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쾌지나 칭칭 나네~

2. 거리 공연에 신이 난 시민들

3. “와~신기하다”

4. 전통이 가득한 인사동길

5. 인사동길을 연결하는 쌈지길의 내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조끼에서 시계를 꺼내 보는 빨간 눈의 흰토끼를 따라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앨리스에게는 늘 가까운 언덕길이었지만 토끼를 따라 뛰어 들어간 좁고 어두컴컴한 지하의 통로는 그녀가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세계의 출입구가 된다. 낯설고 신기한 체험의 시작은 예상하지 못한 어느 순간에 일어난다.

우리가 ‘거리예술’에서 느끼는 감정은 이와 비슷할 것이다. 일상의 경험을 떠나 새로운 감정의 길을 발견하고자 하는 욕망. 일상 속 높은 빌딩사이로 길게 이어진 길에서의 공연예술이 그러하다. 늘 지나던 길이었지만 거리의 축제가 열렸을 때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충동을 느끼는 순간, 이미 눈앞에서는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손짓을 하고, 그 손짓에 이끌려 시민들은 낯선 길을 따라 걸어간다. 그리고는 땡볕을 피해 길가 어느 자리에 숨을 돌리고 앉아 공연을 통해 예술가와 하나가 된다.

최근 청계천과 대학로를 거닐었다면 거리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공연예술을 하며 시민과 함께 교류의 장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청계광장과 동대문 사이,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서울 거리아티스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거리아티스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행되는 거리예술 지원 프로그램이다. 서울의 주요거리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거리예술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볼거리가 가득한 공연들을 서울의 길거리에서 매일같이 접할 수 있는 것이다.

2005년부터 36개 팀으로 시작한 ‘서울 거리아티스트’는 2006년엔 54개로 늘었고, 지난해해엔 총 80여 개 팀 380여 명이 활동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앞으로 참가팀을 500팀으로 늘려 매일 거리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다.

외국의 거리예술
거리공연을 처음 접한다면 어색할 수 있지만 지속되는 공연 속에 미소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거리 아티스트 1기부터 활동하고 있는 사라가디스 밸리댄스 대표 장연숙(48세)은 “처음엔 시민들이 공연을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요즘은 오히려 다수로 몰려와 공연을 즐긴다”며 시민들이 거리문화에 익숙해져가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터키나 유럽에선 거리공연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공연을 바라보는 거릿속 시민들이 행복해 보였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거리에서 예술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라가디스 밸리댄스팀은 모두 주부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 소모임으로 시작한 주부들의 노래와 춤에 대한 열정이 현재 많은 시민들에게 즐거움 제공하고 생활의 자신감을 느끼게 했다.
장 대표는 “주부들로 구성되어 있어선지 가족단위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에게 인기가 좋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반응이 좋아 거리공연 외 외부 공연 섭외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에선 거리예술이 흔히 열린다. 프랑스의 경우 공연예술 지원의 100분에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거리예술에 투자할 만큼 거리예술을 적극 후원한다.

공연이 즐거워요
청계천 거리에서 저글링 공연을 하는 마린보이 이성형씨는 “공연 후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라는 한마디를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무용을 선보이는 김흥자씨(65세)는 “시민들이 공연을 좋아하고 박수를 쳐줄 때면 더 잘하고 싶고 행복하다”며 “거리예술은 그 어떤 공연보다 관객과 예술인을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항상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하고 싶고 움직일 수 있을때까지 공연활동을 하고 싶다”며 거리예술에 대한 열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이들과 나들이를 나온 김은희씨(39세)는 “6개월에 한 번정도 청계천에 나온다”며 “아이들과 바람쐬며 산책을 즐기고 공연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호씨(37세)는 “청계천 조성의 본래 목적이 이렇게 공연을 위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공간은 필요하다”며 예술거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평범한 거리는 싫어
그렇다면 예술의 거리는 거리아티스트만이 만들 수 있을까? 거리가 만들 수 있는 예술은 눈으로 보여지는 행위예술 외에도 길의 특성을 살린 예술의 거리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사동이다.

