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린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 눈 밑까지 뒤덮어 버린 이불조각을 의지한 채 눈앞에 서있는 믿을 수없는 존재와 마주한다. 허상이라 믿어왔던 ‘그것’이 다가올 때마다 들려오는 남루한 마룻바닥의 파열음. 얼어붙을 것만 같은 차가운 공기가 더욱 잔인한 공포로 변하여 덮쳐온다.

 최근 개봉한 ‘파라노말 엑티비티2’는 위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귀신의 존재를 넘어 스크린에 단 한 번도 내비추지 않는 ‘악마’의 개념을 도입해 큰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악마란 무엇일까.
‘악마’, 사전적 용어로 ‘불교에서 불도수행을 방해하는 사신, 또는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거나 나쁜 길로 유혹하는 마물’이라 정의되어 있다. 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악마의 상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존재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과연 악이란, 악마 혹은 귀신에 불과 할까. 올해 8월 10일에 원작을 리메이크하여 전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영화 ‘엑스페리먼트’의 필름 속에선, 그것은 ‘인간’일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 ‘스탠포드 감옥실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엑스페리먼트’는 모의 감옥실험에 지원한 참가자들 24명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들은 무작위로 간수와 죄수 그룹으로 나뉘게 되고, 각자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곧 간수들은 자신 안에 잠재해 있던 사악한 ‘악’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며 죄수들을 폭행하고 감금하며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처참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사태에 심각성을 알아차린 교수는(실험의 책임자) 수습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고 악마의 눈을 뜬 간수들을 막기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교수로선 역부족일 뿐이다. 물론 영화 중 죄수들의 반란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억압을 이겨내기 위한 죄수들의 노력이 아닌 그것조차 짓밟아 버리는 간수들의 참혹한 인간상이다. 또한 영화는 인간의 지독한 악의적 성향이 ‘인간의 처한 사회적 위치’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다는 또 다른 부분을 시사한다.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보고’라는 책을 본다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독일 나치 시절, 아이히만이라는 히틀러의 충직이 등장한다. 학살자로도 유명했던 아이히만의 악행에 앙심을 품은 한나 아렌트는 그를 연구하기에 이르고 아이히만의 일생을 조사한 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악마와 다를 바 없다 생각했던 학살자가 가정적이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며 그의 가정에선 누구보다 다정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위치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오히려 가장 중요하며 인간이란 존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악과 그에 따른 인간의 본성을 복합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엑스페리먼트’는 놀라운 전개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과감히 말할 수 있다. 

김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