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새벽 비가 왔었는지 하늘엔 검은 먹구름이 가득, 살을 에는 바람이 너무도 추웠던 아침. 이불속으로 들어가고만 싶은 그 아침, 누군가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기 위해 문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따뜻한 겨울 선물은 바로 ‘연탄’.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물건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 겨울날, ‘사랑의 연탄’이 오가는 따뜻한 현장을 다녀왔다.

사랑의 연탄나눔, 그 현장을 가다

약속 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달려간 그곳은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송파구 거여동. 연탄을 나눠주 고 있다는 말에 골목 깊숙한 외지를 생각했던 터라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렇게 약속장소로 달려가던 중, 커다란 두 무리의 자원봉사들이 지나갔다. 정말 늦었구나 싶어 달려가니 작은 무리의 자원봉사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 틈에 끼어 거여동 골목길로 들어갔다.

이곳에 온 자원봉사자들은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이하 따사나)’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다. 자원 봉사들이 모인 까닭은 이곳 주민들에게 연탄을 ‘하나’라도 더 주기 위함이다.

연탄 하나의 가격은 500~600원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따사나’에서는 정부의 지원으로 받은 200여장의 연탄과, ‘따사나’로 모금된 후원금으로 구매한 연탄 200장을 12월과 1월, 두 번에 걸쳐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직접 배달까지 해주는 곳에서 연탄을 산다면 자원봉사자들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나눠주면 적은 배달비용이라도 아끼고 아껴 연탄 하나라도 더 나눌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들로 50~80장 이상의 연탄을 더 받을 수 있다.

목장갑에 토시, 앞치마 까지 만반의 준비를 한 자원 봉사들.

“자, 이제 날라볼까!”

이번 봉사가 처음이 아닌 듯 5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을 시작했다.
무리를 나누어 한 집씩을 맡아 동네에 있는 작은 연탄 집에서 200장의 연탄을 날라 온다. 몇몇은 연탄을 각 집의 연탄 창고에 넣는다. 이들의 임무는 여기까지다. 간단한 듯 하지만 연탄을 나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깨트릴 때마다 10배로 보상해주셔야 돼요(웃음)~”

봉사자들 모두, 보기와는 다르게 꽤나 무거운 연탄을 하나라도 깨질세라 조심조심 날랐다. 몇 번 나르지 않았는데도 코밑엔 검은 연탄가루가 묻었고, 장갑을 벗어보니 손이 까맣다. 그렇게 봉사자들의 얼굴이 까매질수록 집집마다 연탄이 채워져 갔다.

정(情)을 나눠 주세요!

잠시 쉬는 시간, 간식은 초코파이.
누군가 “정(情)을 나눠주세요!” 라고 소리쳤다. 그 외침의 의미를 모두가 공감하듯 봉사자들은 즐겁게 쉬는 시간을 보냈다.

그 중 가장 즐겁게 웃으며 일하고 있던 학생들을 만나봤다.
“교회 친구들과 왔는데 침목도모도 되고, 아주 보람 있는 시간이었어요”
“일이 적은 것 같아서 오히려 아쉬워요”
“추웠지만 즐거웠어요”

이런 그들의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기자의 입가에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들이 하루 동안 고생해서 나른 연탄200장은 한 가구가 한 달간 생활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내가 춥게 보낸 몇 시간으로 어떤 이에게는 따뜻한 한 달을 선물할 수 있다니. 이 만큼 보람 있는 일이 또 있을까? 물질적인 후원이 아니라도 자발적으로 나와 봉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봉사자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받는 기쁨보다는 주는 기쁨’이 더 큼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봉사자들의 대부분은 기업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이 이었다. 봉사를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뜻 깊지만, 몇몇 사람들은 “기업홍보에 치우친 봉사”라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물론 봉사를 하면 기업입장으로서는 홍보효과를, 학생이라면 학점을 얻는 것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봉사의 자세에서 ‘나’ 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태도가 우선된다면, 나 자신에게나 주변사람들에게 더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취재를 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시 한편이 떠올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 방학 동안에 한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나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연탄 후원방법〉 - 현금후원 후원계좌를 통한 후원 ▶ 후원계좌 쪾농협 : 059-01-284168 쪾우리은행 : 1005-601-125935 쪾국민은행 : 479001-01-133506 쪾HSBC은행 : 002-496008-296(해외계좌) ▶ 예금주 : 사랑의 연탄나눔, -자원봉사참여 자세한 설명은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www.lovecoal.org’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