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관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바로 중국과 타이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 속에 작은 중국, 우리나라가 북한과 분단되었듯, 타이완도 중국과 분단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은 타이완은 북방민족의 침략을 막아내는 과정과 더불어 지리·문화적 특성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사회를 형성한 점도 비슷하다. 언어·종교·음식·문화 할 것 없이 하나의 테두리 안에 문화적 공존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타이완을 가 보았다.

아열대 기후 지역답게 뜨거운 공기가 온몸을 감싼 타이완. 난생처음 느꼈던 타이완의 정취를 다 느끼기도 전에 숙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자 문화권’이여서 간판과 표지판에는 한자가 가득했다. 타오위엔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했는데, 한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난감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1일차, 타이완의 밤은 밝았다

숙소에서 짐을 푼 뒤, 타이완 국민들의 일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야시장으로 향했다. 타이베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야시장 중 하나인 스린 야시장(士林夜市)은 도착하자마자 압도하는 규모와 화려한 불빛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먹을 거리는 많은 관광객들을 매료했고, 다양한 타이완의 문화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또, 가격도 일반 상점보다 저렴해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 여행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야시장의 장점하면 그 나라만의 독특한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취우더우푸’라는 발효두부를 튀겨낸 음식이 있었는데 외국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힘든 냄새를 풍긴다. 또 두리안이라는 열대과일 역시 독한냄새를 풍기기로 유명하다.

2일차,  타이완 역사의 발자취를 따르다

타이완에서 눈을 뜬 첫 아침은 토스트 한 조각과 덥고 습한 날씨로 둘째 날의 여행을 시작했다. 타이완지하철의 장점은 MRT이지카드(대중 교통카드)가 있으면 어떤 여행 초심자든지 타이완의 주요 관광지를 쉽게 둘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통카드와 비슷하게 충전식으로 되어있어, 필요에 따라 언제든 재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

중정지넨탕역(中正紀念堂站) 출구와 바로 연결된 타이완 민주 기념관(台灣民主紀念館)은 궁전 왕릉 형식의 건축물로 원래의 명칭은 중정기념관이었다. 이곳은 타이완 국민이 민주주의를 추구해 온 과정(일제 강점기 때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으로 건너오고 나서 현재까지)을 나타내는 사료와 영상 자료 등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또 ‘타이완의 영웅’ 장개석을 위한 가장 인상적인 기념물 중 하나로 지정되어있다.

1층 전시실에는 사진과 장개석 총통의 생애를 담은 기념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 건물로부터 25통 짜리 장개석 총통 동상이 도시를 바라보고 있고, 기념관 옆에는 국립극장과 음악원이 자리하고 있다. 정문 입구에 있는 ‘자유 광장’이라고 쓰여 있는 건축물은 높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타이베이 최고의 명나라 식 아치형 건축물로 칭송 받고 있다.

현재 두 건물 사이의 광장은 특별한 축제일에 모임의 장소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문화의 장’답게 여럿 모인 청년들이 단체 공연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장엄하면서도 낭만적인 면모가 존재하는 곳을 둘러보고 기억 속에 남긴 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타이완 민주 기념관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거리인 228평화 기념공원(228 和平公園)에 도착했다. 원래 명칭은 타이베이 공원이었지만 1996년, 중국인끼리의 혈육충돌인 ‘228사건’을 애도하기 위해 지금의 명칭으로 바꾸고 기념관도 설립했다.

특히 이곳은 타이베이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원이기도하다. 아침이면 운동하는 사람들로, 낮에는 휴식을 취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공원에 들어가면 꽃밭과 연못, 아치형 다리, 정자가 있고 더 깊숙이 들어가면 국립 타이완 박물관(國立臺灣博物館)도 자리하고 있었다.

국립 타이완 박물관은 자연 진화 및 문화사 위주로 인류, 동물, 식물, 광물, 등 4만여 개의 표본을 보존하고 있어 타이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연사 박물관으로 통한다. 228기념관은 공사 중이여서 아쉽게도 들어가 보지 못하고 평화 기념 공원을 뒤로 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길 찾기가 어려운데, 그때마다 친절한 타이완 주민 분들의 도움은 한 줄기 등대의 빛과도 같았다. 이러한 타이완 사람들의 성품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타이완의 친절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또 가보고 싶게 만들었다.

식물원으로 가기 위해 지도를 펼쳐보고 있을 때 갑자기 차 한 대가 멈춰 섰고, 젊은 여자가 내려 상세히 길을 가르쳐주었다. “알려준 길을 따라 도착한 식물원은 돌담에 둘러싸여있는 푸르른 식물들과, 과학책에서 불 수 있었던 식물들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종류별 , 크기별로 자리하고 있는 선인장이 식물원을 가득 매웠다. 아쉽게도 한글로 되어있는 설명문이 없어, 한국인들이 이해하면서 관람하기에는 조금 힘든 곳이다. 또 식물에 관심이 적다면 식물원 탐방은 금방 끝이 난다.

