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27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학교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 우리학교는 ‘발전가능성 높은 학교’에서 ‘발전하고 있는 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입학성적은 매년 오르고 있고, 새로 지어지는 초현대식 건물들과 기존 건물들의 내부공사는 학우들의 교육 환경의 질을 향상시켜준다. 분명 개교 당시 보다는 훨씬 더 진보된 느낌이 역력하다.

하지만 과연 입학성적의 상승이나 건물의 신축 등과 같은 외적 변화에만 만족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때이다. 세월은 흘러 학교가 변하고 학교를 지키고 향유하던 사람들도 변했다. 10년, 20년 전 대학생이던 당시의 학생들은 이미 사회로 나가고 없지만 그들의 생각과 문화가 아쉽기만 하다.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민주사회를 열망하여 스스로가 불에 타 산화되어 가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표출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자신의 주장을 이처럼 극단적으로 표출하길 바란다는 뜻은 아니다. 그 시절 우리의 선배들은 도서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 때문에 도서관의 면학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일에 주의하자는 대자보를 부착하기도 했다. 또 학교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대자보를 이용하기도 했다. 허나 요즈음 대자보는 MT, 총회 공고 등의 그저 학과 행사의 ‘알림’정도로만 전락해버린 듯 보인다.

초창기 경원대신문만 보아도 그렇다. 학우들이 보낸 심도 깊은 논의의 기사들이 빽빽하다. 여백을 허락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시사적인 문제 혹은 학교에 대한 건의와 칭찬의 의견이 넘친다. 그들은 참여적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알았다. 권리를 위해 건의했고, 잘못된 점에 대해선 책임을 지고 반성했다. 이러한 일련이 논의와 고민들이 면면히 이어져 지금의 ‘발전하고 있는 경원대’가 나온 것이다.

격동하는 변화의 시기를 거쳤다. 그리고 우리 학교 학우들의 의식조차 격동적인 변화를 거쳤다. 이제는 상업적 혹은 홍보를 위한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그 옛날 대자보의 자리를 꽤 차고 있다.
새 것도 좋다, 변화도 좋다. 하지만 옳았던 옛 것에 대해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도 발전의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