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LINE OF MUSICAL

육군상사로 전역한 후 만화방을 운영하는 아버지 장봉구는 홀로 삼남매를 키우며 살아 왔다. 그러나 운영하는 만화방이 밎 때문에 사채업자 손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봉구는 만화방을 살리기 위해 삼남매를 시험한다. 만화방의 수익을 올리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먼저 결혼하는 한 명에게 만화방을 물려준다고 통보한다.

장남인 요리사 미원은 손님들에게 라면을 끓여 팔면서 수익을 높이고, 미모의 막내 딸 미소는 화장품을 팔며 미모로 승부한다. 그러나 늘 만화에 푹 빠져 사는 미숙은 별 재느이 없어 보인다.  이런 미숙을 지켜보는 김진수는 스케치북에 미숙의 얼굴을 그려 넣으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미숙이네의 대표 이웃은 조여사다. 조여사는 김밥행상을 해 하나뿐인 아들 진수를 법대까지 보낼 만큼 생활력이 강하다. 홀아버지 봉구처럼 자식만 보고 살아오지만 마지막까지 자식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한다. 봉구와 인생의 벗이자 마음의 동반자가 된다.

건달 바우와 그를 따르는 똘마니, 분식점을 하는 명자, 둘리를 좋아하는 천진난만 달봉이 등. 미숙이 가족과 이웃들은 물심양면으로 만화방을 지켜나가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View Point

하나. 관객은 곧 배우다.
뮤지컬은 진수의 노래로 시작한다. "잡담금지 이동금지 수면금지 취식금지..." 신나는 노래 곡조 때문인지 단순한 공연예절 설명마저도 즐겁다. 사투리를 이용한 넌센스 퀴즈도 이어진다. "땡기소의 반댓말은?" 이라는 질문에 관객들은 웅성웅성 고민에 빠진다.  첫 줄의 관객이 "미소!"라고 정답을 외치자 관객들의 동요는 더 커진다. "미소는 뭐야?" "사투리래"

대구에서 창작된 뮤지컬인 만큼 사투리는 뮤지컬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동수 기획실장은 "같은 작품을 대구와 서울에서 공연했을 때 다른 점이 있다면 관객들의 반응이다"며 "대구관객보다 서울관객들이 더 솔직하게 반응하고 웃어주기도 하지만, 사투리 때문인지 배우가 의도하는 웃음의 타이밍이 달라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래가 넘치는 뮤지컬 안에서 관객들은 배를 잡고 웃고, 때로는 함께 울먹이며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간다.

한참 뮤지컬의 열기가 달아오를 무렵, 김밥 보따리를 이고나온 조여사가 "김밥 좀 사주이소"라며 관객에게 다가온다. "지,진짜로?" 당황한 손님의 입에서 짧은 질문이 터진다. 그러나 배우는 아랑곳 않고 김밥을 들이대며 1500원을 부른다. "진~짜다! 빨리 돈 도, 빨리 돈돈"

배우들이 파는 물건은 김밥뿐만이 아니다. 아버지의 만화방을 물려받기 위해 방문 화장품 장사에 나선 미소는 립글로즈를 들고 관객에게 다가온다.

관객들은 "남자친구의 뽀뽀를 부르는 립글로즈에요. 하나 사세요!" 라는 미소의 눈을 은근슬쩍 피하기 바쁘다. 이내 미소는 립글로즈 장사를 포기하고, 관객들에게 무료 마스크를 나눠주고 들어간다. 관객을 가만두지 않는 실생활용 개그로 인해 객석과 무대, 배우와 관객의 경계는 무너진다. 관객은 이내 함께 노래를 부르며 뮤지컬에 참여하게 된다.

둘. 모든 이야기는 만화방에서 시작된다.
'만화방 미숙이'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평범하고 진솔하며 소박하다. 아버지의 만화방에서 만화책과 함께 자란 미숙이는 만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테리우스, 둘리, Mr.Black.... 그녀가 꿈꾸는 사랑은 엉뚱해 보일 정도로 순진해 보인다.

그러나 만화방에서 떠난 아내를 추억하는 봉구의 마음을 가장 깊이 헤아리며, 만화방을 지키고자 하는 자신감을 보일때는 갖은 시련과 고통이 다가와도 당당하게 맞서 나가겠다는 들장미 소녀 캔디를 보는 듯하다.