녹색 탐방을 끝낸 일행은 식물원에서 작은 통로로 연결되어있는 국립역사박물관(國立歷史博物館)으로 발을 돌렸다. 국립역사박물관은 고궁박물원에 버금가는 역사적 유물과 값을 따질 수 없는 역사적 기록들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도기는 삼채향로, 삼채천왕 등과 군요대적, 혹유다완 등도 진열되어 있다.

국립역사박물관은 1955년에 설립된 이래 계속적인 노력과 새로움을 추구하며, 오랜 세월에 걸친 예술 문화재의 구입· 소장·교육추진·학술연구 및 전람활동 등 다방면에 쌓아올린 성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진귀한 뮤물들이 전시된 국립역사박물관을 마지막으로 그날의 일정을 끝마쳤다.

3일차, 과거와는 다른 현재의 타이완

대만의 역사를 테마로 잡고 진행했던 둘째 날과는 달리 대만의 현대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백화점 중의 하나로써, 각종 브랜드를 두루 갖추고 있는 소고(SOGO)백화점. 충샤오푸싱역(忠孝福興)에서 내리면 지하철 통로로 연결되어있어서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오랫동안 타이베이 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아온 백화점이라는 명성이 자자하다. 구경을 하고 지하에 마련된 푸드 코트로 내려가 식사를 해결하고 다음 장소인 101타워로 발걸음을 돌렸다.

충샤오푸싱역에서 MRT를 타고 스정푸역(市政府)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타이완의 자랑, 101타워가 보이기 시작한다. 508미터로 아시아 최고 높이를 보유하고 있는 101빌딩은 8층씩 묶어 총 8개의 층으로 올렸는데, 이는 숫자 ‘8’이 중화 문화에서 성장과 번영, 발전 등을 의미하는 한자 ‘放과 발음이 같은 길한 숫자이기 때문이라 한다.

타이베이101빌딩의 5층에 가면 명성에 맞게 길게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초고속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등재되어, 분속 1000m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유 하고 있다. 5층 매표소부터 89층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37초. 아찔한 속도감에 긴장될 즈음이면 이미 전망대에 도달해 천공에 떠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고속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24명까지 탑승이 가능하고, 전망대에는 동전 투입식 고도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시내 곳곳을 조망해 볼 수 있다. 하지만 NT350(한화 13,156원) 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 초고속 엘리베이터 탑승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01 빌딩을 둘러보고 나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왔다. 기름지고 육류가 주된 타이완의 식단은 김치와 마늘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채우기엔 부족했다. 때문에 주로 일식 또는 패스트푸드를 먹어왔는데, 타이완의 전통을 맛볼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한 일행은 호텔에서 가까운 식당에 들어갔다.

‘베이징 덕’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딤섬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점이나 평소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문한 요리가 나왔고, 한 입 베어 물 때 마다 신선한 해산물이 입안을 향긋하게 매웠다. 타이완의 맛을 느끼면서 마지막 밤을 마무리 지었다.

4일차,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다

타이완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을 들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길을 떠났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4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고궁박물원은 중국 5000년 역사를 한 곳에 모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스린역에서 내려서 고궁박물원 입구까지 들어가는데 택시를 타거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들어가기 힘들 정도의 큰 규모였다.

천년 이상 지난 초기 송나라의 황실에 속했던 국보급 보물들이 특히 많으며, 중국황실 수장품 중 최고의 것들은 모두 이곳 타이완 고궁박물원에 보관되어 있다. 75만점에 달하는 보물들을 한꺼번에 전시하기 어려워서 인기 있는 것들은 항상 전시가 되지만 도자기, 회화, 청동의 보물들은 참관할 때마다 정기적으로 바꿔가면서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이 크고 여러 나라에서 많이 오기 때문에 매일 여러 나라 언어로 가이드 투어도 실시하고 있다. 타이베이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팜플렛을 볼 수 있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다양한 나라의 여행객을 위해 준비해놓은 것이었는데 한국어를 보니 반가웠고 더욱 관람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고궁박물원 내부가 너무 넓어서, 다 둘러보기에는 출발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 1층과 2층만 돌아본 채 마지막 행선지인 고궁박물원을 끝으로 타이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여행 일정을 되돌아보면 타이완 속의 한국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국 드라마가 상시 방영되는 채널이 있을 정도로 타이완과 한국은 멀지만은 않다. 하지만 한국어 책자를 제공하는 곳이나 한국어에 능통한 안내원을 둔 곳은 드물었다.

또 거리를 나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한국 브랜드 점유율이 상당히 낮은 것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같은 문화권에서 중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오며 비슷하게 성장을 이룩한 타이완과 한국, 두 나라의 원활한 교류를 바란다. 더불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기대해 본다.

 박지현, 조민영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