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을 납부하는 시기가 오면 학우들은 타 계열의 학우들과 자신의 등록금을 비교하곤 한다. 적지 않은 등록금액 차이로 놀라는 학우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 납부하는 등록금에는 실험실습비가 포함돼 있다. 학과 특성 상 실험이나 실습을 필요로 하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수업이 있다.

쉬운 예로 국어국문학과 같은 인문대는 교재만 있으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건축학과 같은 공과대학은 실습하는 데 재료들이 필요하다. 학교 측에서는 이를 고려해 단대별로 등록금을 측정할 때 실험실습비에 차이를 둔다. 때문에 계열별로 등록금액에 차이가 생긴다.

실제로 인문계열은 실험실습비가 없으며 이학·체능계, 공학계, 여능계, 의학계 순으로 실험실습비가 많아진다.

◆실험실습기자재 구매 과정

학과 실험실습비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실습기자재 관련 물품을 구입하는 등 실험실습기자재를 총괄하는 곳은 재무처의 구매관재팀이다.

10~11월, 전년도 실험실습비 사용 금액을 근거로 다음 한 해동안의 실험실습비의 총금액을 예측한다. 다음 해 2월 말, 등록금 협상이 확정이 되고 나면 실험실습비 금액을 확정해 각 학과 교수들에게 통보한다. 과마다 배정받은 예산 안에서 학과 교수들은 일 년 동안 실험실습비를 분기별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집행계획서를 작성하게 된다.

실험실습비는 기계기구, 집기 및 비품, 주로 소모품이 사용되는 실험실습비, 외부에서 초정해 오는 특별강사의 인건비, 장비유지비로 이뤄진다. 이와 같이 다섯 가지 분류에 기초해 집행계획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렇게 짜인 계획서는 늦어도 3월 중순으로 작성돼 구매관재팀으로 전달된다.

작성된 계획안대로 실험실습기자재가 필요할 시기에 해당 학과에서 양식에 맞춰 기자재 및 비품 구입 의뢰 요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구매관재팀에서 구매를 하게 된다. 학기 초에 작성돼 제출된 계획서는 말 그대로 ‘계획’서이다. 때문에 추후의 상황에 따라 변동사항이 생길 수 있다.

안형준(구매관재팀) 계장은 “신임교원이 뽑히거나 첨단관련 학과 측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구매해야할 기자재에 변동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구매해야 할 기자재에 변동이 생겨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별도의 자료 첨부 없이 구입 의뢰 요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구매관재팀에서 학과에서 의뢰한 기자재를 구입하면 심사팀에서 기자재가 제대로 구입이 됐는지 검수를 한 후 학교 재산으로 등록이 된다. 기자재를 구입해 주는 것 외에도 식품과 같이 보관기간이 길지 않은 물품에 사용되는 금액은 해당 학과 통장으로 입금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학과에 필요한 기자재들이 구입되고 있다.

구매관재팀에서는 매 년 1회씩 장부상 재고와 현품을 대조 확인해 수량, 상태, 위치 등을 파악하는 재물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 실험실습기자재 문제점

학교 일부장소에 사용되지 않은 채 먼지와 함께 쌓여있는 기자재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학우들의 소중한 등록금으로 마련된 기자재가 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일까.

일례로 한 학과에서 사용하는 기계는 특성상 조작법이 매우 복잡하다. 때문에 그 학과에서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조교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조교는 단기적으로 교체가 된다. 다른 조교로 교체가 되면서 아무도 기계 조작법을 몰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여러 부품이 있을 때 작동하는 기계의 경우 일부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나머지 부품에는 이상이 없지만 사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용을 하지 못하는 기자재 외에도 불용처리를 제때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고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는 기자재들도 있다.

실험실습비가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오용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모 교수가 실험실습비의 일부를 현금으로 사용하고 사적인 물품을 구매해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적발돼 제재를 당한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실험실습비를 학과 교수 개인별로 지분(1/n)을 나누어 실습이 부실하게 진행된 사례도 있다.

특히, 일부 학과에서는 담당 행정부서에서 실험실습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에 맞는 기본적인 기자재 등을 구입하지 않아 학우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는 실로 학우들의 소중한 등록금으로 마련된 교비가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 외에도 자신의 등록금으로 마련된 실험실습비로 과연 어떤 기자재들을 구매했으며 구매된 기자재들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안 계장은 “학우들의 이러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학과에서 어떤 기자재를 구입했고 설치장소는 어디인 확인할 수 있도록 학사행정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소모품 구매 내용은 6월 10일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기자재 구입 내용은 2학기부터 확인할 수 있다.

한 익명의 학우는 “작년보다 더 인상된 등록금은 냈지만 더 낸 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등록금인상에 따른 실험실급비는 증액된다. 그러나 실험실습비의 증가만큼 실습의 질적 향상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우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등록금으로 마련되는 실험실습비. 학교측은 이러한 실습비가 낭비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일부에서 사유물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학과에서는 기자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학우들의 실험실습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