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사과문이 붙었다. 하마터면 투표 전체가 무효화 될 뻔했던 이번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문제는 신분증 확인 절차의 생략(?)이었다. ‘중선관위 선거시행세칙’을 보면 투표시 규정 2항에 ‘신분증이 없으면 투표가 불가하다’라고 분명히 명시 돼있다.

투표 시 이 규정은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원칙’이다. 하지만 선관위원 몇몇이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중선관위는 본 사태에 대해 ‘문제가 있었던 미술대학만 3일간의 재투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가 얼마 뒤 ‘재투표 없이 미술대학의 마지막 날 투표만 다음날 재시행하고 개표는 그날 투표 마감후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선관위의 위와 같은 결정은 객관성을 갖기 힘들다. 선관위는 신분증 교부 없이 배포된 투표용지가 22개 정도 된다고 잠정집계한 뒤 그 표를 무효표로 인정하고 무효표로 인정할 표수는 신분증 미확인 투표수에 2배(?)의 수치로 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들만의 합의요, 그들만의 상식이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주먹구구식 선거진행은 작년에도 있었다.  작년 총여학생회 선거 진행 중 양 선본의 득표차이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재투표를 결정했다. 그 후 두 차례 재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앞서 말한 기준은 선본과 선관위 간의 임의적 합의로 마지막 투표 시에는 완전히 없어진 선례가 있다.

이런 문제의 근본원인은 선관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부실과 인수인계 부재에 있다. 선관위는 매년 운영위원회에서 추천제를 통해 구성된다. 대학의 가장 최고 가치인 학생의 자율성에 맞춰 선관위 역시 학생들이 맡고 있다.

선관위 구성이 위와 같이 이뤄지는 만큼 그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필수적이다. 신분증 확인 절차의 중대함에 대해 명확히 교육이 이뤄졌다면 이처럼 중요한 규정이 어겨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선관위는 며칠 안에 자연 해체된다. 이번 선관위는 분명 이번 일에 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후대에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자체 평가는 물론이며 인수인계를 위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고 해체해야 마땅하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