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우리 일상을 뜨겁게 달군 것은 17일간의 베이징 올림픽만이 아니다. 지난달 14일부터 17일간 홍대 앞에선 예술가들의 자유로움과 자발적임 그리고 그에 반응하는 관객들로 독립예술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보기에 딱딱하고 어려워 보일 수 있는 독립예술축제. 관련 지식을 알아야만 혹은 유명한 예술가만이 이곳에 참여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가들에게는 기회의 장을 주고, 관객들에게는 예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소통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

자발적인 예술가+관객→활발한 교류
이름부터가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독립예술제! 큰 맘 먹고 홍대 앞으로 들어섰다. 웅성웅성 거리는 곳을 찾아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보니, 이제 막 공연을 시작하고 있는 밴드가 있었다. 높은 무대, 화려한 조명 없이 예술가는 관객과 1m정도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듯 공연했다.

그 뒤편엔 자유롭게 전시돼 있는 여러 작품이 있었다. ‘절대 만지지마시오’라는 경고문구 따위는 없었다.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 이것저것 자유롭게 만져보고 써보며 작품을 즐기고 있었다. 작품과 관객이 대화를 주고받는 풍경이었다.

프린지 페스티벌(이하 프린지)에서 워크숍을 한 이철성(비주얼씨어터 ‘꽃’)대표는 “예술은 감각적인 체험으로부터 시작한다. ‘머리로 하는 이해’는 그 이후 과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걸맞게 이번 프린지 페스티벌은 야외와 실내 모두를 활용, 관객들이 부담 없이 예술작에 접근할 수 있게 배려했다.

작품을 구경하던 김주혜(20)씨는 “처음으로 프린지에 참여했는데 길거리에서 지나다니면서 보 고 싶은 공연과 전시를 무료로 편하게 볼 수 있었다”며 “많은 지식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예술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독립예술제가 예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프린지에서 예술은 더 이상 ‘다가가기 어렵고, 쉽게 접할 수 없는 무엇’이 아니었다.

오현민(30), 김윤영(30)씨는 “프린지엔 처음 왔는데 예술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축제들 중 하나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이나 공연도 좋지만 이곳에는 특히 대학생들이나 아마추어 분들의 공연이 많다”며 프린지의 자유로움과 색다름을 말했다.

예술가에겐 자유로움, 관객에겐 즐거움
개인이나 집단이 야외에서 원하는 공연을 하는 것은 주변여건들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 ‘사랑..그리고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마임공연을 한 최대웅(23)씨는 “프린지는 예술가가 자유롭게 공연을 할 수 있게끔 준비된 축제다.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껴 이번 축제에 참여 하게됐다”고 말했다.

프린지에는 화려한 조명, 멋진 무대, 편안한 객석은 없었다. 화려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없다고 해서 예술 문화를 즐기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관객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갖가지 치장들이 없기 때문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이렇듯 프린지는 예술가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했고, 이에 예술가는 새로운 시도와 자유로운 실험을 펼치고 관객은 그것을 즐길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졌다.

마음을 열고, ‘보는’ 눈 뿐 아니라
       ‘과정을 보는’ 눈도 함께
나라들 사이에서든 사람들 사이에서든 모든 싸움의 문제는 소통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술가와 관객들 사이의 잘못 전달된 소통은 서로에게 오해를 일으키고 즐거움을 느낄수 없게 한다.

‘개미 눈물을 먹다’를 공연한 ‘조. 정. 자.’ 팀의 윤자영(26)씨는 “주위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귀를 닫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예술은 관객과의 소통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통을 위해서는 주위사람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윤 씨는 “요즘 관객 분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 같다. 채찍도 좋지만, 부족한 모습만을 보기보단, 과정을 생각해주고 순수하게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로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예술을 즐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소통은 예술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는“예술을 할 때는 소통을 해야 하듯,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타인과의 소통, 교감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외골수가 되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의 마음을 열고 예술 자체를 즐기려는 태도의 예술가와 관객이라면 더 발전된 모습으로 서로에게 다가갈수 있을 것이다.

모든 취재가 끝난 후, 말 그대로 풍성한 예술 공연들을 뒤로하고 돌아가야 했다. 아쉬움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 공연만 더 보고가야지’ 하는 마음에 연달아 2개의 공연을 더 봤다.
그만큼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프린지는 기준 없는 자유로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엔 줄과 벽으로 둘로 나누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맞을 거야, 저건 좋고, 이건 나쁜 거야’ 같은 심사로 따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것이 프린지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앞으로의 모습이다.
그곳엔 단지 있는 그대로를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들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