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30여명의 할머니들이 큰소리로 책을 따라 읽는다. 초등학교 교실 같은 이 장면은 무료한글 교육반인 집현전반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학교 아름관 107호의 광경이다. 세종대왕이 신하들과 함께 학문을 연구했던 기관인 집현전에서 빌려온 이 이름은 뒤늦게 한글 배우는 것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해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1995년 11월, 지역사회 봉사의 일환으로 성남시청에서 운영하던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우리학교가 맡아서 운영하기 시작해 벌써 올해로 11년이 되는 집현전반.

친구 소개로 집현전반에 다닌 지 3년이 됐다는 전덕수(71) 할머니는 “처음에는 내 이름도 못썼는데 이젠 가족 이름들도 다 쓸 수 있다”며 “배우는 것이 즐겁고 가족들도 좋아 한다”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집현전반은 국어교육 외에도 전반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수업도 진행한다. 그리고 곧 영어, 수학 등도 지도할 계획이라고 한다.아침부터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어 강사들이 수업 수준을 맞추는데 애를 먹는데, 4~6년 씩 이곳을 나오는 학생들이 있기에 매학기 다른 내용의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주로 지역방송이나 신문기사를 보고 찾아온다.

 이광정(국어국문학과) 집현전반 지도교수는 “계속 언론에 홍보활동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한국어 교육의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배우려는 사람이 계속 찾아오는 한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자를 배우고 난 학생들은 지도를 읽고 약속장소도 찾아가고, 스스로 은행 업무도 본다. 또 친구, 손자들과 글도 주고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점점 글자를 깨우쳐 가는 학생들을 보며 이 교수는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집현전반은 상·중·하 반이 2시간씩 학기 중에는 주 3일(월·수·금), 방학에는 주 2일 수업한다. 본교 국어국문학과의 학부 출신 학위수여자 6명이 직접 제작한 교재로 지도한다. 또 금년부터 실시한 사회봉사 학점부여제도(1학점)를 통해 학부생 18명이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 학부생들은 주로 수업 자료를 준비해주고 학생들 옆에서 지도를 한다.

국문과가 아니더라도 국어 교육에 관심 있다면 과와 상관없이 지원 할 수 있으니, 글을 몰라 듣는 것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현전의 학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