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족’이란 단어를 듣고 호박(pumpkin)을 연상했다면 당신은 원시인! ‘펌킨족’은 다른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콘텐츠를 가져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을 일컫는 말인 ‘펌’(퍼옴)과 ‘동료’, ‘네트워크’를 뜻하는 동시에 인터넷 속어 ‘즐’(KIN을 세우면 ‘즐’자처럼 보임)로도 사용되는 ‘킨’, 그리고 종족, 집단을 나타내는 족의 합성어이다.

이는 미니홈피, 블로그 등 1인 미디어를 보유한 네티즌들의 교류가 활발해진 가운데, 네티즌들이 글과 사진 그림 등 콘텐츠 제작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가져오게 되면서 생긴 신조어다. 실제로 한 광고대행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98%의 네티즌들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다 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크게 유행하면서 네티즌들이 공감하는 자료들은 순식간에 인터넷상에 퍼지는 놀라운 전파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들어 빈번해진 ‘펌’덕분에, 인터넷 어디에선가 묻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콘텐츠로 발굴되어 더 많은 대중에게 입소문으로 소개되고 확산된다. 그들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화두를 처음 만들고 던지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 화두를 대중적인 거대한 트렌드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펌’은 사회현상을 넘어 기업 마케팅의 한 방식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펌킨족’을 통한 새로운 마케팅 전술을 개발하는데 주목했다. 싸이월드 브랜드 미니홈피와 NHN 브랜드 블로그의 경우가 대표적인 퍼뮤니케이션 마케팅의 예로 많은 기업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신규 사업까지 가능케 하는 마케팅 툴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펌킨족’을 바라보는 좋은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펌킨족’의 등장으로 인해 최근 ‘저작권 침해에 대한 피해’가 나타나자 일부에서는 “이제는 인터넷에서 각종 자료를 그대로 갖다 쓰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펌’을 할때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정보보다는 막대한 량의 비슷한 정보가 쏟아지는 것이 현실속에서 광범위한 정보바다인 인터넷을 통해 흡수하는 정보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도 많다. 이로인해 우리는 잘못되고 근거 없는 정보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피해를 볼 수 있다.

무차별적인 정보 공유문화를 뜻하기도 하는 ‘펌’, 우리는 여과 기능 없는 정보 공유는 위험하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로운 정보에 대한 고민과 불량한 정보에 대한 냉정한 제한 등 펌문화 내부에 여과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