만화방에서 만화책과 함께 자란 또 다른 주인공은 진수다. 진수에게 만화방이란 어린 시절 어머니가 김밥을 팔아 모든 돈을 훔쳐 출입했던 성장의 공간이자, 미숙이가 있는 사랑의 공간이다. 만화방에 올 때마다 만화방 구석 책상 밑에 붙여뒀다는 그의 수많은 코딱지만큼 어린 미숙이와 함께했던 추억이 가득하다.

또 다른 캐릭터 달봉이에게 만화방은 둘리이다. 늘 무전으로 만화방을 찾아 둘리 만화책을 찾는 달봉이에게 만화방은 둘리의 초능력만큼이나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일 것이다.

"다들 나만 갖고 그래 나도 주인공을 하고 싶었단 말이야! 왜! 나도 할 수 있어 한번 시켜주면 정말 잘 할 텐데"라는 감초조연의 연기에 '미숙이네 만화방'은 더욱 유쾌하다.

이렇듯 만화방은 누군가에게는 꿈이 있는 곳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머물거나, 옛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만화방이라는 작은 공간이 우리 일상의 이웃 같은 미숙이네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감상한다면 '만화방 미숙이'의 매력을 더욱 달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WITH STAFF

▲ 이동수 기획실장

2007년 1월 18일. 대구에서 최초 창작 되어 선보인 '만화방 미숙이'가 성공리에 그 역량을 보이고 중국으로 진출했다. 해외 초청공연까지 마치며 그 진가를 톡톡히 인정받은 '만화방 미숙이'는 서울 진출에 도전했다.

문화계는 '만화방 미숙이'를 두고 지방 뮤지컬이 서울에 진출한 첫 케이스이기에 한 번 놀라고,  '만화방 미숙이'의 성공에 두 번 놀랐다.

왜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지방의 작품들이 서울에 진출하지 않았던 것일까.
먼저 '만화방 미숙이' 이동수 기획실장은 "우선 사람에게 살아온 삶의 터전이 중요한 만큼, 지방 연기자들이 서울로 올라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지방배우들의 서울진출은 생활공간이 달라진다는 큰 부담감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대구라는 지역에서 대호평을 받은 작품이라 해서 서울에서도 같은 호응도를 얻기란 힘들다. 이 실자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을 선보일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홍보가 중요한데, 서울은 대구에 비해 홍보가 어렵다"고 말한다. 젊은의 거리,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는 각종 연극와 뮤지컬등이 넘쳐난다. 이곳에서 두 달이라는 짧은시간 동안 성패를 가려야 하는 대구 뮤지컬 팀은 공연 전부터 남보다 배로 발품을 팔며 홍보에 매달려야 했다.

이 실장이 전하는 23명의 '만화방 미숙이' 팀의 이야기는 미숙이의 사랑처럼 평타나지만은 않다. 그는 "대구에 각각의 생활과 가정이 있는 23명의 친구들이 서울에 상경해 좁은 여관생활로 2개월 가까이 버틴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가 커다란 모험이자 도전이었다"며 '만화방 미숙이'의 서울 진출은 말보다 훨씬 큰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힘들고 피곤한 배우와 제작진을 지탱해 주는 것은 모두가 함께 꾸고 있는 꿈이다. '서울 뮤지컬에 도전하는 미숙이가 잘 돼야한다'는 목표가 있기에 좁은 여관에서의 생활도, 분장도구 조차 부족했던 고비도 함께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 미숙이 팀은 자신감이 생겼다. 이 실장은 "다음에는 1~2년의 기간을 갖고 장기공연에 돌입할 계획도 세우는 중이다"며 "'만화방 미숙이'는 드라마로도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여와만 동시개봉 할 것이 아니라, 각 지방의 특색을 반영한 '만화방 미숙이'가 전국구로 사랑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만화방 미숙이'를 지은 작가의 뒷이야기도 훈훈하다. 이성자 작가는 대구시 봉덕동에서 십 년을 넘는 세월으 살며 통일만화방과 통일부동산을 해온 아버지를 위해 '만화방 미숙이'를 썼다고 전해진다.

군생활 20년, 통장직 20년, 홀애비 20년을 명함처럼 가지고 있었다는 그의 아버지는 '만화방 미숙이'안에서 자식을 위해 한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장봉구로서 다시 조명 받은 것이다.

'만화방 미숙이'가 가족뮤지컬이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승승장부할 수 있었던 데는 따뜻한 작가의 마음과 배우와 제작진의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비오는 날에 엎드려 만화책을 읽던 그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적었다'는 이 작가의 바람처럼 관객들은 '만화방 미숙이'를 통해 진정으로 따뜻한 웃음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