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는 도심 한 가운데 양재동 AT센터에서 서울 코믹월드가 열렸다. 첫 취재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저렇게 차려 입으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만화 속 주인공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화려한 의상을 갖춰 입은 사람들은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기대에 부풀어 온 그들의 얼굴엔 설렘과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을 누리는 것은 적지 않은 비용이 충족이 되어야 만들어 질 수 있는 필요조건인 것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건물 뒤편의 공원에서, 이천에서 아침 일찍 중학생 딸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님은 코스프레에 참여하는 것은 학생의 신분으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셨다. 의상의 비용만 10만원을 훨씬 웃도는 가격에 소품으로 이용되는 플라스틱 삼지창도 8만원이상 이라며 터무니없는 가격에 반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아이가 좋아하고 또 그것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지원해 줄 수밖에 없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돈 문제와 얽혀 있는 이 상황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할까.

코믹월드가 행사 참가자들에게 요구하는 요금의 목록은 1평 남짓한 부스의 대여료, 코스프레 참가비용, 그들이 직접 그린 작품의 문서에 대한 인쇄료 등 세부적인 것까지 추가적으로 명시해 금액을 제시했다. 그들이 강조하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은 참가자들의 안전이나 행사를 보람 있게 체험하는 방법이 아니라 대부분이 돈에 관한 내용이었다. 물론 행사를 주최하는 측이 자선 사업가는 아니다. 그들도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영리단체 일 뿐이다. 참가자들 입장에서도 한 푼의 비용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기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주최 측의 합리적인 행사비용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주기를 바란다.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정하는 것도 좋지만, 부스 대여료만 지불하면서 일체의 추가비용을 요구하지 않는건 어떨까 싶다.

코믹월드는 마니아 요소의 느낌이 강한 축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 학생들이 스스로 감당 할 수 있는 능력만큼만 소화해야 한다. 준비비용이 적지 않다고 해서 가족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행사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과가 될 뿐이다. 단기간에 해결 될 문제는 아니지만 하루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그들만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