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속도의 싸움 수강신청 당일. A양은 이번이 벌써 5번째 수강신청이지만 초조하기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드디어 9시가 됐다. 잽싸게 학번과 주민등록번호를 친 후 로그인을 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다. 메모장에 써둔 학수번호를 복사해 학수번호조회에 빠르게 붙여 넣고 계속해서 엔터를 친다. 어라?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교양과목들만 수강신청이 돼있지 않다. 다시 교양과목을 신청해본다. 수강신청이 성공됐다는 창 대신에 다른 문구의 창이 뜬 것을 본 A양은 놀란다. “뭐? 교양과목을 52학점까지 밖에 신청 못 한다고?”

교양 수강학점 제한

수강신청 날에 이와 같은 일을 겪은 학우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상의하면서 학점에 맞춰 짜놓은 강의를 정원이 초과해 신청 못한 것이 아니라 교양학점 제한 때문에 신청하지 못해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김지은(국문3) 학우는 “친구에게 교양과목 신청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들었지만 소문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다”고 말했다.

교양 수강학점 제한 내용은 학교 홈페이지의 온라인 요람 48쪽이나 학사안내→수강신청에서 7번 수강신청학점 및 유의사항의 7번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용인 즉, ‘ 2005학번부터 교양 이수학점은 52학점까지 인정하므로 재학 중 52학점을 초과하여 수강할 수 없다’이다. 교양학점에는 교양필수, 교양선택, 계열교양이 포함된다.

전공공부 내실 위해

2004학년도 전까지만 해도 우리학교 졸업이수학점은 140학점이었으며 교양강의 신청학점에 제한이 없었다. 이길우(학사관리팀) 팀장은 “이러한 점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강의 내용과 좋은 학점 받기 쉬운 교양에 편중됐다”며 “이는 전공공부를 소홀하게 하는 요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항을 고려해 교과정 심의 위원회에서 2005학년도부터 졸업이수 학점은 130학점으로 변경됐으며 교양강의 신청학점은 52학점으로 제한됐다. 중앙대 또한 전공공부의 내실을 위해 2000학년도 전부터 교양강의 신청학점에 제한을 두고 있다.

문제시 학사관리팀 방문

졸업에 필요한 최저 교양이수 학점은 학과에 따라 적게는 35학점, 많게는 46학점이 필요하다. 대부분 학생들이 졸업이수 학점에 맞춰 수강신청을 하기 때문에 수강신청을 하면서 A양과 같은 일을 겪는 것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교양강의를 많이 듣고 싶어 하는 학우들과 자율전공학부생들에게는 52학점이 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자율전공학부 같은 경우, 1학년 동안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에 대해 미리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교양강의를 듣게 된다. 2학년 때 학과에 진학해 그 때부터 학과 졸업기준에 맞춰 계열교양과 교양을 수강해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타과에 비해 자율전공학부생들은 수강해야할 교양강의가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자율전공학부생들이 특히 신경써야할 부분은 계열교양이다. 학과가 정해진 후 1학년 때 들은 타과 계열교양은 일반선택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간혹 제때 이수변경이 되지 않기도 한다. 이럴경우에는 학사관리팀을 방문해 이수 변경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 팀장은 “학과마다 교과과정이 변경되며 학생 개인마다 휴학, 복학 등의 시기가 달라 이를 고려해 이수변경을 개별적으로 수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며 “자동으로 전산처리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은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에 필요한 교양강의를 전부 이수하지 못한 채 52학점이 차버린 학우들 또한 학사관리팀의 졸업, 수강신청 담당자를 직접 방문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중요 규정 홍보 필요

우리학교 학우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양강의 수강신청 학점제한을 알지 못하는 학우는 84명, 알고 있는 학우는 16명이었다. 요람을 통해 안 학우는 6명, 친구를 통해 안 학우는 5명이었다. 기타가 4명, 선배를 통해서 안 학우는 1명으로 조사됐다.

학교 홈페이지에 수강신청 관련사항이나 온라인 요람이 있지만 내용이 많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기 힘들 수 있으며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신입생들은 입학하기 전에 수강 신청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항을 알기가 더 어렵다. 그러므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입학 전 각 학과 모임 등에서 이와 같이 졸업과 직결되는 중요한 규정들을 학교나 학과 측에서 신입생들에게 소개해 줄 필요가 있다.

교양 수강신청 제한 없었으면

설문조사 결과 ‘제한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한 학우는 69명,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응답한 학우는 20명, 11명은 ‘제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제한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 학우들의 이유는 ‘폭넓은 선택, 다양한 교양과목 수강’ 등 이었다.

한 익명의 학우는 “학과 졸업 이수학점에 맞춰 듣기 싫은 영역의 교양강의를 듣기도 해야 한다”며 “비싼 등록금을 내지만 듣고 싶은 교양과목을 이러한 제한 때문에 듣지 못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예찬(관광경영2) 학우는 “자기 개발은 물론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교양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학우들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많은 학우들이 원한다면 교양과정 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전공공부의 내실도 중요하지만 학우들의 의견처럼 다양한 교양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전공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다방면으로 폭넓은 지식 또한 요구되는 것이 현 실정이다. 때문에 교양강의 수강신청 학점에 제한이 있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학교 측에서는 학우들에게 제한 없는, 폭넓은 선택의 여지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