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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오래된 중고물품들을 판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었었다. 그러나 요즘 벼룩시장은 ‘벼룩’ 빼곤 다 있는 ‘만물시장’이 됐다. 갖가지 물건을 넘어서 추억과 사람의 정까지 파는 그 곳에
가보자.
“천원! 천원! 4개에 천원, 싸요 싸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천원을 외치는 이곳은 ‘서초벼룩시장’이다. 요즘 어디서 천원짜리 물건을 살 수 있으랴.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단돈
몇 천원으로 멋쟁이 신사가 될 수도, 생필품을 잔뜩 구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알뜰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매주
토요일이면 이곳은 북적북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곳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우선 접근성이 좋다. 양재역 8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서초구청 앞마당
벼룩시장이다. 유동인구가 많아서 오며가며 구경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다양한 중고품들이 나와있다. 800여개의 판매대가 마련돼 있으니
다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옷, 신발, 장식품은 기본이고 카메라, 골동품, 인형, 수공예품등 볼거리며, 살거리가 넘쳐난다.
“여기선 맞기만 하면(필요해서 산 것이면) 돈 벌어 가는 거야! 학생도 하나 골라봐”
유독 인기가 많은 자리에서 주인의 기분 좋은
외침이 들려온다.
한편, 이곳은 판매자 역할도 경험해 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각 구청마다 주민자치차원으로 벼
룩시장이 열린다.
이곳 서초구청벼룩시장은 그중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물이다. 구청 사이트나 매주 토요일 선착순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 자신의 물건을 팔 수
있다. 또한 물건을 재활용하는 점, 아이들에겐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건을 팔고 있던 한 아이는 “작아져서 입을 수 없게 된 옷을 엄마랑 같이 팔러왔어요. 번 돈은 저금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갑자기
손님들이 오자 당황하지 않고 ‘오천원이요. 좋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는 상인이 된 마냥 열심히 팔았다.
취재를 마치고 가는 길, 한 구청직원이 “가실 때는 깨끗이 치워주고 가세요!”라고 외쳤다. 물건들만큼이나 마무리도 깔끔했던 서초 벼룩시장을
느낄 수 있었다.
추억을 찾아떠나는 서울풍물시장
옛날 청계천거리의 노점상들을 기억해보자. 청계천 복원사업에 들어가면서 동대문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동대문운동장이 헐리면서, 신설동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골동품들만큼이나 사연 많은 이곳은 ‘서울풍물시장’이다.
어렵게 찾아간 풍물시장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지금 시대가 아닌듯한 새로운 공간이 나왔다. 미국 물을 먹었다는 모자, 출처를 알 수 없는
호두까기 인형, 심지어 명품들까지 별의별 물건들이 줄을 섰다.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는 한 시민을 만났다. “영화관련 학과학생이에요. 소품을 사러 이곳에 자주 와요. 이곳엔 정말 신기하고 갖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라며 “이거 신문에 나가는 건가요? 저희만 알고 싶은데”하고 웃어보였다.
양은 도시락, 옛날 교과서, 가방 등 이곳에선 추억을 느낄 수 있다. 옛날 물건을 파는 한 상인은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을 데려와서 ‘이게
엄마가 썼던 거야’그러면서 즐거워하는 풍경을 볼 수 있어”라고 말한다. 취재 도중에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옛날 물건들을 만지며
옛이야기로 그곳엔 웃음꽃이 피었다.
딸아이와 함께 온 아버지는 “딸아이 과제삼아 이곳에 왔어요. 내 옛날이야기도 해주며 아이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추억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새
로운 추억을 심어줄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요즘시대에는 하루에도 수 백 가지의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은 그만큼 물건도 오래 쓸 줄 모르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서울풍물시장에서는 오래된 라디오와 스피커에서 최신식 노래가 흘러나왔다. 한 상인은 “이 브랜드가 한때는 정말 잘나갔던 브랜드야, 이것 봐 지금도
소리가 잘 나오잖아”라며 물건을 쓰다듬어 보였다.
그곳은 옛날 물건만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지나간 세월들이 고스란히 물건 속에 들어가 있었고 그것들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지금은
주변이 풍족해 졌지만, 옛날에 비해 마음은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한번쯤 우리 스스로의 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곳.
서울풍물시장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