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알싸해지는 11월도 어느덧 중반부로 향하고 있다. 11월 거리엔 수험생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들이 넘친다.
제과점이며 시장 여기저기에서 수험생을 위한 엿과 초콜릿 등이 넘실댄다.
이러한 풍경들을 보면 잊고 지냈던 지난 수능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누군가 그때로 다시 돌아가겠냐고 물어보면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시험만 빼주시면 얼마든지요!”라고.
공부만 해도
아까운 황금 같은 시간에,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온 열정을 다하기도 했다. 공부에 집중하다가도 수능날에 대한 압박감으로 허우적거렸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래도 지나온 길과 함께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고3의 추억은 별처럼 빛난다.
드디어 2010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당일에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시 지역과, 시험장이 설치된 지역의 관공서 및 기업체에서 수험생들의 시험장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출근시간을 1시간 늦췄다. 듣기평가가 시행되는 오전 8시 40분과 오후 1시 10분부터 항공기 이·착륙과 버스, 열차 등의 경적사용이
금지됐다.
온 국민이 숨죽이며 수험생들의 성공을 기원하던 날, 사진기와 함께 몇 달 뒤면 10학번 신입생이 될 후배님들을 찾아 시험장에
다녀왔다.
여기는 수험 현장!
이른 아침,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한 학생들이 가족과 친구의 손을 잡고 모여든다. 성일여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어느 여학생은 교문에 들어서기
전, 어머니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다 그만 눈물을 보인다. 그 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기에, 오늘 하루에 대한 불안감이 더 없이 크다.
또
어떤 학생은 친구와 함께 웃으며 시험장에 입실하고 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시험에 대한 긴장감과 걱정이 매우 컸지만, 막상 시험장에
도착하고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며 웃는다.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학교 교문 앞에서는 학부모들 못지않은 응원단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보다 먼저 일어나 달려온 후배들의 응원하는 모습이 당차보였다. 그들은 더 좋은 자리에서 선배들을 응원하려고
새벽부터 자리싸움을 했다고 한다. 응원을 하던 학생은 “오늘은 응원을 하러 왔지만, 곧 나 자신도 치러야 할 과정이기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며
고민을 털어 놓는다.
수험생들의 입실이 끝나고, 딸이 입실한 교실 쪽을 향해 기도를 하는 한 어머니는 “입시문제가 우리아이에게는 막연한
미래라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온 가족이 힘든 시기를 가졌다”며 “고생한 만큼 모든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수험생일 때는, 곧 있을 시험에 가슴 졸이며, 주변의 부모님과 친구들, 후배들의 응원을 미처
눈에 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그들이 나를 위해 마음 졸이며 응원해 주었을 정성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다가온다.
떠나줘, flu
이번 수험생들에는 예년과 달리 건강유지에 대한 부담감 또한 컸다.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학교와
정부차원에서 준비를 해 왔다. 시험 전날 예비소집일에는 수험생들에게 마스크와 일회용 손세정제를 나눠주거나, 한 명씩 발열체크를 하는 수고도
있었다.
성일여고의 교문 앞에서 만난 수능시험 관계자는 “총 응시자 중 두 명의 수험생이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기 때문에, 이 두 명에
대해서는 한 교실 당 한 명씩 배정해 격리시험을 볼 것이다”고 말했다. 주변에 있던 성남여고의 경우에도 네 명의 확진자가 각각 두 명씩 한
교실에 배정받아 격리시험을 치렀다.
11월 12일, 수능 그 후
이번 수능에서는 매 교시마다 문제지의 표지를 만들어 제공했다. 과목별 쪽수 등 문제지 구성 내역을 표지에서 미리 안내해 수험생의 편의를
높이고 ‘미리풀기’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마련된 대안이다. 앞에서 먼저 받은 학생들이 문제를 훑어보는 모습을 보며 내심 불안해하며 시험지를
기다렸던 때가 떠오른다.
올해 수능은 예기치 못한 신종플루와 새로운 방법 도입으로
시끌벅적하게 끝났다. 수능이 끝나자 수험생인 동생이나 친구를 둔 사람들은 그들과 통화를 하느라 바쁘다. 이를 보자 지난 수능 때가 떠오르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지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수능’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온 수험생에게는 결과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는
시험이기에 수능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수능을 준비하던 때, 필자 또한 인생 최대의 목표는‘수능 고득점 받기’였다. 그렇지만 수능을 본 후
대학생활을 시작해보니 수능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점차 느끼고 있다. 수능은 인생의 한 관문이지,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마음껏 놀지 못하며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에게 격려를 보내며‘수능 고득젼이 아닌‘인생의 고득젼을 이루길 바란다.
이승미 기자 ssuny12@
강희준 수습기자 kangheejun8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