들소리의 능력을 보여주마! 학우들 앞에서 맛보기 공연을 선사하는 선재씨.(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