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 쯤 고등학교 때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역사의 고장인 경주나 강화도에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로 들려 봤을 법하다. 불국사, 분황사 등 여러 사찰을 둘러보기도 하고, 각종 문화재를 관람하기도 하는데 이곳에는 역사의 흐름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다.
이런 현장 학습의 과정에서 중요 문화재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에 대해 들어보기란 어렵지 않다. ‘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으로, 우리 민족의 우수한 인쇄 기술을 보여주는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소장되어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 귀중한 가치를 지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우리의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가슴 아픈 사정은 무엇일까.

빼앗긴 문화재의 아픔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침을 받으면서도 그 속에서 꿋꿋하게 명맥을 유지해 유구하게 흘러온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 구한말, 일제 강점기, 6.25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문화재들이 외세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갔다. 우리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열강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약탈당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 수많은 도자기, 서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재를 강탈해갔으며, 프랑스와 서구의 열강들은 병인양요 때 혼란한 틈을 타 역사가 기록된 수많은 고서들을 빼앗아갔다. 또 6.25 전쟁 발발 당시에는 미군과 소련군마저도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를 많이 약탈해갔다.

현재 그 대표적인 문화재 몇 가지를 살펴보면, 현존하는 조선전기 회화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은 1877년, 주한 프랑스 공사에 의해 프랑스로 건너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되어 있다. 또 외규장각 도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일부 서적을 약탈하였고 나머지는 불에 타 없어진 가운데,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279권이 보관되어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문화재가 해외에 있는 가운데, 우리 역사의 산물이자 보고인 문화재들이 보존 되어야할 제자리를 잃고 공백으로 남아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우리 문화재의 가슴앓이
 

 우리나라 문화재는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0년 8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 20개국 412곳의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및 개인에 총 11만6896점이 소장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일본에 6만1409점, 미국에 2만8297점의 문화재가 각각 소장돼 해외 소장 문화재의 약 77% 정도가 두 나라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외에도 더 많은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거나 혹은 박물관 등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10년 8월까지 미국, 일본 등 10개국에서 8160점의 문화재가 우리나라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았다. 일본과의 정부 간 협상 및 기증, 구입 등을 통해 총 5107점의 유물을 반환받았으며, 미국과는 주로 기증과 구입을 통해 1233점을 환수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 끝에 문화재를 반환 받은 사례도 있지만, 우리 문화재를 해외 경매를 통해서 반환받은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한편, 이번 G20 정상회담 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과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가진 한·프 정상회담에서 외규장각 도서는 5년간 임대를 갱신하는 형태로 반환에 합의하였으나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의 반대로 프랑스 국내에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휘경원 원소도감(휘경원의 조성과정 기록, 어람용 의궤)’은 지난 1993년 김영삼 前 대통령이 프랑수아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前 대통령과 프랑스 고속 전철 TGV를 도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영구 임대를 받아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나머지에 대한 부분은 진척이 없다가,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타결되었으나 현재는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프랑스 국내법 위반’이라는 근거를 들어 외규장각 도서를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에는 문화재 환수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도 있다. 그 가운데 이집트는 해외 유물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2002년부터 유물 관련 분쟁을 벌임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유물 3만점을 돌려받았다. 특히, 지난해 이집트는 루브르 박물관에 이집트 내 발굴 전면 금지와 박물관 간의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압박한 결과 3000년 된 파라오 시대 고분벽화 5점을 돌려받았으며, 올해 영국 런던대학이 보유하고 있던 석기 시대 유물 등 2만5000점, 미국이 갖고 있던 3000년 된 목관을 되찾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최근 그리스 정부는 파르테논 신전과 관련된 초대형 유물 전시관인 ‘아크로폴리스 뮤지엄(Arcropolis Museum)’을 건립한 뒤 영국이 약탈한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 ‘엘긴 마블스(Elgin mables)’를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 조각상은 200년 전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을 때, 그리스 주재 영국 공사였던 엘긴 경이 영국으로 밀반출한 것으로, 현재 영국 대영박물관 특별실에 전시되어 있다. 영국 정부는 지금까지 그리스가 문화재를 보관할 능력이 없다는 명분으로 반환 거부를 해왔지만, 이 박물관의 건립으로 주장의 효력이 약화됐다. 그러나 영국은 대영박물관에서 전시되어야 유물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환을 또 다시 거부했지만, 이러한 그리스의 적극적인 유물 환수 노력은 우리에게 본받을 만한 점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 일본으로부터 문화재 반환에 관련된 희소식이 들려왔다. 일본이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를 통해 강탈해간 조선왕실의궤(왕실 행사를 그림과 글로 정리한 책)과 대전회통(조선 고종 당시의 법전), 증보문헌비고(문물 자료집) 등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도서 1205책을 빠른 시일 안에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아직도 여러 해외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문화재들이 회수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관심으로 꽃피는 문화재 반환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TV나 신문 등을 통해 우리의 잃어버린 문화재에 대한 소식을 접하곤 한다. 그러나 올 겨울 유행 패션 아이템이나 연예 관련 소식에는 귀를 쫑긋 세우는 것과는 달리 정작 우리의 역사가 담긴 문화재 소식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곤 한다. 우리나라의 잃어버린 문화재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문수연(인터렉티브미디어1) 학우는 “평소에 우리 문화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또 뉴스를 통해 프랑스에 빼앗긴 직지심체요절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나머지 잃어버린 문화재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얼마 전 일본이 빠른 기간 내에 우리 문화재를 돌려주겠다는 소식을 들어 기뻤다. 이는 한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정아영(관경1) 학우는 “뉴스나 신문에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소식을 보도할 때나 주로 관심을 갖게 된다”며 “요즘 대학생들은 문화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면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는 비단 우리 학우들을 넘어서서 대다수의 대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의 생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과거에 약탈당한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 반환 관련된 국제법이 실효성이 없는데다 각 나라별로 주장하는 커다란 입장 차이로 문화재를 둘러싼 분쟁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다. 잃어버린 문화유산에는 선조들의 삶과 고귀한 우리의 역사가 담겨져 있어 그 속에 내포된 조상들의 염원, 삶의 가치관, 생활 방식 등 총체적인 과거 삶의 원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귀중한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 보존과 회수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과거를 찾으려는 노력과 열정을 기울여보자. 

임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