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제개발로 전국의 도시가 산업화되었다. 초가지붕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새마을 운동도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도시 중심으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대도시와 중소도시라는 도시 간의 양극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도 이러한 모습은 계속되어 도시들의 재정자립 측면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소도시들이 특색을 살린 사업들을 통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중소도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부여가 각광을 받고 있다. 2004년부터 농산물 브랜드 ‘굿뜨러를 출범시키는 등 정체되어있던 도시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도시 재림의 대표주자, 부여를 가보자.

산업화로 도시 간 격차 생겨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이전 장면 내각에서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만들고 영남지역에 중화학 공업 사업을 유치하여 발전을 이루어 나갔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산업화가 집중된 나머지 일부 지역의 산업화가 늦어지며 자체적인 발전 가능성마저 낮아지게 되었다.


이후 지역 간에도 대도시와 중소도시로 나눠지게 되었고,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재정 자립도 및 전반적인 발전 속도에서도 상당부분 차이가 나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 관청을 옮기는 ‘행정복합도시(이하 세종시)’를 충청지역에 건설하여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11일에 ‘국제적인 교육과학중심도시 육성’을 중심으로 한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세종시는 현재 전면 재검토되고 있는 상태이다.


산업화로 도시 간 격차가 생기면서 도시의 재정자립도 또한 격차가 더욱 심해졌다. 현재 충청남도 내에는 재정자립 여건이 좋지 못해 군내에 산부인과 병원조차 없는 곳이 여러 곳이 있다. 다양한 산업을 유치, 공장을 신설하려 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과 더불어 기업들도 중소도시에는 입주하려 하지 않아 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또한 중소도시의 재정자립을 키우기 위해 점점 중소도시 지원 예산을 줄이고 있어 중소도시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제의 마지막 왕도, 부여

중소도시들 가운데 경주처럼 문화관광자원을 풍부하게 가진 도시가 있다. 바로 백제의 마지막 왕도인 부여이다. 우리는 흔히 백제를 말할 때 ‘공주’를 이야기하고는 한다. 공주가 그만큼 홍보 마케팅을 잘 활용하였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공주만큼 부여도 백제의 유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백마강변을 끼고 있는 부소산성과 백제의 건축기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림사지 5층 석탑까지. 지금 정림사지 5층 석탑은 주변 공사로 인해 가까이서 볼 수는 없지만 멀리서 보아도 그 웅장한 자태는 여전하였다. 유물 또한 많이 간직하고 있다. 국립 부여 박물관에는 백제의 역사와 생활 상, 문화를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백제의 정림사지 박물관에도 정림사지 5층 석탑과 관련된 유물 및 백제의 건축 관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부여, 적극 마케팅으로 변모

백마강변의 비옥한 토질과 풍부한 일조량을 가진 부여군은 전통적인 농업지역으로 시설채소단지만 해도 4000여 ha에 이르는 방대한 토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풍부한 자원을 토대로 2004년 출범시킨 자체 농산물 브랜드 굿뜨래는 첫해 매출 4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500억원을 돌파했다.


자체 브랜드로 성공을 거둔 부여는 지난해 6월, 서울 양재동에 ‘카페 굿뜨러를 개장하고 서울시민들에게 본격적으로 부여 농산물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자치단체가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것은 업계 사상 최초이다. 부여군은 양재동에 개장한 1호점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점포 100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식품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이 풍부한 부여는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의자왕과 삼천궁녀가 몸을 던진 낙화암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인 궁남지, 백제의 세련되고 기품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림사지 5층 석탑 등 백제의 마지막 수도로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섬세한 백제의 미(美)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올해 9월 18일부터 1달 간 진행되는 세계대백제전이 열린다.


부여를 포함해 백제 문화권인 공주, 논산 등 16개 시·군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관광객 260만명 이상 유치, 경제효과 1800억원 이상을 목표로 백제역사재현단지를 조성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백제역사재현단지에는 재계 그룹 순위 5위의 롯데(회장 신격호)가 4000억원을 투자하여 콘도, 에코파트 등 리조트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세계대백제전을 정부 공인 국제행사로 인증하고 국비 30억원을 지원하였고, 충남도청도 이번 사업을 위해 100억원 등을 지원하였다. 세계대백제전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충남도청 과 정부에서까지 지원금을 받은 만큼 이번 행사가 전국적, 전 세계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다 할 것이다”고 말했다.

중소도시들의 신선한 마케팅 주목받아

최근 충청남도 아산시는 중소도시의 면모를 탈피하고 부여처럼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이순신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신 현충사 주위를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한편, 이순신 장군을 모델로 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연극을 만들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주민 고용창출로 중소도시의 이름을 알리는 곳도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전국 중소도시 중 가장 많은 ‘콜센터’를 설치, 운영하여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 몫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콜센터 사업을 유치하며 일자리도 늘린 순천시의 고용창출사업은 주민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중소도시가 자체적으로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본머스(bournmouth)는 인구 16만 5천의 소도시로 어촌에 불과한 모습을 지녔으나 관광 휴양지로서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많은 공원과 자연과학 박물관 및 미술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광객을 위한 시설들도 잘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유지단체가 유럽 19개국의 해변, 해안의 높은 질을 채점하여 주는 Blue Flag상도 3번 연속으로 받았다.
프랑스의 옹플뢰르(HonFleur)는 프랑스 최고의 친환경도시로 탈바꿈하였다. 노르망디 해안에 위치한 중소도시였던 옹플뢰르는 혐오시설로 생각되던 하수처리장을 유치, 친환경적인 시설로 바꾸어 프랑스 전역의 관심을 끌었다. 면적 4㏊의 원형 공원에는 버드나무와 갈대가 어우러져 있고 붓꽃이나 유채, 해바라기도 심어져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친환경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포츠로 발전을 꾀한 도시도 있다. 미국의 밀워키(Milwaukee)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을 가진 도시 중 가장 적은 인구수를 보이고 있다. 밀워키 브루워스(Milwaukee Brewers) 경기가 있을 때마다 밀워키 시내에 있는 밀러파크(Miller Park)는 만석이 된다. 3만 5천석을 보유하고 있는 밀러파크 좌석표가 매진될 때마다 벌어들이는 돈은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야구로 인해 밀워키는 중소도시에서 현재 사람도 많아지고 여러 기업도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중소도시 발전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에겐 2차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투하 지역으로 유명한 ‘나가사키(長崎縣)’가 바로 그곳이다. 나가사키는 부여처럼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이지만, 단순히 보고만 가는 관광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관광’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과거 일본 에도막부 시절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인공섬 데지마(出島)를 복원하기 위해 30년 전부터 나가사키 현의 주민들이 모금을 하는 등의 열의를 보이며 중소도시 발전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정부 지원금에 기대어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소도시들이 많다. 그들의 소식은 큰 대도시들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묻혀버릴 만큼 소외되어 왔다. 이러한 중소도시들이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부여의 발전 모습이 중소도시들의 발전에 한줄기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강병구 기자 qudrn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