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언덕과 진달래 동산을 거슬러 올라 멀리 세종관에 가면 허준 같은 명의를 꿈꾸며 공부하듯 봉사하는 한의대 학생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은 열의와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한의대 학생들은 한의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또 다른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한다.

우리 학교 한의대에는 총 4개의 한방진료 봉사단체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 중에 동양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답게 명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창단멤버들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구진’은 93학번이 주축이 되어 생긴 지 10년 정도 되는 단체이다.

처음에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노인분들이 한방진료를 선호하는 것에 착안해 한방 진료가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분야이기에 전공도 살릴 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활동인원은 15명이고 다른 동아리처럼 신입생도 모집하고 지도교수도 있다. 또 회장, 부회장, 약재담당, 물품담당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상도동에 위차한 상도종합복지회관에서 매달 둘째 넷째 다섯째 토요일에 봉사 활동을 한다. 약과 침을 쓰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복지회관에서 약을 지원하고, 여름마다 경기도와 연계해서 경기도 지방을 돌 때 지원받는 침도 있기 때문에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구진’은 한의예과 2학년부터 뽑는다. 스터디를 통해 선후배가 함께 공부하며 예진, 안내, 약 구매 등을 차례로 배운다. 학생이라 전문적인 치료는 못해도 스터디 활동과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을 살려서 치료를 한다. 원인을 알아본 후 침놓고 약 조제하는 것을 중점으로 하는데, 노인들은 자신이 침을 맞고 약도 조제 받는다는 것에 큰 심리적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환자들을 만나고서야 힘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회장 권종임(한의예과·3) 학우는 “가끔 부담도 되지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다는 것이 좋다”며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허준과 같이 ‘환자 입장에서 환자를 궁휼히 여긴다’는 ‘구진’은 환자의 마음으로 환자가 얼마나 아플지 생각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