한국전통과 문화, 상업시설이 집적된 인사동거리는 그 입구에만 들어서도 우리나라 고유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인사동길은 외통수처럼 한줄기 길이라고 해야 종로2가에서 안국동까지 1km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좁은 길을 알차게 메우고 있는 작은 상점들에 배열되어 있는 아기자기한 전통물품들은 우리의 시선뿐만이 아닌 외국인들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이렇게 전통문화가 가득한 인사동에 가면 꼭 봐야 할 건물이 있다면 최문규가 설계한 ‘쌈지길’이다. 짧은 인사동길을 건물안에 이어 길을 연속하며 사람들의 동선을 이끈다. 인사동 길에서 연결된 완만한 쌈지길은 12개의 공방과 50여개의 공예품점, 디자인샵이 오밀졸밀 모여 고전적인 길 이미지를 살려 ‘쌈지길’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예술은 사회의 희망
길이라는 매개체는 사람들을 이동하게 할 뿐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이벤트 공간이 된다. 사람들은 재미없는 거리보다는 이벤트가 있는 거리를 선호하고 즐거움을 얻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거리를 중점으로 예술문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Out of Bounce 대표 민경진(28세)는 “농구묘기 중 하나인 ‘젓가락으로 농구공 돌리기’를 지체장애인에게 함께 하자고 한 적이 있다”며 “못한다고 말하던 어린아이가 묘기를 해냈을 때 아이를 더불어 아이의 부모님, 모든 시민들이 기뻐하고 박수를 받았다”며 공연이 주는 감동과 행복감을 전했다. 이처럼 하나의 예술문화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세상에 감동을 전하게 된다.

문화예술이란 짧은 순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예술활동을 배경으로, 한 도시가 문화적 특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예술이 단순한 미적표현의 수단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사회에 대한 다양한 교류의 시도로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시 발전에 산업화의 척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더불어 예술가들은 사회구성원들과 의식을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와 그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이뤄진다면, 거리의 예술은 작지만 메마른 도시와 사회에 즐거움과 밝은 희망을 제공할 것이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공새미 사물놀이패 ‘공새미’는 아버지 김영기(49세), 어머니 강성미(47세), 장녀 김민정(21세), 차남 김민수(17세), 막내 김현정(11세)으로 구성된 거리 아티스트다. 지난 6년 동안 지하철 예술무대 참여를 시작으로 거리 공연에 참여해 온 이들은‘공새미’라는 이름을 내걸고 사물놀이패를 꾸렸다. 어머니 강성미씨와‘공새미’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다. ‘공새미’의 의미는? 남편의 고향인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1리에는 커다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있다. 400년 전 이 샘물을 처음 발견한 ‘고응삼’이라는 사람의 이름과 ‘샘물’에서 따온 이름이다. 수도 시설이 없던 시절에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제공했던 이 샘물처럼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가족이 되자’는 의미와 ‘가족 간의 사랑이 영원히 마르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지었다.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이유와 거리아티스트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거리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거리 공연을 통해 거리가 행복해지고, 사회가 밝아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거리아티스트로서 힘든 점은? 주부이다 보니 아이 키우는 것과 집안일 때문에 공연에 전념할 시간이 많지 않다.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한국리더십센터에서 강의를 하며, 서울사이버대학교 4학년생으로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아이들도 학생이라 공부하느라 바쁘다. 그 밖의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청계천이나 지하철역에서 정기공연을 한다. 이는 곧 우리 ‘공새미’가 할 수 있는 시민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 달에 한번이나마 시간을 내서 공연을 하면 사람들에게 진심이 전달될 것이라 믿는다. 거리아티스트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제약을 뛰어넘고 거리 공연을 할수록 우리 가족은 에너지를 얻는다. 또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양로원, 고아원, 장애인시설, 교도소 등으로 공연을 갈 때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우리가 이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가족’이 구성원이다 보니 함께 공연을 하면서 가족의 따뜻함, 소중함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 활동을 오랫동안 유지해 나가고 싶다. 공새미 가족 사물놀이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은? -청계천 공연: 청계천 광교와 모전교 사이에서 한 달에 한번 정기공연을 한다. -지하철역 공연: 지하철예술무대가 있는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볼 수 있다.  유혜영 수습기자 hyeis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