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 역사의 시작이 된, ‘한일합방’과 ‘경술국치' 두 개의 단어 중 어떤 것이 우리 시각에서 맞는 말일까? 언듯 보기에는 ‘한일합방’이라는 말을 많이 듣기 때문에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술국치'가 올바른 표현이다. ‘한일합방’의 단어는 일본의 견해에서 보는 단어로 ‘나라가 합쳐진다’는 뜻을 가진 단어인 반면, ‘경술국치'는 경술년에 일어난 일본의 강제 점령으로 ‘나라가 치욕을 당했다’는 의미로 표현할 때는 이것이 옳은 표현이다.
지난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기였다. 안중근 장군은 1909년 하얼빈 역에서 그 당시 일본의 초대 총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을 하였고 이로 인해 사형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 암살사건으로 인해 세계열강은 일제의 침략에 주목하게 됐고, 이후 조선과 중국에서 독립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안중근 장군은 애국지사로 회자된다. 하지만, 안 의사의 순국 100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유골을 못 찾은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과거 항일투쟁의 역사를 상징하는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여 잊혀져가던 항일투사들의 애국정신을 되새기고 그분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나라 잃은 슬픔과 항일투쟁의 아픔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는 서대문 형무소는 현재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 위치해 있다.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을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형무소 설립 당시 그대로 보존된 형무소 정문이다. 보통의 건축물과 달리 애국지사들을 감시하기 위해 정문부터 감시탑이 건축된 모습을 보면서 무서움보다는 정당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겪어야 했던 선조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잠깐 동안 감시탑을 보며 멈춘 발걸음을 재촉하며 들어간 중앙사에서 처음으로 눈에 띤 것은 당시 죄수들의 밥을 짓기 위한 큰 가마솥이었다. 성인 두세명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큰 가마솥을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애국활동을 했으며 그만큼 많은 고초를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옥을 전시실로 쓰기 때문인지 독방도 직접 볼 수 있었다. 평소에 드라마나 영화로 독방 모습을 접할 수 있어 별다른 궁금증은 없었지만 직접 들어가서 보니 아주 좁은 방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밖에도 독방을 나와 복도를 걸으면서 여러 가지 물품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수갑들도 찾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 일본인들이 즐겨 쓴 수갑은 가죽수갑이라는 설명을 듣게 됐다. 일반적인 수갑과 달리 가죽수갑은 물에 젖게 되면 살에 달라붙는 성질 때문에 고문을 할 때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잔인했던 일제, 의연했던 투사들

제11옥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애국지사를 압송하는 모습의 일본순사이다. 압송당하는 애국지사의 표정은 평온한데 비해 압송하는 경관의 모습은 화가 잔뜩 난 모습이 뭔가 표정이 바뀐 것 같아 신기했다.
중앙사와 달리 제11옥사에서 일본인들의 가혹한 고문이나 대우에 관한 모습을 인형으로 해놓고 있다. 남성애국지사들에게는 매달아서 각목과 채찍으로 때리고 잔혹하게 전기고문을 행했다. 반면 여성애국지사에게는 손톱 끝을 나무바늘로 찌르고, 위로 팔을 매달고 의자에 묶은 채 곤봉으로 구타를 하는 등의 고문을 행했다고 한다.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닌 고문실 옆에 있는 방에 애국지사들을 몰아넣고 고문소리들을 듣게 하여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주는 등 심신을 모두 고문하는 등 야비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복도를 지나가던 중에 감옥안에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가구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전시물이 아닌 줄 알았지만 벽관이라는 고문도구였다. 벽관은 한 사람만 들어가도 꼼짝 못할 정도로 작았는데 2일만 가둬놔도 전신이 마비될 정도였고 애국지사들을 탄압하는데 많이 쓰였다고 한다. 한 눈에 봐도 벽관은 성인크기 보다는 작기 때문에 고등학생 이상만 들어가도 꽉 찰 것 같이 느껴졌다.
서대문형무소는 전국의 다른 형무소들과 달리 우리나라 18세 미만의 소녀수(少女囚)를 모두 수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3·1운동 때 유관순 열사도 구금되어 악형(惡刑)에 시달린 끝에 순국하였다고 전해진다. 가장 놀란 것은 물고문과 성고문도 같이 행해졌고 많은 애국지사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당시 가장 악명 높았다고 한다.

마지막 ‘독립’을 외친 그곳. 처형장

공작소 안에서는 일제가 행했던 악행들을 설명하는 곳과 고문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일제의 재판정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재판이라고 하면 저울을 떠올릴 정도로 공정함이 중요한데 반해 일본 재판정은 검사는 있지만 변호사는 없어 무조건 유죄를 만들게 하는 방식의 껍데기만 갖춘 법정이었다. 처음에는 애국지사들을 처벌할 때 재판 과정도 없이 형을 선고했지만 국제 여론의 악화로 이런 엉터리 법정이 갖춰지게 됐다.
다음으로 간 곳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는 처형장이었다. 바로 ‘통곡의 미루나무’가 있는 곳으로 담을 사이에 두고 똑같은 미루나무가 있지만 담 밖의 나무는 크게 자란 반면 담 안의 나무는 부족할 것이 없는데도 자라지를 않아 유명해진 곳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담 안의 나무는 사람들이 처형당하기 전 붙잡고 통곡을 했고 결국 담안의 나무는 처형당한 사람들의 한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처형장을 찾고 신기해하고 있다.
언론매체를 접하다 보면 미국에서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의 유골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꾸준히 찾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자유의 나무는 애국자의 피를 먹고 새로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립유공자들을 위한 배려 혹은 유골을 찾는 일도 쉽게 못하고 있다. 진정한 애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애국심도 중요하지만 국가도 국민이 믿을 수 있게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는 미진했던 독립투사나 그 후손들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강찬구 기자gcg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