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밖에도 지난해 우리나라 차음료 시장에서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남양유업의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를 포함한 10여 가지 이상의 생수 및 차음료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블루골드(Blue Gold)

녹차 음료가 하나 둘 음료가판대에 올라오는 듯 하더니 어느덧 달콤한 탄산음료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각양각색의 유색소 음료가 녹차 등의 차음료에 자리를 빼앗겼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물산업의 규모는 500억원에 달한다.

또 매년 8% 가량씩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실로 가파른 성장세이다. 이러한 흐름을 읽은 세계물정책연구소의 샌드러 포스텔 소장은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일 것이다”고 블루골드의 시대를 예고했다.

물시장의 변혁은 레스토랑, 카페, 마켓 등 각지 각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먹는 물에서 벗어나 탄산수, 산소수, 해양심층수 등 기능성 생수가 속속 출시되는가 하면, 탄산음료 등이 차지했던 대형마켓의 음료진열대에는 이들 프리미엄 생수가 늘어섰다.

프리미엄 생수란 일반 물보다 재료와 기능을 강화한 물을 일컫는다. 때문에 가격도 일반 물의 2배, 비싼 것은 3배가 넘는다.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입 생수를 포함한 국내 프리미엄 생수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소비자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프리미엄 생수들이 저마다 특유의 효능과 강점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생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무레(www.mu-re.com)의 김혜미(27) 대표는 국내의 생수 및 정수기의 세균문제를 깨닫고 해외 여러 나라의 좋은 물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현재의 수입생수 판매사이트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해외에서 그 기능성을 인증 받고 한국 소비자의 물밧을 사로잡은 외국생수에는 ‘페리에(Perrier)’, ‘산펠레그리노(Sanpellegrino)’ 등의 탄산수와 , ‘피지워터(Fiji water)’, ‘에비앙(Evian)’, ‘휘슬러(Whistler water)’등의 미네랄워터 및 건강음료가 있다.

김 대표는 “창업초기에는 식수의 중요함이 알려지지 않았고 물을 돈 주고 사먹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컸었다”며 “그러나 요즘엔 식수의 중요함이 많이 알려져 다양한 생수를 음용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레에서 20대 고객층에게 가장 선호되는 상품은 프랑스의 ‘에비앙’과 피지의 ‘피지워터’, 영국의 ‘타이난트’등이다. 2, 30대 연령층에게는 물병의 디자인이 예쁜 생수가 많이 선호되고,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마린파워’나 ‘자작나무수액’등의 건강워터가 강세다.

그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인기를 보이고 있는 물산업은 다가올 미래에 이상기후나 온실효과, 식수의 부족 등으로 인해 더 큰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물이 만들어 낸 트렌드

물이 단순히 수분 보충용이 아닌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면서 물과 관련된 다양한 직종과 산업이 파생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물을 파는 ‘워터카페’ 혹은 ‘워터바’와 생수의 특성과 음용법을 알려주는 ‘워터 소믈리엷가 그것이다.

‘워터카페’는 음식을 주문해 먹는 일반적인 레스토랑처럼 갖가지 종류의 물을 주문해 마시는 스타일의 신종 카페이다. 고급 레스토랑과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도 음료 메뉴에 음료가 아닌 기능성 생수가 등장했다.

‘워터 소믈리엷는 와인 수준으로 격상 된 물의 위상을 보여주는 예이다. 프리미엄 생수시장의 급성장으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주문 풍속도가 달라졌다. ‘워터 소믈리엷는 주문한 음식이나 자리의 분위기에 맞춰 고객에게 물을 골라준다. 물맛을 알려주며 추천하는 물맛 가이드이다.

서울 소재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의 한 관계자는 “식사 후 커피가 아닌 허브, 인삼 등의 각종 차와 기능성 물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라임이나 레몬처럼 상큼한 맛을 내는 프루츠 워터(Fruits Water)가 20대 여성 손님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수돗물도 프리미엄을

한편, 우리 생활에서 물의 새 패러다임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은 프리미엄생수뿐만이 아니다. 생수의 명품화를 꿈꾸는 프리미엄생수와는 다르게, 수돗물의 명품화를 꿈꾸는 ‘아리수’도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 수돗물에 ‘아리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리수는 크다는 우리말 ‘아리’와 한자 ‘水’를 결합한 것으로, 고구려 때 한강을 부르던 말이다. 타 도시의 수돗물과 차별화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예쁜 이름만으로 시민들의 수돗물 음용에 대한 불신감을 없애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부터 ‘아리수 스쿨’을 운영해 수돗물 정수과정을 견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수과정의 위생상태를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이 수돗물을 믿고 마실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아리수는 플라스틱 병에 담겨 기존의 일반생수와 같은 판매용 수돗물로서의 데뷔를 앞두고 있다.

