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만화 캠페인’이 지난 8월부터 진행됐다. 저작권 만화 캠페인은 저작권협회와 문화관광부가 기획한 것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만화’로 표현한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만화가들은 총 12명으로, ‘박철권의 뒷북’을 연재중인 박철권 작가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박철권 씨와 인터뷰를 통해 저작권에 대해 들어보자.

▲ 박 철 권 (‘박철권의 뒷북’ 만화가)

Q 요즘 인터넷에서 성행하고 있는 ‘펌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기업들이 펌문화에 마케팅전략을 접목할 정도로 펌문화가 만연하고 있는데, 이는 저작권과 무관하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의 질문에서 이야기했듯이 펌질 자체는 ‘생산이 결여된 소비행동’일뿐입니다. 그저 퍼다 날라서 개인커뮤니티를 풍성하게 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스스로가 문화의 생산주체가 아니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요? 문화와 정보를 다루는 주체는 상호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Q 자신이 펌질을 해 본 경험이 있으세요?

A 펌질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공감을 느끼고 타인에게 소개하고픈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는 과정을 거친 경우는 펌질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Q 혹시 저작권 침해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례가 있으세요?

A 저의 경우 주로 인터넷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사례는 별로 없습니다. 만화는 오히려 펌질 과정에서 팬층이 확대되죠. 그러나 가끔 외국에서 발행하는 한인신문이 허락 없이 만화를 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원래는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올려야 하는데’라는 금전적인 생각보다는 저작권 자체를 무시당했다고 느껴집니다. 상업성과 연관 없는 개인커뮤니티에 퍼나르는 경우와는 다르죠.

그러나 단행본을 발간하는 만화작가들의 경우, 불법스캔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와 허탈감을 느끼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Q 펌문화에 대한 저작권법 자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저작권법이 문화흐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너무 심하게 정보의 공유를 차단해서는 안되겠죠. 이번 저작권 만화 캠페인에서 제일 먼저 작업을 하게 되면서 시행착오도 거쳤지만, 덕분에 저작권법의 범위가 생각보다 꽤 복잡하고 더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음반과 음원의 저작권료의 경우는 저작권자, 저작인접권자의 범위가 상당히 넓더군요. 그만큼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면 펌질, 패러디 따위를 하는 행위 자체가 대부분 저작권침해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는 건데, 그 정도까지는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요?

Q 펌문화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네티즌으로서, 저작권자의 입장으로서 말하자면 지금은 단순한 펌질이 서서히 생산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미니홈피, 개인블로그 등의 1인 커뮤니티가 보편화되면서 채워야 하는 빈 공간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버렸죠. 그리고 채워야 한다는 강박도 당연히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볼거리들이 채워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정보를 지나치게 중복하거나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들은 양질의 정보로 거듭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의 단순한 펌질이나 또는 펌질의 과정에서 정보가 변질되거나, 그로인해 개개인의 감정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개똥녀 사건이나 최모군 반친구 과실치사사건 등의 경우겠죠.

예전에 어느 신문에서 강도, 살인, 강간을 수없이 저지른 외국의 범죄자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 죄인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죄질이 너무 흉악해 추가의 극형을 선고했고, 그 극형은 바로 ‘얼굴공개’였습니다. 이런 극형이 인터넷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네티즌들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펌질이 개인의 사생활침해를 넘어 가족까지도 공개되어 핍박받는 경우를 봐왔습니다. 누구 한명이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 인적사항을 시각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띄우면, 삽시간에 퍼져 버립니다. 그리고 개개인들에게 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냉철함은 사라져 버립니다. 이런 일들이 펌질의 과정에서 대부분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의 펌질 문화가 단순한 정보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양질의 정보, 또는 문화로 만들어지기 위한 진통기나 과도기라면 되도록 빨리 넘어가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