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희 수습기자 qorgh331@

지난달 20일부터 사흘간 ‘MAKJANG Festival’이라는 타이틀로 우리학교 축제가 열렸다.
학우들은 참여하고 즐기며 자유를 느끼기에 여념 없어 보였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환호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도 흥분의 장으로 밀어넣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축제 기간 동안 자유의 도를 넘어선 듯한 모습도 눈에 띄어 아쉬움을 남겼다.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고삐 풀린 자유는 방종의 폐혜를 낳았다.
축제를 즐기는 자유와 책임을 잃은 방종, 두 얼굴을 취재했다.

젊음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다

축제가 시작되자 학교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로 가득찼다. 각 학과에 소속된 학우들은 지정된 자리에서 주점을 준비하는가 하면, ‘물풍선 던지기’ 게임을 하며 더위를 날렸다.
열기는 저녁이 되자 더욱 고조됐다. 경원교육방송국 KEBS에서 마련한 ‘까치골 가요제’와 총학생회에서 주최한 ‘Secret Party’가 각각 종합운동장과 진달래동산에서 열렸다. 학우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축제의 자유를 만끽했다.

축제 둘째날, 끊임없이 내리는 비로 인해 외부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행사들은 취소되거나 장소가 옮겨졌다. 이에 학우들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듯 했다. 하지만 비보이 뮤지컬 ‘마리오네트’의 화려한 퍼포먼스로 활기를 되찾았다.

축제의 마지막 날, 궂었던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게 개었다. 날씨가 맑아지기를 목놓아 기다리던 학우들은 마지막 축제 일정을 힘차게 시작했다. 진달래동산에서 열린 과별 장기자랑에서는 각 과의 대표 학생들이 가지각색의 의상을 맞춰 입고 노래나 춤 등을 선보였다.

과별 장기자랑에서 우승한 장봉국(건축설비1) 학우는 “학기 초 O.T때 장기자랑에 나갔었는데, 그 때 생긴 자신감으로 이번에 또 도전을 하게 됐다”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축제는 학우들의 단합심과 자신감등을 되찾아주었다.

해가 지자, 학우들은 축제의 마지막 밤을 밝히기 위해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종합운동장으로 하나 둘씩 모였다. 첫 무대는 우리학교 중앙 밴드 동아리들의 공연으로 힘차게 시작했다. 열기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가수 거미가 무대에 올랐다. 이 때 총학생회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머리 위에서 펼쳐지며 학우들에게 축제가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불꽃놀이가 끝난 후에 가수 DJ.DOC의 공연을 끝으로 3일간의 여정은 마무리 됐다. 축제를 함께 준비하며 즐겼던 학우들은 마지막 시간까지 자유를 맛보았다.
 

방종으로 변한 자유

우리는 ‘사람이 살면서 자유를 누릴 권리는 있지만, 이 자유가 도를 넘어 방종이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배웠다. 여기서 자유는 도덕적 의무를 잘 지키면서 자신의 의지를 누리는 것이고, 방종은 도덕적 의무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학우들은 축제기간 동안 학교 곳곳에서 자유를 즐겼다. 하지만 행사가 끝날 때 마다 학우들의 태도는 ‘자유’가 아닌 ‘방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각 학과에서 열어놓은 주점 앞 길거리에는 깨진 술병들이 그대로 방치돼 학우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었다. 문제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학교 외진 곳에는 간혹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 쓰려져 있는 학우들도 간혹 보였다. 또한, 만취한 학우들 간에 큰 싸움이 종종 벌어졌다. 그때마다 해병대 출신 학우들이 출동했다.
이 날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자율 봉사단 학우들은 “축제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로 인해 다친 학우들도 많았다”며 “학우들이 축제기간 동안 술을 마시고 즐기는 것은 좋지만, 적당히 즐기는 미덕이 필요했다”고 아쉬워했다.

▲ 먹고 치우지 않은 술자리…이후에 치워졌지만 당사자들은 다시오지 않았다

축제가 끝난 후 학우들의 뒤처리 과정에서도 아쉬운 점이 드러났다. 축제가 끝난 다음날 아침에는 주점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와 버려진 술들은 냄새가 섞여 갖은 악취를 뿜어냈다.

학우들이 모아놓은 쓰레기를 정리한 미화원은 “학생들이 술을 마시면서 즐기고 노는 것은 좋지만, 절제하면서 먹었으면 좋겠다. 쓰레기도 아무데나 버리고, 먹다 남은 것도 여기저기 그냥 버리면 냄새가 심해 여러 사람이 불편하다. 무엇을 하던지 끝난 뒤에도 처리를 잘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비를 맞으며 길에 놓인 책상

또 축제기간 동안 사용됐던 공용물품인 책상과 의자는 한동안 비를 맞으며 길에 방치됐다. 이렇게 되면 수명이 단축이 될 우려가 있고, 학우들의 등록금으로 다시 기자재를 사야하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한양대학교는 사흘간 진행된 축제에 ‘한양대학교 나눔 도전’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는 학교 학우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뜻 깊은 시간을 마련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이화여대 역시 ‘나눔이 행복이다’를 주제로 자선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과 연계해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행사를 마련해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다.

▲ 이른 시간, 뒷정리 중인 청소부 아저씨

한편 연세대학교에서는 축제 기간 중 치과대학 학생회 주최로 지역주민과 재학생에게 치아 무료검진을 해주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이외에도 우즈베키스탄, 터키, 일본 음식을 싸게 즐길 수 있는 ‘블루밍 플레이트’ 행사도 열려 축제를 즐기는 학우들의 눈과 입을 더 즐겁게 했다.

이처럼 술을 마시는 축제가 아닌 다양한 주제를 내거는 학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부 학교들이 대학축제에서 ‘금주령’을 내걸며 학교의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술을 마시며 즐기는 축제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절제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자신을 주체할 수 있는 ‘절제’와 남을 생각하는 ‘배려’가 서로 어우러진 의미 있는 대학축제를 기대해본다. 또 우리 학교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며 더욱 성숙한 다음 축제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