물 열풍은 웰빙을 타고

물은 더 이상 자유재가 아니다. 대가없이 자유롭게 호흡에 사용하는 공기처럼 마음껏 사용해 온 물이 경제재로 돌변한 시대가 왔다.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마시던 소박한 의미의 마시는 물이 건강과 미용을 좌우하는 상품화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지구의 표면은 약 70%가 물로 덮여있다. 그러나 이 중 97%는 바닷물이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담수는 3%정도이다. 다시 이 중에서 빙산과 빙하, 지하수 등을 제외하면 실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은 지구 전체 물의 0.03%뿐이다. 안타깝게도, 물의 행성이라는 지구가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물의 양은 많지 않다.

그나마도 상당량의 배기가스와 산성비 등 공업화의 부산물은 맑은 물, 깨끗한 물을 위협한다. 혹자는 이러한 물의 위기를 지구의 생태 위기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며, 가장 심각하고,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위기라고 말한다.

유엔 세계물위원회는 세계 물부족 인구가 2025년이면 3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인구 3명 중 1명꼴로 물 기근에 시달린다는 이야기이다. 세계적인 인구증가와 반대로 물 공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내리막길을 갈 전망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흔하디 흔했던 물을 ‘귀한 님’으로 격상시켰고, 오염되지 않은 물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운 프리미엄 생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했다. 더불어 각 나라들은 높아진 물의 가치에 걸맞게 물산업을 추진시키고 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생수 제조업 등이 이것이다. 국내에서도 물산업을 위한 정부의 보조와 각 지자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예로 제주도에서는 물산업을 제주의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물산업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제주삼다수 생산 및 수출기반을 마련하는 등 시설과 제도를 확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해외 유명 생수들에 비해 국내산 생수의 위상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품질이 좋은 해양심층수, 천연암반수 등 우리 지하수를 더욱 발전된 기술과 마케팅 전략으로 해외 유명 생수들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생수로 발 돋음 시키는 것이 국내 물시장의 목표이다.

한편, 물시장의 확대에는 웰빙 열풍도 한 몫을 했다. 경제수준 향상과 함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탄산음료 대신 몸에 좋은 물을 찾는 일들이 늘고 있다. 이를 위해 비싼 가격의 수입생수도 기꺼이 구매하고자 하는 손길이 증가했다.

상품으로서의 물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물을 마시는 시대는 지났다. 물의 브랜드화는 이미 성공을 거뒀고, 물은 트렌드를 선동하는 아이템이 됐다. 맑고 깨끗한 물은 기본이며, 건강과 스타일까지 갖춘 물이 대접받는 시대가 왔다.

 앞으로 더욱 더 ‘물맛을 아는 소비자’들은 원하는 맛에 따라, 기능에 따라 찾는 물의 취향도 다양해질 것이다. 기호에 따라 선택하고, 선물까지 할 수 있는 상품으로서의 먹는 물은 그 새로운 패러다임을 타고 인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자돋보기> 물 민주주의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국민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쇠고기에 상처받은 민심은 각종 괴담과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대한민국을 빚어냈다. 이러한 이슈 소용돌이 안에는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반대의견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최근 수돗물 민영화 등 물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물산업지원법’ 입법안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수돗물 민영화를 우려하는 근거가 왜곡돼 있음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다나 시바의 좬물전쟁좭에 의하면, 반(半)사막인 볼리비아의 코차밤바(Cochabamba)시는 물이 아주 부족한 지역이다. 1999년 이 곳은 ‘음용수와 위생에 관한 법’이 통과돼 수돗물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코차밤바의 최저임금은 월 100달러를 넘지 못했지만 민영화 후 수도요금은 한 달에 20달러였다. 이는 다섯 식구 가정의 2주간 식비였다. 살인적인 물값을 감당할 수 없는 코차밤바의 시민들은 수돗물 민영화가 시행된지 일 년 만에 시민연대를 구성했다. “물은 생명이다”라는 구호를 내걸은 시위대와 다국적 기업의 손을 든 힘없는 정부의 싸움으로 도시는 마비됐다. 현재, 시민들은 승리했고 거대기업과 시장경제에 빼앗겼던 수자원을 되찾았다. 수돗물 민영화 법안은 폐기됐다. 그러나 코차밤바시민들이 ‘물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흘린 피는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물 사업을 민영기업에 넘긴 사례가 없지만, 세계 각지에서 수질 향상, 가격 인하 등을 예상하며 수돗물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돗물 민영화를 시행했던 여러 지역에서 수도요금 인상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은 물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명의 근원인 물을 중단하는 대재앙을 초래했다. 이러한 예들로부터 ‘왜 물전쟁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랫동안 공공재이자 자유재였던 물이 최고의 상품가치를 지니게 된 요즘. 시장 자본주의는 블루골드인 물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장 자본주의는 물의 다양한 가치와 인간과 생태의 가치는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물전쟁을 막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은 ‘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막아 근본적인 물 부족을 막는 노력에 물을 소비하는 지구인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이로써 기술과 자본을 지닌 기업에서가 아닌 자연에서 물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작은 정책변화에도 사회구성원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며, 정부정책담당자 혹은 기업경영자는 인간·생명중심주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