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시험에 대처하는 학우들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열심히 밤새 공부를 하는 학우, 시험 직전에 한 번 훑어보는 학우, 미련 없이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보는 학우 등등. 문제 삼아야 할 방법은 바로 커닝이다. 언제부터인지 커닝마저 하나의 대학문화로 자리잡은 듯 하다. 분명히
해서는 안 되는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적지 않은 수의 학우들이 커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커닝 안하면 바보’라는 말이 다
있을까. 무엇이 일종의 범죄인 커닝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가벼운 행동으로 만들어 버린 것일까.
79%가 커닝의 유혹
우리학교 학우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커닝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가 43%, ‘필요악이다’가 40%, ‘모르겠다’가
17%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커닝의 유혹을 느껴본 학우가 79%, 느끼지 않은 학우가 21%였다. 그러나 다음 시험에 커닝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학우는 74%, 있다고 응답한 학우는 26%로 나타났다.
누구나 높고 좋은 학점을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래에 얼마나 좋은 일자리를 갖느냐에 영향을 미치는 한 요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학우들이 한 번쯤은 커닝의 유혹을 느껴봤을 것이다. 커닝을 하는 원론적인 이유는 바로 ‘보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이다. 이 외에도 학우들의 커닝을 부추기는 요소들은 많다.
커닝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31%는 ‘다른 학우들도 하므로’, 28%는 ‘시험감독이 허술해서’, 27%는 ‘공부하기 싫어서’, 기타
14%는 ‘학우들의 기본 소양 부족’,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등으로 답했다. 분명히 밤새 열심히 공부한 것과 잠깐 공들여 커닝 준비하는
것을 비교하면 투자 시간 대비 효과율은 당연히 커닝이 높을 수 있다. 때문에 힘들게 공부해 시험을 본 학우들이라도 커닝을 하는 학우들을 보면
억울해 다음 시험에 커닝을 시도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점은 학우들 개인의 인격소양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으나, 다수의 학우들이 커닝하는
주변 분위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수정(경영2) 학우는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때보다 대학교에서 커닝하는 모습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커닝을 해도 학우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철저한 감독·처벌도 필요
그렇다면 엄연히 하면 안 되는 커닝이 왜 계속해서 많은 학우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시험 감독과 커닝을 적발된 학우에 대한
처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커닝을 하는 이유에서 28%라는 수치가 시험감독이 허술해 커닝하기가 수월하다고 응답했다. 2명 이상이 시험 감독을
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담당 강의 교수 혹은 해당 강의 개설학과 조교 한 명이 시험 감독을 보고 있다. 시험 감독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감독하는 감독관이 있는 반면, 교탁 앞에 요지부동으로 앉아있는 감독관도 있다.
익명의 한 학우는 “50명이 시험을 보는 비좁은 강의실에서 책상을 한 칸씩 떼지 않고 시험을 그냥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커닝하는 학우에 대한 처벌 또한 마찬가지이다. 해당과목의 학점으로 F를 주는가 하면, 커닝을 해도 봐주는 교수도 있다. 이렇게
시험 감독과 커닝을 한 학우에 대한 처벌이 교수의 재량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미숙(학사관리팀) 주임은 “교·강사들에게 시험 안내를 할 때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막을 것에 신경 써줄 것을 당부한다”며 “커닝한 학우의
처별 경우, 성적 관리는 교수의 역할이므로 이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커닝을 하다 적발된 학우에게는 ‘해당과목에 F 학점을 줘야한다’가 55%, ‘해당과목에서 일정 점수를 깎아야 한다’는 40%,
봉사활동, 정신교육 등의 기타 의견은 5%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많은 학우들은 철저한 시험 감독과 커닝 적발 학우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윤수지(화학1) 학우는 “커닝 때문에 오히려 열심히 공부한 학우가 피해를 보는 지경이다”며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아 커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덕(의료경영2) 학우는 “누구나 커닝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며 “개인이 스스로 커닝을 자제하는 것을 바라기 보단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규(분자식품생명4) 학우는 “커닝하면 그 순간에는 좋은 학점을 받을지 몰라도
결국 자신에게 남는 지식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커닝은 학우들 개인이 스스로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좋은 것이다. 하지만 잘못 자리 잡은 대학가의 커닝 풍조 때문에 커닝을 개인
양심에 달린 문제로만 여길 수 없다.
시험 보기 전에 강의실을 바꾼다던지, 책상 배열이나 시험지의 문제 배열을 달리하는 등 커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 모든 시험에
일괄적으로 실행해 모든 학우가 공평하게 시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실하게 공부한 학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커닝을
막기 위한 방책 마련은 시급하다. 또한 커닝하다 적발된 학우에게는 처벌을 내려 부당한 방법으로 보다 높은 성적을 거두려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우리학교 기독교분과 동아리인 SFC는 시험기간이 되면 ‘부정행위 방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었다. 지난 학기에는 학우들에게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양심선언을 잎사귀 모양에 받아 양심나무의 잎을 채웠다. 이와 같이 교내에 커닝을 없애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캠페인들도 활발해져야
한다.
성인으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 대학생. 보다 성숙된 사고와 행동을 보여야 할 나이인 만큼 커닝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하지 않아야 한다. 학교
측은 커닝을 방관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 외에도 캠페인 등의 활동을 통해 교내에 팽배해진 커닝을 없애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김현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