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03년 9월 20일 돌발속보입니다. 오늘 낮 명동역 6번 출구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현장을 목격한 한 행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하늘을 가르키며 외계인이다! 외계인이다!며 소리치자 상황이 시작됐어요. 그 신호와 동시에 주변에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하늘을 손가락으로 지시하며 외계인이 나타났다고 소리치기 시작했고, 몇몇 사람들은 시체가 된 것처럼 풀썩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고는 사라졌어요”
이 상황은 ‘플래시몹’이라는 퍼포먼스의 일종이라는 분석입니다. 유혜영 기자가 플래시몹에 대해 집중보도를 해 드리겠습니다.

플래시몹이란
플래시몹(Flashmob)이란 인터넷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들이 연락을 통해 약속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일정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퍼포먼스를 뜻한다. 특정 웹사이트의 접속자가 한꺼번에 폭증하는 현상을 뜻하는 ‘플래시 크라우드(flash crowd)’와 ‘스마트 몹(smart mob)’의 합성어다. 플래시몹을 수행하는 이들을 가르켜 ‘플래시모버(flash mobber)’라 지칭하기도 한다.

신기술의 발달은 플래시몹이 유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플래시몹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의 전자기기를 통해 사람들이 연락하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신기술의 발달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조직을 만들고, 공동행동을 할 수 있게 도왔다.
플래시몹이 처음 탄생한 곳은 뉴욕이다. 2003년 6월, 플래시모버들은 한밤중에 하야트호텔 로비에서 15초 동안 박수를 쳤다. 이후 플래시모버들은 센트럴파크 자연사박물관에서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기도 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플래시몹이 기발한 시나리오와 함께 정착됐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는 수백 명의 플래시모버들이 로마의 한 대형서점에 몰려와 존재하지도 않는 책을 주문하다가 사라지는 플래시몹을 남기기도 했다.

무목적 VS 사회참여
포털사이트 다음의 플래시몹 카페(http://cafe.daum.net/flashmob)에서 ‘롤민’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아무개씨는 “플래시몹은 뚜렷한 목적없이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다”며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 행위를 즐길 수 있다”고 플래시몹을 하는 이유를 말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군대훈련, 보물찾기, 좀비 흉내내기, 명동 한복판에서 외계인에게 총을 맞고 쓰러지기, 영화배우 흉내를 내고 사라지기 등의 플래시몹들은 말 그대로 ‘유희’를 위함이 대다수였다.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플래시모버들의 행동은 단지 재미나 일시적인 호기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플래시몹이 단순히 ‘유희’의 목적으로만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플래시몹이 탄생했던 초창기에는 유희의 목적이 강했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사회참여의 수단으로 그 역할이 확장됐다. 역할이 확대된 플래시몹의 주제는 여러 가지 성격과 목적을 갖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소울드레서 카페’를 뽑을 수 있다.

비공개로 운영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소울드레서 카페(http://cafe. daum.net/SoulDresser) 회원들은 세태 비판에 대한 플래시몹을 행해 화제를 일으켰다.

소울드레서는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코엑스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대한민국의 사회 현상을 꼬집는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제각각의 옷차림으로 흩어져 있던 50여명은 돌발행동을 자행했다. 각자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 친구와 신문을 들고 의견을 나누는 사람, 쇠고기 협상과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높이 쳐들고 있는 사람들, 촛불집회를 외면하는 사람,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꼬듯 살충제를 뿌리거나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을 꼬집듯 ‘삼양라면’을 들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한 포즈의 퍼포먼스가 5분여 동안 펼쳐졌다.

지난 7월에는 관련 카페들이 연합해 서울 강남의 센트럴시티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합시다’라는 주제의 플래시몹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이 더해져 플래시몹이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조명되고 있다.

소울드레서 카페의 관계자 주란아(25)씨는 “플래시몹이 오로지 유희를 위함이라는 말은 편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플래시몹이 대부분 우스운 행동을 하거나 황당한 행동을 하지만 모든 플래시몹이 단순 유희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며 “우리는 플래시몹이란 행위적 언어를 통해 정책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소울드레서 회원들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광고를 싣는 등의 활동도 한다. 20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소울드레서의 이러한 움직임은 발 빠른 인터넷 세대의 건강한 사회 활동 참여로 보여진다. 젊음의 문화와 참여의식이 플래시몹이라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이다.

건강한 영향력을 이어가길
플래시몹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다. 거의 5분 이내로 마무리 되지만 그것을 보는 주변 시선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잠시 동안 한 장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는 플래시모버들의 집단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지나가던 정만숙(44)씨는 “갑작스레 일어나는 플래시몹이라는 문화 자체가 낯설었다”며 “모르는 사람에게는 플래시몹의 주제도 와 닿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플래시몹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원칙을 갖고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 외에도 플래시몹을 특정 이해관계에 포함하지 않는 것 등이 있다.

플래시몹 카페에서 ‘도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아무개씨는 “플래시몹을 하는 5분 이내의 시간동안만 사람들이 길거리를 통행하는 것을 불편하게 할 뿐 플래시몹이 끝난 후 재빠르게 흩어져 큰 피해를 주지 않으려 계획한다”고 말했다.

플래시몹은 순간을 즐기기 위한 단순한 유희로 시작됐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회비판과 풍자의 도구로 발전하며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 냈다. 하지만 아직 플래시몹을 유희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아직은 사회 참여의 도구로써 제대로 정착되진 않았지만 플래시몹은 사회 이슈, 여론, 문화선도 등 다양한 행위들로 구색되며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각자가 사는 게 바빠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할 수 있는 현대사회. 플래시몹이 잠깐 동안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 발전한 이상 새로운 축을 구축해 나아갔으면 한다.

플래시몹 지시서 일시 : 2008년 7월 5일 토요일 오후 주제 :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합시다 / 장소 : 강남 센트럴시티 광장 * 지시서는 꼭 숨겨봅니다. * 장소를 모르겠다면 지시서 배포 종료 후 모터를 따라 이동합니다. (모터란? 모버레이터(Moberator)를 줄여 모터라고 한다. 플래시몹을 진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3시 20분 한 진행요원이 행동을 게시합니다.‘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합시다’ 라는 피켓을 듭니다. 3시 20분 10초 이제 행동을 합시다. 여러분은 각자 맡은 대로 무릎 꿇고 앉아서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기도하시는 분들은 움직임을 멈춰야 합니다. 또 몇몇 분들은 신문을 찢습니다. 3시 23분 진행 후 다른 진행요원분이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낼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광장을 벗어나 곳곳으로 사라지시면 됩니다. * 몹 후 ‘수고하셨습니다’ 등의 말은 일체 없이 조용히 해산합니다. * 지시서를 버리지 않습니다. / * 몹 현장에서 ‘플래시몹’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