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데이트(working date)’를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단어 그대로 ‘일을 하며 데이트 한다’의 뜻을 가진 워킹 데이트는 사람들의 일에 대한 전문성 요구와 욕심이 늘어가는 만큼 주목을 받는 데이트 방식 중 하나다.

워킹 데이트란 말을 처음 사용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선 20~30대 ‘일 중독자’인 젊은 신흥 창업가들이 애인과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끝낸 뒤 각자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일에 열중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선 우리나라의 워킹 데이트와는 방식과 의미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일명 ‘워킹족’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커피 전문점이다.

커피 전문점에 간다면 젊은 커플들이 구석 자리마다 모여 공부나 작업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커플은 각자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며, 어느 커플은 서류를 정리해가며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이제 연인은 서로의 바쁜 일과 속에서 잠시 기대는 안식처의 역할을 넘어서 함께 발전을 해나가는 동행자의 역할까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직장 밖에서 함께 일을 하고 서로 의논하며 자신을 가꾸어 간다.

일 중독자가 넘치는 세상

미국에서는 일이 바빠 교제할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일과 로맨스를 병행하는 ‘워킹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시도 때도 없이 일에 묻혀 살아야 하는 미국인들이 많아진 것과 고위직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들 또한 바쁜 사회 생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고위직에 진출하면서 역시 일을 손에서 뗄 틈이 없는 남성과 짝을 이룰 수밖에 없게 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지위, 역할 변화는 데이트 방식을 포함해 이성을 바라보는 기준도 변하게 했다. 남성들은 ‘무능력한 현모양처’가 아닌 이왕이면 ‘능력있는 현모양처’를 추구하게 됐으며 결혼 상대자를 이어주는 사이트의 고객들 중에 마치 자랑하듯 자신을 ‘일 중독자’라고 알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3시간 공부, 1시간 여담

커피숍에서의 워킹 데이트는 단순히 함께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다 잠시 지루할 때 커피도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애정행각이 이어지기도 한다.

김아무개(자율1) 학우는 일주일에 2~3번은 남자친구와 커피숍에서 공부를 한다. 김 학우는 “도서관에선 대화를 하고 싶을 때 할 수 없어 커피숍에서 공부도 하고 대화를 나눈다”며 “보통 커피숍에서 3~4시간 정도 있는데 3시간은 공부를 하고 1시간은 커피를 마시며 논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과 연애를 동시에 하는 것은 노동이라는 일 속에서 여유로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된다.

워킹데이트, 대학생에게 필수

우리나라의 워킹족은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대다수다. 취업을 앞둔 학생들은 마냥 놀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취업준비 및 학업과 연애를 따로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때문에 연애와 일을 한번에 하는 워킹데이트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심효숙(산공1) 학우는 “시험기간이라 공부는 해야 하는데 남자친구는 만나고 싶어서 함께 공부했다”며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와 데이트를 한번에 할 수 있고 일반적인 데이트를 하는 것보다 돈이 덜 들기 때문에 워킹데이트는 대학생에게 필요하다”며 워킹데이트를 추천했다.

워킹족이 커피숍에 눈에 띄는 시간은 보통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다. 점심을 먹고 커피숍에 가서 함께 데이트를 나누다 저녁을 먹기 전에 커피숍에서 나간다. 방학과 주말엔 커피숍 구석 자리를 맡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자리를 잡는 커플도 있다.

학교 앞 이지야 커피숍 직원은 “오랫동안 나가지 않는 워킹족을 오히려 환영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손해일 수도 있지만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인식된다면 장기적으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파스타리오 백은경 사장은 “식사시간 외에는 가게가 비어있는 시간대가 많다”며 “와서 음식만 먹는 곳이 아닌 여유로운 시간대를 이용해 담소 및 미팅, 스터디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석이조를 누리자

박준형(국문3) 학우는 “여자친구와 헬스클럽을 다니며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며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마치 일과처럼 만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같이 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서로 짜고 학원을 빠지게 되는 일이 많아 별로 좋지 않았다”며 “서로의 성향이 같다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공부를 위해 만난다는 건 좋은 핑계일 뿐, 놀기 바쁠 것이다”며 워킹데이트를 지적했다.

또한 임이랑(산공1) 학우는 “둘이 있으면 더 놀고 싶고 집중이 잘 안된다”며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과 데이트를 한번에 한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일석이조’라 볼 수 있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두가지를 만족시킬 만큼 각자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트할 틈이 없는 이들에게 ‘워킹 데이트’는 그나마 연애를 유지하게 해준다. 이런 틈을 통해 연결된 공감대는 관계를 강화시켜 주기도 하지만 일을 끝내기 전엔 상대방에게 100% 관심을 보여줄 수가 없는 워킹데이트는 서로의 대한 사랑을 식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상대방이 자신보다 한가한 사람일 경우 관계가 지속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선 서로가 데이트의 계획을 미리 분명하게 해둬야 한다. 서로의 일과 연애에 집중할 수 있는 전제조건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한다. 학업에 방해될까봐 애인이 없다면, 평소 학업과 연애를 따로 했던 커플이라면 워킹데이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험공부뿐만이 아닌, 과 특성에 맞는 작업, 토익이나 한자, 그리고 서로의 공통관심사에 대해 같이 공부하고 의논해보자. 이런 공감대는 나를 발전시킬 뿐만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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