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에 올려놓은 우유팩, 수업자료, 신문지, 지갑 속에 있는 지폐, 명함, 쿠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종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 주변에 종이가 없다면 어떨까. 이 상황을 상상하기 힘든 만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종이소비량은 그 양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1인당 연평균 종이소비량이 약 180㎏에 이르며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종이 사용 대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연평균 5㎏가량의 종이 소비에 그치는 인도와 비교할 때 무려 36배나 많은 소비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포털 사이트 조사 결과, 대학생의 종이 사용률 대부분이 수업자료나 레포트를 출력하는 것에 치우쳐있다고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레포트 표지’이다. 중·고등학교에서부터 현재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한번쯤 레포트 표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눈에 띄는’ 예쁜 레포트 표지를 만들기위해 예쁜 글자체를 찾아보고, 배경을 화려하게 만드는 등 여러 정성을 쏟는다. 이는 단 50자도 안 되는 글자로 한 장을 꽉 채우지도 않은 레포트 표지를 뽑기 위해 새 종이 한 장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이의 사용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학생들의 종이소비량은 얼마나 될까?
대학정보공시제도(www.academyinfo. go.kr)에 명시되어 있는 2010년도 우리학교 학생 수(재적생 기준)와 전국 4년제 대학교(재적생 기준) 학생 수로 1년 동안 레포트 표지로 A4용지가 얼마나 버려지고 있는지 계산해보았다.

 우리학교의 재적생 18,038명을 기준으로 레포트 표지 사용에 들어가는 종이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한 학기에 평균 7과목을 듣고 레포트 표지를 4장씩 쓴다고 가정할 경우, 개인당 연평균 56장, 1년 동안 약 1백만장 이상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그림 참고)
더 나아가 전국 4년제 대학 재적생 수 5백만명을 계산해보면, 총 1년 동안 2억8천만장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직장인이나, 전문대생, 고등학생 등을 합한다면 이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30년생 원목 약 3만 그루에 상응하는 수치이다.

 이면지로 환경보호 첫걸음

 결국 전국의 대학생 레포트 표지를 1년동안 쓰지 않는다면, 약 3만 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친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그 심각성을 깨닫고 종이를 아끼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야할 필요가 있다.
종이를 아끼기 위한 노력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팔을 걷기 시작했다. 충북 청주시청은 종이를 아끼기 위해 일주일에 3일을 ‘종이 없이 회의하는 날’로 정했고, 대전 동구청은 직원들의 컬러프린터 사용을 금지했다. 또 기업들의 경우에는 양면인쇄는 기본이며, 이면지는 스탬프를 찍어서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한편, 우리학교도 이면지를 사용하여 재활용하거나 양면인쇄를 추천하고 있다. 양면 인쇄를 하기 위해서는 수작업으로 출력된 종이를 다시 돌려서 넣을 수도 있고, 최근에 많이 출시된 양면인쇄 기능이 포함되어있는 프린트를 이용하면 된다.

 학생과 교수의 노력 필요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의 양은 앞서 보았던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레포트의 표지로 사용되는 양만해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수업자료를 출력하는 것과는 다르게 레포트를 이면지로 내거나 양면출력을 하는 것, 그리고 표지를 만들지 않는 것은 비단 학생의 노력으로만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변석무(행정2) 학우는 “레포트를 과제로 받으면 암묵적으로 표지를 만들어야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며 “교수님이 먼저 표지를 만들지 말라고 일러주신다면 종이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과제는 내용의 질적인 면을 보고 평가되는 것으로, 레포트의 표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대학생들이 레포트 표지를 무조건 없애는 운동을 하자고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에 이단비(아동복지1) 학우는 “환경만을 위한다면 쓰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레포트 표지는 교수님께 자기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표지는 레포트에 대한 형식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 학우의 말처럼 레포트 표지는 교수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수단 중에 하나이다. 그 가운데 무작정 레포트 표지를 없앨 수는 없는 만큼, 종이 소비에 대한 교수 사회의 적극적인 동의도 필요하다.
최돈묵(소방방재공학) 교수는 “지구상에 고갈되고 있는 자원 중 종이를 절약하자는 의미에서 레포트 표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환경보호운동”이라고 말하며 “이런 운동에 대해 우리  경원대 학생들,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매일 어마어마한 숫자의 A4용지가 낭비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새 종이를 프린터 용지함에 넣는 것을 망설이게 될 것이다. 친환경을 외치고 있는 이때 우리 대학생과 대학사회가 ‘종이 소비’라는 세심한 친환경을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 여러 제도를 보충하는 학교 측의 개선방안과 교수가 먼저 학생에게 표지를 쓰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의 교수사회의 각성이 절실하다. 학생과 교수, 이들의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종이 절약을 위한 또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조민영 기자