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2살 대학생인 경원이는 경원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 학기에 총 21학점을 신청할 수 있지만 올해 1학기 때 경원이는 수강신청실패로 15학점을 신청하고 남은 6학점을 낭비하게 되었다. 한 학기당 등록금이 400만원이라고 하면 1학점 당은 약 19만원꼴이다. 경원이는 올해 1학기에 약 114만원을 손해 본 것이다. 이런 상태로 4학년이 된다면 졸업학점이 조금 모자라게 된다. 그래서 모자라는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계절 학기를 신청했다. 학업을 위해 써야 하는 등록금의 1/4은 날려버리고 또 계절 학기를 위해 돈을 내야하는 것이 경원이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경원이와 비슷하게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등록금을 아까워한 학우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모자라는 학점을 채우기 위해 계절학기까지 들어야 한다면 자칫 돈과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대표적인 제도로 ‘학점이월제’를 꼽을 수 있다. 학점이월제란 한 학기에 수강가능한 학점보다 신청 학점이 적은 경우 남은 학점을 다음 학기에 이월해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한 학기에 최대 21학점까지 들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1학기에 18학점을 신청하고 3학점이 남게 된다. 그러면 남은 3학점을 2학기로 이월해서 총 24학점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점이월제에 대해 계절학기중 학우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9%의 학우가 ‘반드시 시행해야하는 좋은 제도’라고 답했다. 이용회(전기소방1) 학우는 “유동성 있게 학점을 사용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라고 했다. 또, 이용화(산공1) 학우도 “학점이월제가 시행된다면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겠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에서는 이와 같은 학점이월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김지선(학사운영팀) 씨는 “학점이월제를 시행하기 전 정보수집에 있어 타대자료가 적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홍보가 미흡한 탓에 많은 학생들이 이 제도를 잘 알지 못 한다”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점이월제에 대하여 우리학교 나도빈(학사관리팀) 직원은 “중앙대학교는 우리학교보다 한 학기에 이수할 수 있는 최대 학점이 적어 실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대의 한 학기 취득 학점은 최대 18학점이며 졸업학점은 140학점 이상 취득자이다. 반면 우리학교는 한 학기 취득 학점은 최대 21학점, 졸업학점은 130학점 이상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졸업학점을 이수하는데 있어 훨씬 수월하다.

‘학점이월제를 시행해야한다’는 학우들의 다수 의견에 대해 그는 “고려해 볼 수는 있지만 우리학교는 한 학기당 들을 수 있는 총 학점이 많기 때문에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산장애나 시간이 조금 늦은 탓에 수강신청에 손해를 봐서 학점을 버리게 될 경우에 대해 나 직원은 “전공과목보다도 교양과목의 수강신청이 서로 치열한 이유에서 인 것 같다”며 “이 점은 어느 대학에서나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문제다”고 말했다.

작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공약 중에 학점이월제를 내세웠다. 고대 총학생회에서 정책국장을 맡았던 남윤호(생명과학3) 학우는 “학생들에게 학점 부담을 덜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또, “수강 후 여분의 학점이 수강하고 싶은 강의의 학점보다 적어 들을 수 없는 문제점 또한 보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양학점을 1학점으로 줄여 구조적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바뀔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굳이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여 공약이행에는 실패했다. 남 학우는 학점이월제가 시행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월된 학점으로 2학기에 수강학점이 늘어나면서 강의실 부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점이월제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학기 취득가능학점은 많지만 원하는 강의가 없거나 시간표편성의 문제로 신청하지 못하고 학점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옳다고는 할 수 없다.

학점이월제를 학우들의 59%가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등록금이 점점 오른만큼 학점 당 가치도 올라간다. 이러한 실정에서, 비싸지는 학점을 낭비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점이월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박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