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문화공원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

  하반기를 맞아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 다방면의 변화가 돋보인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역사가 펼쳐졌던 광화문광장이 시민들에게로 돌아왔다. 여기에는 광화문광장의 상징물이 된 세종대왕 동상을 비롯한 어여쁜 꽃과 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또, 기존의 광화문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이와 같이 혼란스러운 도심 내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역사 속에서 잊혀져가던 우리 문화재들이 다시금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상인들과의 협상 이뤄져야
그러나 시민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았다. 1926년도에 설립되어 한 시대를 함께해 온 동대문운동장은 서울의 역사 그 자체였다. 이를 부수고 새로운 현대식 건물을 짓는데 대한 반감과 역사훼손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본래 동대문운동장 주위에서 일하던 상인들은 공사를 진행하게 되자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경우 일부 여론의 힘을 얻으며 진행 되었지만 그 주변 노점상들의 생존권은 인정받지 못했다. 동대문운동장의 공사 과정에서도 역시 상인들과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주변의 한 상인은 “청계천 주변 노점상들은 동대문운동장 내 축구장으로 옮겨와 ‘풍물시장’을 이뤄냈고, 이 풍물시장을 세계적 명소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지만 상인들이 갈 곳을 잃은 것 또한 사실이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역사문화공원의 탄생은 아름다워!
패션의 중심지로 불리는 동대문에도 조선의 역사가 숨 쉬일 곳이 새로 만들어 졌다. 현대의 역사에서 없어질 줄로만 알았던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지난 조선 500년을 서울을 둘러쌓고 있던 외곽(성곽)이 일부 발견되면서 이를 보존하게 된 것이다. 태조5년 축성공사를 시작하여 300년을 걸쳐 개축을 반복하며 도성을 수축하였다. 이후 일제시대, 일본 왕세자의 결혼을 축하 기념하기 위해 동대문~광희문간 서울 성곽을 허물고 경성운동장을 건립하면서 중요한 문화재가 멸실·훼손되는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줄을 남기게 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종합운동장으로 사용하게 되어 각종 체육행사를 열었고, 1980년 잠실운동장 건립 이후 기능이 축소되어 점점 쇠퇴되어 가다가 임시주차장 및 풍물시장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어 혼잡한 교통과 낙후된 시설 등으로 인해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철거라는 비운을 맞았다.

철거 중 역사를 발견
동대문운동장의 철거작업을 진행하던 중 일제에 의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이간수문(二間水門)을 비롯해 주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관청 터가 발견됐다. 기록된 문헌과 고지도에 의하면, 동대문운동장의 터에도 성곽이 존재했으며 수도의 수비를 맡아보던 훈련도감과 화약을 만드는 곳인 염초청이 자리하였던 곳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서울 도심 안에 조선 500년의 역사가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뜻했다.
조선시대의 유적이 발견되면서 당시 조선의 모습을 복원한 서울성곽을 비롯해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출토된 1,000여 점으로 구성된 조선시대 유적 전시장이 있다. 또한 조선시대 건물터 등 40여개의 건축 유구를 한데 모아놓은 동대문유구전시장과 근대 스포츠의 산실이었던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와 추억을 담아 놓은 전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조선시대의 역사와 현대의 모습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원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나온 한 손녀딸은 실제 문화재를 보며 옛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에겐 이렇게 소중한 시간은 없을 듯 했다. 세대를 초월한 나들이 장소로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굴된 이간수문을 감상하던 한 할아버지는 “이 건축물을 건설했던 선조들이 정말 대단하다”며 “예전에는 흥인지문과 연결되기도 했었던 이 문을 감상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곳의 현대적 건물과 조선시대 원형을 그대로 복원한 성곽이 이뤄내는 묘한 조화는 전통 문화도 현대의 문화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과거의 건축물과 현재의 건물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