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놀이는 윷놀이, 널뛰기, 제기차기와 같은 우리조상들의 놀이문화 중 하나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위계층들이 즐겼던 상류층 놀이라는 것이다. 뱃놀이는 왕족, 양반 같은 특수 계층들이 술과 음식을 먹으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선유락(船遊樂)과 일반 백성들이 고기를 잡아먹으며 즐겼던 일반 뱃놀이로 나눠진다. 이 중 선유락 행사가 며칠 전, 한강에서 재현됐다.

▲ 한강의 풍경에 매료된 승객들

조상의 놀이문화를 재현하다
이번 행사는 한강의 명소를 찾아가 옛 선인들의 뱃놀이 문화를 체험하면서 이젠 찾아볼 수 없는 옛 놀이문화를 재현한 민속 한강 뱃놀이이다. 뱃놀이는 옛 선비들이 강에 배를 띄우고 연안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흥에 겨워 시를 짓거나 고기를 낚아 술을 마시는 등 풍류를 즐겼던 것에서 유래됐다.
이날 선유락 행사는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는 뚝섬 선착장에서 시작됐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선유락의 무대인 유람선에 승선하고 있었다. 유람선 한켠에서는 풍물패가 농악을 연주하며 반겼다. 농악의 흥겨운 소리를 들으며 유람선에 오르며 보니 공연장이 있는 1층뿐만 아니라 2층까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해 만선이었다. 곧 진행될 공연에 대해 기대가 가득 찬 얼굴들이다.

▲ 가야금과 해금의 부드러운 병주가 시작됐다

가야금, 해금의 부드러운 병주(2개의 악기로 편성되는 연주형태. 2중주와 같은 뜻으로 국악에서 사용된다)가 첫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계속해서 태평소와 설장고 등 우리나라 고유 전통가락이 이어지니 한강 경치와 조화를 이뤄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신명나는 ‘판’ 벌어지다
온고지신, 전통국악 공연이 끝난 뒤에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된 퓨전 판소리 공연이 이어졌다. 판소리는 남도의 향토적 선율을 토대로 노래를 일곱 가지 장단에 따라 변화시키고, 말과 몸짓으로 극적인 효과를 높이는 특징을 가진 전통놀이로, 남녀노소와 신분에 상관없이 사랑받던 우리의 전통 문화이다. 이런 판소리를 선유락 공연에서는 현대의 언어에 맞게 내용도 바꾼 새로운 퓨전판소리를 선보였다.

▲ '선녀와 나무꾼’ 공연을 익살스레 펼치는 이일규 공연가

첫 번째 순서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각색하여 만든 공연이었다. 본래의 ‘선녀와 나무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선녀가 날개옷을 찾고도 자식에 대한 정 때문에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나무꾼과 사는 내용이다. 특히, ‘선녀와 나무꾼’ 공연을 하던 이일규 공연가는 다리부상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다음으로 천하장사인 ‘슈퍼댁’이 김치냉장고를 타기위해 씨름대회에 나간 이야기를 다룬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가 이어졌다. 공연 중간에 김명자 공연가가 관객과 씨름을 겨루기도 했는데 명색이 천하장사인 공연가가 관객을 한 번에 넘어뜨리지 못하고 낑낑대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시원한 웃음이 터졌다.

▲ '슈퍼댁' 김명자 공연가의 씨름이 시작됐다. 이영차 이영차

흔히 현대적 공연들은 관객이 정해진 좌석에 앉아 관람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유락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현대의 정형화된 틀을 가진 공연과는 달리 살아있었다. 예전 우리 조상들이 모여 애환을 털어내던 장터의 공연에서처럼 선유락의 관객들은 막걸리 한 잔과 떡을 나눠 먹으며 소통을 했다. 또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 모두가 각각 나이와 성별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같은 장면에서 웃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공연이었다.

뒤풀이 난장과 다음을 기약하며
모든 공연이 끝난 뒤 근처 대학가에서 뒤풀이 난장(亂場)이 벌어졌다. 여러 사람이 뒤섞여 논다는 의미를 가진 난장답게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행사에 참여한 관객들과 공연진, 지나가던 시민들도 합세하여 마지막 행사를 즐기는 것을 보고있다 보니 기자도 모르게 어깨춤을 들썩여졌다.
선유락 행사를 진행했던 우리학교 김종군(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시간이라는 한정된 승선 시간에, 불특정한 참여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행사라서 부담감이 컸다”며 “예상외로 많고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이 승선해 공연을 봐 주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승선 인원이 많아 좌석이 부족해 공연 관람이 불편했던 점이 안타깝다”며 “유람선을 타고 한강의 풍광을 관람하는 것도 물론 선유락이지만 선인들의 문화를 체험해 본다는 행사의 취지를 모든 이에게 충족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 한강을 유람하며 술과 떡을 즐기는 관객들

4시간 가량 짧지 않은 시간에 진행된 행사에 지칠법도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한바탕 재밌게 놀았다’는 모습만이 가득했다. 기자 또한 취재의 피곤함을 잊고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행사를 즐기다 보니 요즘 접하는 대중가요나 뮤지컬에 비해 우리문화인 판소리가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의 몸과 땅은 둘이 아닌 하나란 뜻인 ‘신토불이’란 말이 있다. 처음 경험해 보는 뱃놀이였지만 어색하기는커녕 웃음이 절로 나고 흥이 났다. 늘상 컴퓨터 앞에서, 극장에서, 카페에서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는 우리 대학생들……. 한번쯤은 선선한 가을 바람을 느끼며 전통놀이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떠들썩한 뒤풀이 난장이 시작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