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이와 맞먹는 가깝고도 먼 우리의 문화유산 궁궐들! “경복궁 들어보셨죠? 창덕궁도! 창경궁도 한번쯤은…….” 여기에다 “경복궁엔 무엇이 있나요”까지 물어보기 시작하면 가까운 서울에 있던 궁궐들이 마치 지구 반대편 먼 곳에 있는 것 마냥 느껴진다.

중`고등학교재학시절 배우던 국사교과서 속 거대한 이야기들 때문일까. 역사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지금부터 흥미진진한 역사와 야사를 사진과 함께 들여다보자.

경복궁의 ‘경회루’이야기

경회루와 치마바위

4백여 년 전 중종반정 때 연산군의 매제인 신수근은 반정에 가담하지 않았다. 이에 그는  비밀유지를 빌미로 제일 먼저 죽임을 당했다. 그 후 반정공신들은 중종의 부인이자 신수근의 딸인 신씨부인까지 후환이 두렵다며 폐위시키고자 했다.

결국 신씨부인은 인왕산 아래로 쫓겨나게 됐다. 신씨는 임금에 대한 지극한 정분을 잊을 수 없었고, 중종 역시 매일 밤 부인을 그리워하며 경회루에 올라 인왕산 기슭의 신씨 집을 바라보곤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신씨는 경회루에서 잘 보이는 인왕산 높은 바위에 붉은 치마를 걸어 놓았다고 한다. 이 후 후세사람들은 사랑의 상징인 그 바위를 치마바위라 부르고 있다.

위기는 기회 등용문으로

태종인지 세종인지 때는 정확하지 않지만, 경회루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경회루엔 왕족을 제외한 그 외의 사람들은 접근 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런데 한 신하가 그곳의 풍류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에 밤에 몰래 들어갔다.

하지만 때마침 그곳에 산책을 나온 왕과 마주쳤다. 당장 사형을 당해도 할 말 없는 상황에서 왕은 그에게 시를 읊어보라 시켰다. 그 신하는 훌륭히 시를 읊었고, 목숨을 잃을 뻔 한 상황에서 오히려 높은 직책으로 승진을 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때와 어느 장소에서든 당황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앞날이 변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창경궁의 ‘문정전’ 이야기

‘연산군과 공길’

한창 인기를 끌었던 ‘왕의 남자’라는 영화 속 ‘공길이’가 실존 인물이라는 말이 많았다. 옛 기록을 보면 광대에 관한 기록이 몇 줄 있다.

연산군이 가끔씩 광대를 불러 연회를 즐겼다는 말과, 공길이라는 광대가 ‘쌀이 쌀같지 않으니 왕이 왕 같지 않다’는 말을 했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이 곳 함인정 앞에서 벌어졌던 일이라고 한다.

‘쌀뒤주와 사도세자’

조선 역사를 통틀어 쌀뒤주에서 죽음을 맞이한 왕은 사도세자 밖에 없다. 이 사건의 원인에는 많은 설들이 있다. 그 중 정론은 노론과 소론 사이의 당파싸움에 휘말려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쌀뒤주에 가두어 죽였다는 이야기다.

노론이 권력기반이었던 영조와 소론의 편에 있던 사도제사는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당연히 노론에게는 사도세자가 눈엣가시처럼 보였다.

이에 노론은 사도세자를 모함했고 영조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고 물 한 방울 주지 않아 죽게 했다. 이러한 사도세자의 죽음은 왕위계승권자와 국왕 사이에 일어난 가장 참담하고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덕수궁 돌담길 이야기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름다운 배경으로 많이 비춰지는 곳이 있다. 바로 덕수궁 돌담길.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덕수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궁궐이 아닌 돌담길일 것이다.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곳엔 가족단위 뿐 아니라 연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그러나 연인들이 들으면 벌벌 떨만한 야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연인이 함께 이 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왔을까?

예전엔 덕수궁 돌담길 쪽에 가정법원이 있었다고 한다. 헤어지는 사람들이라면 그 길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야사가 있다.

또 다른 야사로는 덕수궁 돌담길에 ‘구름다리’라는 강한 운의 기운이 연인 둘 사이에 껴서 헤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는 덕수궁 돌담길이 너무 길어 연인들이 가다가 말다툼을 해서 헤어진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