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4대문을 역사의 흔적으로 보존하고, 시민들의 관심을 북돋우기 위해 출입허가제와 함께 산책로를 정비했다. 특히 근간의 북악산 서울성곽에는 봄이 내려앉아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었다.

 조선 500여 년의 수도 한양. 역사도 공부하고 성곽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인 북악산 서울성곽을 찾아 떠나보자.

◆복원되는 서울성곽

 서울성곽은 조선을 세운 태조가 한양을 도읍지로 택하고 중요한 국가시설이 있는 한성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도성으로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그리고 낙산의 수려한 산자락을 튼튼한 방어막으로 삼아 그 길이만으로도 18.2km에 달하는 성곽이다.

 이렇게 높고 든든한 성곽의 관문으로 동대문(흥인문)과 서대문(돈의문), 남대문(숭례문) 그리고 북대문(숙정문)에 해당하는 4대문과 홍화문과 광희문, 창의문 그리고 소덕문에 해당하는 4소문 총 8개의 문을 만들었다. 4대문은 한양의 중심이자 안전을 상징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역사의 굴곡에 따라 한양이 무너질 때마다 성곽은 숱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갖가지 내란과 일제강점기가 고비였다. 또한 개발과 함께 서울성곽의 많은 부분 훼손되거나 소실되면서, 현재는 북악산을 비롯한 산지에 성곽 10.5km와 삼청동·성북동·장충동 일대에 일부 성벽이 남아 있고, 문으로는 흥인지문·숭레문·숙정문·홍화문이 남았다.

 한편, 1968년에 1월 21일 김신조 등 북한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사태”가 있은 후로 청와대 경비를 위해 북대문인 숙정문과 북소문인 창의문을 일반인이 만나볼 수 없게 되었었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던 숙정문에서 창의문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내 서울성곽길 구간이 2006년 개방되었다. 이어 올해 2월 말에는 와룡공원에서 북악산길로 이어지는 ‘북악하늘길’이 개방됐으며, 지난해 10월부터는 서울 곳곳의 4대문(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을 보존·활용하기 위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드이어 지난 달 27일, 4대문 중 유일하게 미 복원 상태로 있던 돈의문이 복원됐다. 이제 이곳들은 유적탐방객들이 즐겨 찾고, 맑은 공기와 유구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역사체험학습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렇다면 옛 도성은 왜 복원될까. 퇴색한 4대문의 의미를 복원하고 문화 도심 기능을 살려 문화적 자긍싶을 높이기 위함이다. 4대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성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유교를 중시한 태조는 인(仁), 의(義) 예(禮), 지(知) 의 4대 덕목을 4대문 이름에 하나씩 담았다. 숭례문에는 예(禮), 흥인지문에는 인(仁), 돈의문에는 의(義) 그리고 숙정문에는 지(知)의 뜻이 각각 들어있다. 그리고 4대문의 한가운데에 보신각을 세워 유교의 마지막 덕목인 신(信)을 상징으로 삼았다.

 즉, 이 관문을 출입할 때 문 이름을 보거나 종소리를 들으며 사람이 늘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를 새기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이러한 전통을 없애려는 의도로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등으로 고쳐 불렀다고 하는데 96년 문화재청은 이를 바로 잡아 옛 이름을 회복 시켰다.

 이렇게 북악산에 개방된 구간을 오르는 3가지 코스가 있는데 각각 2시간 내외면 완주하는데 무리가 없다. 또한 오후 3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며 퇴장시간은 오후 5시이다.

■ 서울성곽 둘러보기 STEP1.  출입증 끊기

 이제 북악산 내의 숙정문에서 창의문까지 성곽의 흔적을 따라 조선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자. 북쪽 성곽을 둘러보기 위해서 지하철 안국역에서 하차해 2번 출구로 나와 02번 마을버스를 탄다. 성균관대 후문에서 내리면 ‘와룡공원’이 보이는데, 이곳을 지나쳐 10분가량 올라가면 ‘말 바위 쉼터’가 나온다. 북쪽 성곽으로 가는 입구이다.

