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구호소리에 맞춰 힘껏 줄을 당기고 있다. 출처:이대학보

5월은 가정의 달인만큼 여러 가지 가족 행사가 많은 달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전국 대학의 축제가 한창인 때이다. 그야말로 ‘대학 축제 시즌’이다. 우리학교에는 28일부터 사흘간 ‘72_OURS It’s Hot. Be Here’이라는 타이틀로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축제를 의미하는 ‘대동제’는 무엇을 뜻할까? 대동(大同)은 말 그대로 크게 하나로 모인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동제는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축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학은 중·고등학교와 달리 각 단과대학과 또 각 학과로 분리되어서 개별성이 부여된 곳이다. 어느 특별한 장이 아니면 서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계기가 없다. 때문에 ‘대동제’를 통해 함께 하나로 어울리자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축제에서는 어떤 행사들로 이 ‘대동’의 의미를 살린 축제를 열까?

우선 우리학교 축제의 주된 풍경은 각 학과에서 여는 주점과 인기 연예인의 공연모습이다. 올해 축제 역시 연예인 공연 일정은 빠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강조된다. 연예인 공연이 부각된 내용의 수많은 포스터가 학교 곳곳에 붙은 것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다른 대학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마치 대학들은 ‘연예인 초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어느새 연예인의 공연이 대학축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을 앞다퉈 섭외하는 주최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제의 주체인 학우들 또한 축제를 ‘연예인을 보기 위한’ 행사로 여기는 인식이 만연하다. 축제의 흥을 돋기 위한 연예인의 공연을 중심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모습이 이를 말해준다. 얼마 전에는 서울 한 대학교의 축제에서 초청한 가수를 보기위해 몰려든 인파로 인해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 최현규(중문2) 기획팀장은 “현재 축제 트렌드와 학우들의 기호를 무시할 수 없다”며 축제 기획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연예인의 축제’가 되지 않으려는 몇몇 학교의 노력도 보인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축제는 연예인 보다는 학우들의 공연을 위주로 진행된다. 외대 총학생회 박영득(정치외교3) 사무국장은 “외대는 어문계열이 특성화된 학교인 만큼 각 학과와 동아리의 특색을 살린 공연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과라면 라틴춤을 추는 공연을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이화여자대학교는 전통적으로 축제에 연예인을 섭외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대 총학생회 김지연(사체4) 문화기획국장은 “연예인때문에 자칫 수동적일 수 있는 축제를 지양하고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지향한다”며 “특히 폐막식에 열린 ‘영산줄다리기’는 이화인이 하나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마시고 노는 축제를 벗어나

연예인 외에도 대학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점은 각 학과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열곤 한다. 하지만 주점 외 참신한 행사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덕성여대, 동국대, 서울여대, 연세대, 한양대의 5개 대학은 ‘사랑의 열매’와 함께 나눔의 축제를 연다. 각 학교마다 시행하는 모금 행사와 나눔의 대상도 가지각색이지만 기부 문화의 전파라는 목적은 같다.

국민대에서는 조혈모세포기증운동을 통한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돕기 행사를, 대구대에서는 장기기증행사와 헌혈증 모으기 행사, 장애학우와 함께하는 활동보조체험과 장애인 스포츠 체험 행사가 준비됐다. 목원대는 목원대 내 사회봉사지원센터를 주축으로 중국 대지진 피해지역을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을 전개했다.

또 목원대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들이 ‘중국음식젼과 ‘중국물품’을 판매해 모금된 성금을 중국 대사관에 전달 할 예정이다. 또한 경기대는 수원에 위치한 권선보건소와 함께 절주, 금주 캠페인을 연다. 원광대 또한 금연클리닉 부스를 마련해 학우들에게 건강을 강조하는 행사도 많이 개최됐다.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축제를 진행한 고려대 또한 참신하고 의미 있는 행사들로 눈길을 끌었다. 금연클리닉을 비롯해 보건과학대학 절주동아리와 연계한 금연·절주 캠페인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행사장 곳곳에 기부박스를 비치해 이용하는 학생들의 자율적 기부를 유도했다.

또한 조형학부에서는 한 업체에서 제공하는 쓰레기를 이용해 조형물을 만들어 교내에 전시하는 ‘캠퍼스 그린 라이프 캠페인’을 펼친다.

우리학교도 ‘십시일반’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른바 ‘행운권’을 장당 500원에 판매해 수익금 전액 장학기금조성에 쓸 예정이다.

우리가 주인공

▲ ‘사랑의 열매’ 주최로 열린 ‘2008 캠퍼스 나눔 도전’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활짝 웃고 있다.출처:한국대학신문

대학축제에 필요한 것은 그 대학만의 특색을 살릴 만한 ‘대학 문화’ 이다. 이러한 대학문화가 정착된 대표적인 학교로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를 꼽을 수 있다. 두 학교 모두 아카라카와 입실렌티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들만의 대학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비록 일부 서로를 비방하는 모습이 보인다 할지언정 이를 통한 전교생의 단합과 화합의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물론 위 학교들이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문화가 있기에 축제의 주인공은 연예인이 아닌 그들 자신이다.

우리학교 총학생회 최 기획팀장 또한 “우리학교만의 문화코드가 있다면 굳이 연예인이 아니어도 학우들간의 융합, 조화는 가능할 것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앞서 말했듯이 단순히 축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대동제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모두 함께 하나 되어 뭉치고 화합하자는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우리학교 축제의 타이틀인 ‘72_OURS It’s Hot. It’s Here’의 의미는 3일이라는 72시간을 ‘우리의 것’으로 확실히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즉, 우리만의 72시간이 되어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열정이(It’s Hot) 여기에(Be Here) 즉 우리학교에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우리학교에는 이렇다 할만한 우리학교만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학우 스스로가 축제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충분히 멋진 축제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대학문화를 만드는, 그리고 그 문화를 진정으로 즐길줄 아는 우리 경원인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