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학교에서 정해주는 수업에 따라 수업을 들었다. 수학이나 영어를 배우고 싶지 않아도 공부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대학교는 자신의 학과 전공공부만 하면 된다. 억지로 많은 과목을 공부하던 초·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공부만 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신입생들은 대학교 공부에 큰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1학년 때부터 바로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계열교양을 통해 전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한 후에 2학년 때부터 전공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이민정(응통1) 학우는 “현재 계열교양으로 미분을 배우고 있는데 문과생이었기 때문에 미분을 배우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신입생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입학 전에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공부를 해 본적이 없는 학우는 87%, 해 본 적이 있는 학우는 13%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공부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학우는 92%, 어려움을 겪지 않은 학우는 8%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 전에 접해본 적이 없는 공부를 하려니 많은 신입생들이 공부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전공 기초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냐’는 설문조사 결과 과 동기를 통해서 53%, 혼자서 공부한다 28%, 과 선배를 통해서 8%, 신경 쓰지 않는다 6%, 과외나 학원을 통해서 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정(응통1) 학우는 “부족한 부분은 동기와 함께 공부를 하거나 따로 혼자서 공부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학우 경우 문과생이라는 특성 때문에 고등학교 때 미분을 배우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에는 학과 특성상 미분을 필히 배워야 한다. 이과생이었으나 교차지원을 해서 응용통계학에 입학한 학우의 경우 고등학교 때 미분을 배웠기 때문에 수월히 배우는 학우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학우들의 학업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수업을 듣는 학우들 간에 편차가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는 올해부터 이공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부생 조교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신입생과 학부생의 1 대 1 ‘튜터제’를 정규 수업으로 확장한 것이다. 학부생이 학점을 주는 정규수업 강의를 맡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학부생 조교제’로 진행되는 강의는 ‘기초수학’, ‘기초물리학’, ‘기초화학’, ‘기초생물학’으로 총 4개의 강의가 개설돼 있다. 이 강의들에는 1학점씩이 부여된다.

학부생 조교 선발은 해당 학부별로 이뤄졌다. 모집공고를 통해 학부생 조교를 신청 받아 3학년 이상, 전체 평점과 해당교과목의 성적 등을 기준으로 선발했다. 학부생 조교에는 학기 중 월 30만원씩이 지급된다.

학부생 조교 한 명당 4~5명 정도의 학생들을 맡아 주 2회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교과목의 개설 주체는 교수이다. 담당교수 지휘 하에 학부생들이 조교로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담당교수에게 그 주에 강의할 내용에 대한 지시를 받고, 수업진행상황, 출석현황과 과제평가결과 등을 보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담당교수는 수강생의 pass와 fail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학부생 조교제’에 대한 신입생들의 반응 또한 좋다. 60명을 모집하는 기초생물학은 67명이 수강신청 했으며, 수강 정원이 120명인 기초물리학은 수강신청 첫 주에 모집이 마감되기도 했다.

김명환(서울대 교무부) 학장은 “자신이 특정교과목을 수강할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하는 신입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입생들이 수업을 듣는데 학부생 조교에게 배울 때 더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에 학부생 조교를 활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초 단계를 가르치는 도중 필요에 따라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학부생 조교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기초물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대현(서울대 물리4) 학부생 조교는 “내가 1학년 때 공부하며 내가 어려워하던 것을 지금 신입생들도 어려워한다”며 “강의 준비를 할 때 옛 경험을 살려 내가 공부하는 데 어려워했던 부분을 신경써서 준비한다”고 말했다.

기초화학을 강의하고 있는 구자영(서울대 화학3) 학부생 조교는 “수업 이외에도 선배로서 대학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조언들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학부생 조교제는 신입생들의 다양한 교육배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줄여 대학교육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맞춤형 교육제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학교는 튜터링 제도와 같이 대학생 학력저하 혹은 성적 편차가 커지는 것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다.

‘학교’라는 교육의 기관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와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바로 학력이다. 기초가 없으면 ‘알아서 해라’라는 식의 학교가 아니라, 기초부터 다잡아 주는 것이 학교의 의무이자 발전을 위한 전략이 될 것이다.

공과·IT대학 투터링제 혁신사업일환 일부실시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 공학 혁신사업의 일환으로 튜터링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공학 인증 학과에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건축공학과, 전기공학과 등 공과 대학과 전자·정보통신학부, 소프트웨어 학부 등 IT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다. 튜터링은 수학 및 기초과학과 전공기초로 구분이 된다. 이 구분에 따라 학과 특성에 맞게 과목이 개설된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의 수학 및 기초과학 분야에는 물리학과 미적분 강의가 개설돼 있다. 수강생은 학년에 제한 없이 자신이 기초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우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튜터의 경우 3, 4학년을 기준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대학원 석사 또한 가능하다. 수강인원은 과목에 따라 다르나 적은 경우에는 1명, 많으면 10명의 수강생을 한 튜터가 담당하게 된다. 일종의 과외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