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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가버린 역사를 굳이 기억해야만 하는가?
대입이라는 산을 넘어 취직이라는 또 다른 등반을 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역사’란 그저 과거일 뿐.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들은 그저 수능시험에 나올법한 일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한번쯤 이 말을 머릿속에 되뇌어 본다.
이미 지나가버린 역사를 굳이 기억해야만 하는가?
사람이 이미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좋은 일’을 기억하는 것이다. 떠올릴수록 기분 좋은 일이며, 또 다시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때문에 다소 과장하더라도 기록하며 추억하려한다.
둘째는 ‘나쁜 일’을 기억하는 것이다. 불행했던 일은
떠올릴수록 가슴 아픈 일이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때문에 다소 힘들더라도 과거의 일들을 거울삼아 현재를 돌아보려
한다.
5월에 기억되는 역사는 단연 1980년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다. 현대사이며 그렇게 멀지 않은 역사다. ‘나쁜
일’이라는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기억할 지라도 점점 잊어야 할 역사 중 하나일 것이다. 과거를 거울삼지 않더라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오늘을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5·18의 배경, 끝나지 않은 독재
‘유신’이라는, 군부독재의 상징적인 인물은 단연 박정희다. 우리나라 경제를 단기간에 급성장시키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지만, 무력으로 이뤄낸
박정희 정권의 마지막은 비참했다. 몇 발의 총성과 함께 유신의 시대는 끝났다. 79년 10월 26일의 일이다.
이 일로 사람들은 군부독재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억압받던 지난날을 청산하고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긴급조치 폐해 극복’, ‘근로조건 개선’ 등을
실시했다.
그러나 군부독재가 끝났다는 착각에서 빠져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26사태 이후 ‘서울의
봄’이라는 혼미한 상황 속에서 치밀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국민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등장은 또 다른 군사독재의 시작을 가져왔다.
‘화려한 휴가의 시작
12·12군사반란을 통해 ‘반 신군부세력’을 무력화시키고 정권을 차지한 신군부는 민주화 운동을 억제하기위한 본격적 군사정치에
돌입했다.
그 시작이 바로 1980년 5월 18일 0시를 기해 단행하였던 ‘비상계엄 전국 확대령’. 국회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된 이
조치는 집회, 시위 등을 금지시켰다. 언론출판도 검열을 받아야 했다.
국회를 무력으로 봉쇄하는데 적지 않은 공을 세운 계엄군은 비상계엄
확대에 따라 광주에도 진주했다. 이 때 계엄군이 진주했던 장소가 바로 전남대, 조선대, 교육대 등이다.
계엄군이 전남대에 주둔한 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발단이 됐다. 5월 18일 등교하려던 전남대 학생들과 출입을 제지하는 계엄군이 충돌을 일으켰기 때문. 이 날 “계엄군은
물러가라”를 연신 외치던 학생들은 계엄군의 진압봉에 무참히 진압당하고 만다.
계엄군의 무자비함을 폭로하기 위해 학생들은 도청 앞과 금남로에
진출하여 가두시위를 했고, 계엄군도 이에 질세라 그날 오후 3시 작전명 ‘화려한 휴갗를 개시했다. 계엄군의 본격적인 무차별 구타가 시작된
것이다.
‘화려한 휴갗의 첫 희생물은 바로 우리
대학생들이었다.
시위에서 항쟁으로
만약 전남대 학생들만의 희생으로 마무리 됐다면, 5·18은 단순한 ‘시위’로 기억됐을 것이다. 그러나 계엄군의 ‘사람사냥’식 진압은
광주시민들의 분노를 자극, 무장시위로 발전하게 한다.
광주시민들은 “계엄군은 물러가라” “전두환을 죽이자”등의 격한 구호를 외쳤다.
신군부에 대한 투쟁이었다. 총을 든 광주시민들은 ‘시민군’을 결성해 시내 곳곳에서 계엄군과 대치했다.
통제된 언론, 신군부라는 거대한 세력에 의해 폭도로 매도당한
광주시민들의 항쟁은 27일 끝났다. 장갑차와 탱크를 앞세운, 포위망을 좁혀 들어온 계엄군과 치른 도청에서의 격전이 그들의 마지막
전투였다.
잊지 못할 그 날의 광주
그 당시 광주가 갖는 시대상의 의미는 단연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이었다. 즉, 민주적인 사회에 대한 열망이었다.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면,
‘미국은 우방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형성됐음을 들 수 있다.
6·25 한국전쟁 때 남한을 위해 참전했던 미국이었다. 그렇기에 광주시민들도
“부산 앞바다에 미국 항공모함이 떴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탄압적인 신군부를 제지하고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부’와 ‘미국’은 국민에게 어떻게 인식될까?
5·18을 맞아 많은 국민들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대운하 반대’등의 피켓을 들고 광주를 찾아오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현 정부의 잘못된 모습은 ‘청산되지
않은 역사’로부터의 관행이다. 5·18이 바로 그 청산되지 않은 역사다. 그래서 5·18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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