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종교, 세계 여러 문화 볼 수 있어

▲ 혜화동 성당

전 세계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종교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독교, 불교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오지의 소수민족이 믿는 종교까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각자 믿는 ‘신’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모두 ‘믿음’이라는 수식어로 통한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다양한 종교가 들어와 있다. 기독교는 물론이고 중동지역에서 많이 믿는 이슬람교, 영국의 성공회, 러시아정교회까지 전국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종교들. 그 모습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와는 다른 모습, 필리핀 교회

매주 일요일 오후 1시에 혜화성당에서는 독특한 미사가 진행된다. 필리핀인들만의 미사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혜화성당에서는 한주에 한번 필리핀인들이 미사를 할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한다. 이렇게 진행되는 미사는 필리핀 신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필리핀어로 진행한다. 미사에는 항상 성당의 수요 인원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결국 자리가 부족해 성당 밖에서 미사를 드리는 데도 사람들의 얼굴에선 불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 필리핀인들의 미사

혜화성당에서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밖에서는 필리핀 현지의 물건을 살 수 있는 필리핀 시장이 열린다. 시장을 찾아가보면 필리핀 먹거리와 의류뿐만 아니라 공산품도 구입할 수 있다. 그 중엔 바나나구이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여주(쌍떡잎식물로 박목 박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도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고국의 음식,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찾는 것이겠지만 다른 나라의 먹거리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들 때문인지 한국인들도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물건을 사기가 두려워하지만 “원 사우전드, 투 사우전드” 같은 기본적인 영어로도 물건 구매가 가능하고 한국말을 잘하는 상인도 있어 필리핀 시장은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같은 듯 다른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라는 종교는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 세계사 시간에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터라 세계사를 배운 사람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정교는 과거 러시아의 제정 시대부터 국교로 자리매김해 왔다. 러시아 정교회가 태어난 배경은 ‘성상(聖像)’문제 때문이었다. 동로마와 서로마로 나뉜 시절, 동로마에서 ‘성상파괴령’이 내려져 가톨릭 신자들이 신상을 앞에 놓고 예배를 드리지 못하도록 했다.

▲ 삼척소재의 스케떼

이에 서로마가 반발하였고, 결국 서로마의 가톨릭과 동로마의 ‘동방정교회’라는 이름으로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이후 러시아로 전파되어 ‘러시아정교회’로 변화됐다. 현재 우리나라에 러시아정교회가 전파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일제 강점기, 6.25 사변을 거치면서 규모는 점차 줄게 됐다. 러시아정교회에서는 12명 이상이 모인 곳을 모나스띠르(수도원)라고 하며 그 이하인 곳에서는 암자(스케떼)라고 부른다. 한국러시아정교회는 삼척에 있는 스케떼에서 매주 예배를 드린다.
러시아정교회는 사회에서 사용중인 그레고리안력을 사용하지 않고 그 이전의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고 있다. 율리우스력은 그레고리안력보다 13일 정도 늦기 때문에 성탄절은 1월 7일이 되는 등 여러 기념일들이 매년 바뀌게 된다.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 이슬람 사원

▲ 이태원소재의 이슬람사원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 들어서는 순간, 한국과 다른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스탄불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처럼 ‘첨탑’과 둥그스름한 돔인 ‘모스크’가 자리 잡고 있었고 사원 정면의 아랍어가 눈에 띄었다. 아랍어는 우리와 달리 오른쪽에서부터 써나가고 문자도 생소하기 때문에 이슬람교 사원이란 느낌이 와 닿았다.
왼쪽 사진에서 보이는 정면의 글자는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라는 문구이다. 이 문구는 이라크 국기에도 쓰일 만큼 이슬람 국가에서나 이슬람 사람들이 애용하는 문구이다. 특히 9월은 이슬람교 최대 행사인 ‘라마단’이 시작되는 달이다. 이에 맞춰 기도를 드리러 온 외국인 오센씨 역시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라는 문구를 되새긴다”고 말했다.

▲ 기도중인 이슬람 신도들

이슬람 최대행사인 라마단은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파자르’라는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일몰시간까지 어떠한 음식도 입에 대지도 않다가 일몰 후가 돼서야 ‘이프타르’라는 음식을 먹는다. ‘이프타르’는 단식을 마치고 먹는 음식과 음료로서 주로 우유, 대추 등이나 그 지역의 고유 음식으로 구성된다.
무하마드씨는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맞는 라마단은 느낌이 좀 남다르다. 하지만 고국에서 맞는 라마단만큼 친숙하다”며 타향에서 접한 이슬람교에 기쁨을 표시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절묘한 만남, 성공회

▲ 서울소재의 주교좌성당

동국대학교나 가톨릭대학교 등 우리나라에는 종교를 중심으로 세워진 대학교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불교, 천주교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 종교들이 아닌 다른 종교로 세워진 대학교도 있다. 바로 ‘성공회’를 기반으로 한 성공회대가 그것이다.
성공회의 역사는 독특하다. 과거 가톨릭 중심이던 유럽에서 영국의 왕 헨리 8세는 캐서린 왕비와 이혼을 하기 위해 교황에게 ‘결혼무효를 인정해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당시 교황이었던 클레멘트 7세가 이혼을 인정하지 않자, 헨리 8세가 이에 반발해 교황중심이 아닌 왕을 중심으로 하는 ‘성공회’라는 종교를 새로 창립하게 됐다. 이후 성공회는 유럽에서 일어난 종교혁명의 영향을 받아 가톨릭적인 성격도 띄지만 개신교의 특성도 지니게 됐다.

▲ 주교좌성당내의 모자이크제단화

한국에 성공회가 들어온 지도 어언 118주년을 맞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성공회교회는 서울 정동에 위치한 주교좌성당이다. 주교좌성당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모자이크 제단 성화이다. 모자이크는 11년이란 긴 시간에 걸쳐 제작됐고 예수와 여러 인물 등이 있다. 우선 그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하고 중앙제단에 설치돼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신비한 느낌도 준다. 그 밖에도 2층에는 영화 속에서나 보던 파이프 오르간이 있어 생김새는 물론 여러 가지 음색으로 경건함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