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할머니가 보낸 10대 시절의 한반도는 일제 강점기였다. 김 할머니뿐만이 아닌 수백, 수천의 사람들은 일제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
살아야했다. 김 할머니께 해방 전의 삶을 조심스레 여쭈었고 그날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시는 듯 힘겹게 말문을 여셨다. “그래도 우리 집이 조금
사는 집이 였는데, 이상한 옷 입은 사람들이 잊을 만하면 들어 와 집을 들쑤시고 다녔지. 동생과 나는 겁에 질려 문 뒤에 숨어 밖을 내다보고,
그런 날이면 어머니는 맨날 눈물 속에 하루를 지세셨지”라며 그때의 상황을 말씀해 주셨다. 힘들었던 해방 전의 삶에 대해 여쭈어 보니 끔찍했던
해방 전의 상황이 전해지는 듯했다.
▲독립의 함성과 해방의 기쁨
1945년 이래로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지 65주년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기념하여 제정한 국경일이 광복절이다. 광복절의
‘광복’의 의미는 ‘빛을 되찾다’라는 의미로 ‘우리나라의 주권을 되찾았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뜻 깊은 날이 오기까지는 많은 시련과 고통이
수반되어야만 했다. 일제에 붙잡힌 독립투사들은 모진 고문과 감시를 당했고, 수많은 애국 지사들이 일본경찰들에게 무참히 끌려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나라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독립운동으로 3.1운동을 예로 들
수 있다.
3.1운동은 우리 민중들이 일본의 무단통치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윌슨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하면서 발생하게 되었다. 더불어
일본에 의한 고종황제의 독살설 까지 퍼지게 되면서 더 많은 민중들의 참여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1919년 3월 1일, 드디어 손병희 등 33인이 주축이 되어 ‘독립 선언서’를 낭독하였고 일본의 강제적 식민지 정책으로부터 자주독립할
목적으로 민족 독립운동을 일으켰다. 이렇게 시작된 3.1운동은 다른 독립운동에 비해 민중이 중심이 되어 일어났던 운동으로, 독립 운동의 참여
주체와 기반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고 200만명 정도의 민중들이 참여하였던 민족 최대의 독립운동이었다. 또 종교계와 학생들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 걸인과 기생에 이르기까지 신분, 계급, 남녀노소의 차별 없이 모두 만세 시위 운동에 참여하였다.
3.1운동이 민족적인 독립운동이었던 만큼 일본의 탄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일본은 친일파 양성을 통해 우리의 분열을 시도하였으며, 가혹한
식민 통치를 철저히 은폐하기 위해 문화통치 체제로 전향했다. 또한 유관순과 같은 많은 독립투사들을 가혹한 고문으로 죽음에 까지 이르게 했으며
화성 제암리 교회 주민들을 모아 교회에 가둬 문을 잠근 후 불태워 학살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3.1운동이후 우리민족은 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3.1운동은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준 것으로, 세계 1차 대전 후 강대국에
의해 재편된 세계질서에 대한 최초의 저항이었다.
또 당시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고 있던 약소 민족 가운데 가장 먼저 독립과 제국주의 타도를 내세운 선구적 투쟁이었다. 이는 다른 약소
민족들의 독립운동을 자극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제의 탄압과 숭고한 희생으로 이루어낸 3.1운동은 1945년 우리나라의
독립에 영향을 미쳤다.
해방 당시의 상황에 대해 김 할머니는 “해방되었다는 종이들이 날아다니고, 사람들의 기쁨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지”라며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일본 순사들이 집을 헤집고 다니지 않고 어머니도 슬퍼하지 않으셨으니 너무 좋았지”라고 당시의 상황을 말씀해주셨다.
▲기쁨과 슬픔의 날들을 둘러보다
김 할머니의 말씀처럼 광복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을 남겨 주었다. 1945년 8월 15일의 감동은 독립기념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중의 숭고한 희생을 엿볼 수 있는 독립기념관은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을 계기로 지어졌다. 국민들은 독립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였고, 역사 자료 등을 기증하자는 운동이 국내외 각지에서 뜨겁게 일어났다. 국민들의 성원과 도움으로 비로소 독립기념관이 지어지게
되었다.
독립기념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겨레의 탑’을 볼 수 있다. 민족의 비상을 표현하고 있는 겨레의 탑은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 같기도 하고, 독립을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는 ‘염원’의 손과 같기도 하다. 즉 이 탑은 우리 민족의 기상과 자주성, 자립을
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며, 독립을 바라는 민족의 거대한 꿈과 겨레를 상징한 탑이다.
‘겨레의 큰 마당’을 지나가는 길에 수많은 태극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태극기들은 마치 독립투사들의 기상을 표현 하려는 듯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겨레의 큰 마당’을 지나면 ‘겨레의 집’을 볼 수 있으며 이곳에는 ‘불굴의 한국인 상’이 전시되어 있다. 겨레의 집
내부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인 상은 불굴의 독립정신과 강인한 한국인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는 듯한 역동적인 표정은
독립을 향한 우리 민족의 열망과 독립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겨레의 집을 지나면 7개의 전시관을 볼 수 있다. 제 1전시관부터 제 7전시관까지 고대시대부터 임시정부가 세워 질 때까지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전시관을 따라 시대를 관람 하다 보면 괜시리 익숙한 전시물이 눈에 띈다. 바로 ‘을사 늑약 전문’이다. 을사 늑약은 을사년에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한국 정부를 강압하여 체결한 조약이다.
요즘에도 많은 사람들이 을사조약과 을사늑약의 차이점을 알지 못하고 을사조약이라 칭한다. 조약의 뜻은 나라와 나라간의 권리와 의무를 국가
간의 합의에 따라 법적 구속을 받도록 규정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의 강압에 의해 억지로 맺어 진 것이기 때문에 조약이 아닌
늑약으로 불려야 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만일 계속 ‘을사조약’이라고 부른다면 사실상 일제의 침략을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격이 되므로
‘을사늑약’ 으로 불러야 한다.
을사늑약은 일제강점기로 접어드는 계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외교권을 지키지 못 한 것이 우리의 자주권 행사를 막았고, 자주권을
지키지 못한 것이 36년 동안 나라 없는 삶을 살아가게 하였다. 가혹했던 식민지 시대가 지나고 많은 희생과 노력으로 광복까지 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광복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국경일=쉬는날’로 인식하며 태극기도 달지 않는다.
숭고한 희생과 독립에 대한 염원으로 이루어낸 광복. 슬픈 과거의 산물이지만 평생 잊지 말아야 하는 날이다. 현재 독립 기념관은 서울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천안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자주 찾아가 보지는 못하더라도 한번쯤 들러 독립을 위해 노력 하였던 선조들을 기억해
보고 그들의 기상과 얼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한소정 수습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