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이웃 또는 지역사회를 돌아보면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문제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많다. 기부란 이렇듯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돈이나 물품을 제공하거나 자원봉사로서 돕는 활동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회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참여의식에서 기부문화의 꽃이 활짝 피어날 수 있다.

나눔과 순환의 의미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기부는 크고 거창하게 들린다. 기부에 대해 석정근(신방1) 학우는 “어려운 이웃들을 볼 때마다 도움주고 싶지만, 금전적인 기부를 해야 되는 것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학생의 신분으로서 ‘경제적인 자립수단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엷 혹은 ‘내가 줄 수 있는 수준의 도움이 미미할 것만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기부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의 시작만으로도 나눔의 실천은 시작된다. 우리의 작은 도움과 관심은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
창의적 자기이기주의(creative selfishness)론에 따르면 기부는 결코 자기희생적이지 않고 오히려 기본적으로는 자기발전이며 자기이익이다. 도덕적으로 선해지는 것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부는 자기 자신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학생으로서 나눔을 통한 자기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길, 첫 번째 방법은 봉사이다. 봉사에도 종류가 많지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봉사이다.

우리학교 동아리 ‘다섯손가락’에서는 농아인을 위한 정기적인 수화공연을 갖는다. 선천적이거나 혹은 후천적인 이유로 수화를 배우고 있는 이들에게 노래로서 수화를 가르쳐 주는 활동이다. 변종국(정보통신2)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장애인들의 활동이 적다”며 “일반대중에게 수화공연을 함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벽을 허물고, 농아인들이 사회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수(전기공학2) 학우는 농촌의 노동력 부족 현실을 체감하고 봉사동아리 ‘달구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집이 시골이기 때문에 농사일 얼마나 힘들고, 노동력이 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동아리를 통해 매년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가거나 성남시와 연계해 사회복지단체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힘이 필요한 곳을 찾아 마음속에 가둬 둔 나눔을 실천하면 주는 만큼 기쁘고, 더 큰 행복을 돌려받을 수 있다.

창의적 기부문화 창출

나눔을 통한 자기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길, 두 번째 방법은 기부이다. 기부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헌옷을 이웃과 나눠 입거나, 구세군, ARS전화 등에 모금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또 각종 기부전문단체를 통한 기부방법이 있다. 홍석영(불문1) 학우는 “학교에서 접한 유니세프를 통해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고, 이기호(디자인1) 학우는 “매달 Save the children라는 단체에 기부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사회적·국민적 기부문화의 촉진을 위한 기부방법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들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지을 수 있는 일련의 온라인 기부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해피빈은 2005년 7월 NHN과 아름다운 재단이 공동으로 만든 온라인 기부 포탈이다. 여기서는 1개 당 100원의 가치를 지니는 콩이라는 온라인 기부아이템을 이용해 원하는 단체에 간편하게 기부를 할 수 있다.

사회단체나 기업들을 후원단체로 삼아 네티즌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콩을 얻고,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3천만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온라인 기부문화를 열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콩을 이용해 기부를 원한다면 해피빈에 등록된 2천여 개의 단체를 검색해 원하는 단체의 모금함에 콩을 기부하고, 콩을 받은 단체로부터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해피빈에서는 콩 기부하기 외에도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기증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해피로그 단체를 찾아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으며, 콩은 현금 충전식으로도 살 수 있다.

또 다른 창의적 기부문화의 한 예로는 ‘희망동전쌓기’ 캠페인을 들 수 있다. 게임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희망동전쌓기’ 캠페인은 즐거운 소액기부문화를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삼성동 COEX 이벤트 코트에서 진행되는 ‘희망동전쌓기’는 주최측에서 제공되는 동전을 쌓는 만큼 기부할 수 있는 게임형 기부체험프로그램이다.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남을 돕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전국의 가정에 잠들어 있는 사용하지 않는 동전을 활용함으로써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어 뜻 깊다. 여기서 모여진 기부금은 기아대책의 국내프로젝트, 유니세프의 해외프로젝트에 의해 우리의 이웃에게 희망을 전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로부터 헌 물건을 기증받아 손질하여 싼 값에 되팔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다시 공적 기부금으로 사용하는 자선 가게(NGO)이다. 수익은 ‘나눔진행’을 통해 지역 경제·문화 소외층과 공익사업을 하는 시민단체, 지역단체의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또 제 3세계의 자립을 지원하거나 구호활동에 사용되기도 한다.

기부문화의 활성화

아름다운가게는 누군가의 삶이 담긴 기증품이 또 다시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되는 ‘나눔과 순환 운동’의 장이다. 쓰레기로 전락될 뻔한 애물단지 물품을 활용함으로써 재사용문화를 확산시키고, 생태사회를 지향하는 면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아름다운가게에서는 물품기증부터 수리, 판매, 구입까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골라 구매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기부가 될 수 있다.

성남에서는 작년 여름 이후 아름다운가게 성남중동점이 문을 열었다. 지하철 8호선 신흥역 1번 출구에서 단대오거리쪽으로 올라가면 대로변으로 보이는 아름다운가게는 크기는 크지 않지만 아늑하고 깔끔하다. 누군가 고이 접어 기증했을 스카프부터 유행이 지나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아 입지 못한 좋은 옷가지까지 소박한 가격표가 붙은 물건들이 오밀조밀하게 가득 차 있다.

한적한 평일의 점심시간에 찾아간 가게에는 꾸준히 손님이 오갔다. 붐비지는 않지만 이곳의 물건이 진심으로 필요한 사람들과, 구매로써 기부문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아름다운가게에서는 물건을 판매하는 일일 자원봉사자를 ‘활동천사’라고 부른다. 일주일에 세 번씩 이곳을 지키러 오는 활동천사 이은혜 씨는 “대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유학준비를 하기 위해 휴학한 후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하는 만큼 노동량도 적지 않지만 봉사에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봉사에 나설 때는 책임감과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온라인 기부프로그램 '해피빈'의 순환 구조

아름다운가게 성남중동점을 관리해 나가는 박근정 매니저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과 시도이다”며 “아름다운가게 뿐만이 아니라 직접·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부나 봉사프로그램이 있다면 관심을 갖고 한 번쯤 참여해 보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월은 아름다운가게 11차 정기 수익나눔을 위해 지원을 원하는 이웃들의 신청을 받는 기간이다”며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빈곤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 의료비, 주거환경개선비, 학비, 취업교육비를 지원받고자 한다면 해당지역의 아름다운가게 매장으로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운 친구들이 있다면 심사를 걸쳐 학비, 취업교육비 등을 지원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양한 봉사활동이나 아름다운가게를 만들어 가는 활동천사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의 전화번호로 문의하길 바란다. 02-3676-1009(아름다운가게 회원팀)
 

글 / 서가영 기자
사진 /  선승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