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안전, 청결 이상무!

축제가 한창인 우리학교 캠퍼스를 걷노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분주한 학우들이다.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음식을 만드느라, 주점에서 술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이틀째 주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학우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대학에 들어온 후 처음 맞는 축제라 힘든 것 보다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축제라는 말에서 끌어낼 수 있는 단어 중 으뜸은 단연 ‘즐거움’. 이렇게 본다면 올해 우리학교 축제는 대성공이었다.
총학생회가 주최한 콘서트는 물론, 각 과에서 준비한 주점, 이벤트에서 학우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2만여명이 관람한 종합운동장 콘서트에서 행사진행보다 안전을 우선시한 총학생회의 모습은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고기주점 뒤처리를 완벽히 하지 않아 기술관 앞에서 한동안 역겨운 돼지 피냄새를 맡아야 했던 일을 제외하곤, 축제 뒷정리도 우수했다. “깔끔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즐거웠지만, 특별할 것 없었던 축제

요즘 대학가의 축제추세라면 단연 주점을 차리는 일과 유명가수들을 초청해 “그 대학 축제 최고였어”라는 명성을 얻는 일일 것이다. 축제의 성공여부는 안전성, 청결성도 중요한 요소지만, 사실상 참여율에서 결정된다. 그런 까닭에 주점이나 콘서트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대학가의 현상이 좋게 각인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주점이나 콘서트는 굳이 대학 축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인데다, 대학생이라면 떠올릴 수 있는 신세대답고 독특한, 참신한 모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습을 참신하고 독특하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학교가 그렇듯, 주점과 콘서트는 이미 대학축제의 주요소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무작정 “바꿔야 한다”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는 대답이 나올 것이 뻔하다.
그러나 “차근차근 바꿔 나가자”라고 말 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 수 있을까? 현재 적지않은 대학들이 이런 질문을 해 나가는 것 같다.
돈이 필요한 유흥적 축제가 아닌, 함께하는 대동제의 의미를 되새기기위한 많은 노력들이 올해 있었기 때문이다.
덕성여대, 동국대, 서울여대, 연세대, 한양대 5개 대학에서는 ‘사랑의 열매’와 함께 나눔의 축제를, 몇몇 다른 대학들에서도 모금행사,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돕기 행사, 헌혈증 모으기 행사 등을 진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학교는 과연 어떤 행사를 했었을까? 축제 일정표를 굳이 보지 않았더라도, 축제가 끝난 뒤 학생들의 대화를 들었다면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축제 정말 뜻 깊었어”라는 말 보다는 “빅뱅 진짜 잘생겼더라”, “술 마시느라 과 주점에서 이틀이나 밤샜어”라는 말들만 오갔던 것을 봤다면 말이다. 우리학교 또한 ‘마시고 노는 축제’만을 기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총학생회에서 ‘십시일반’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 이른바 ‘행운권’을 장당 500원에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장학금 조성을 위해 쓰려고 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익금을 모으지는 못했다. 학우들이 다른 단대에서 시행한 로또행사와 혼잡을 빚을 것을 우려, 행운권을 무료로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안전상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 축제 뒤처리가 비교적 깔끔했던 점은 분명 우리학교 축제의 자랑거리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의미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국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