 그런데 잠깐, 1.21 사태로 인해 청와대 경비를 위한 신분확인용으로, 북악산 서쪽에 위치한 문화재보호재단에서 미리 신분증과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출입증을 발급 받아 가져가는 것을 잊지 말자. 여기서 부터는 군사 보호 지역이기 때문에 경찰초소에서 출입신청서를 작성해 신분확인을 해야 한다. 청와대 경비에 대한 같은 이유로 인해, 성곽 길에서는 촬영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망대 또는 쉼터에서만 한정된 각도로 사진촬영이 허락된다. 곳곳에 사복을 입은 군인들이 등산객의 통행을 감시한다. 조금 복잡하고 불편한 과정이지만, 아름답게 잘 정비된 성곽을 만날 수 있는 준비이다.

■ 서울성곽 둘러보기 STEP2.   숙정문 가기

 출입증을 받아 목에 걸고, 신선한 산소를 마시며 언덕을 오르면, 북악산 동쪽 고갯마루에서 숙정문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서울이 진정 천혜의 요세였음을 온 몸으로 진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곳곳에 보이는 봉수대 너머로 성곽을 쌓은 벽이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보수작업과 연대별로 돌을 쌓은 방식이 서로 달라 사뭇 재미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하는 것 같다. 태조는 매주처럼 돌을 동그랗게 다듬어 성을 쌓았다면 세종은 튼튼하게 하기위해 돌과 돌 사이사이에 잔돌을 메워 넣었다고 전해진다. 그에 반해 숙종은 2자 곱하기 2자의 치수로 정확히 돌을 잘라 정사각형으로 딱딱 맞추어 성을 쌓았다는데 성곽축조의 연대를 짐작해보며 탐방 길을 걸어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일 것 같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숙정문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이 드나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의 숙정문의 본래 이름은 숙청문 이였고 사실 4대문의 격식을 갖추며 비상시 사용할 목적으로 평소에 닫아 두었다고 한다.

■ 서울성곽 둘러보기 STEP3.  창의문으로 내려오기

 숙정문을 지나쳐 걷다보면 1.21사태 때 우리 군경과 북한 특수군의 교전으로 15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수령 200년 된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총탄자국을 시멘트로 메워 놓은 모습을 보고, 그 사건을 잊지 않겠다는 듯 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뿐일까. 촛대바위와 청운대를 거쳐 최정상인 백악마루에 오르니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 온 세상이 내 것인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상을 돌아 가파른 성곽 계단을 내려가면 8부능선쯤에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북한산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평창동 숲속마을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전망대를 지나 15분쯤 내려오면 다시 경찰초소가 보인다. 이곳에 출입증을 반납하고 서울성곽 북쪽 코스의 마지막인 창의문으로 나오면 2시간여의 성곽걷기 코스가 끝이 난다.

 양주와 북한으로 가는 길과 이어진 창의문은 4소문중 가장 원래 모습을 잘 유지한 문으로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요즘 우리사회처럼 옳고 그름이 마구 혼재되어 어지러운 때 가슴에 새겨봄직한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태종때 풍수학자 회양선이 창의문과 숙정문은 경복궁의 양 팔과 같아 길을 내면 지맥이 손상되고 이곳의 통행이 왕조에 불리하다고 주장함에 따라 닫혔었다고 한다.

 북악산은 조선 개국 이래 경복궁을 품에 안고 그 동안 있었던 많은 역사적 사실을 지켜봤을 것이다. 성곽을 따라 걷는 내내 인조반정과 1.21사태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직 모든 성벽이 완벽히 복원되지 않았지만, 이곳이 존재하는것 만으로 북쪽 성벽 산책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이란 도심에서 자연과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는 상징물이 우리의 곁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자랑이자 자부심이 될 것이다.

글=정주영 기자 jjy900815@

사진=김현웅 기자 hyun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